14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팜 데저트 빅혼골프장에서 열린 미LPGA 삼성 월드 챔피언십에서 프로 선언후 첫 경기에 참가한 위성미(미셸 위)가 1번홀에서 3번 우드 티샷을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팜데저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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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라라라라라라라락’ 13일 낮 12시(한국시각 14일 아침 8시) 미국 캘리포니아 팜 데저트의 빅혼골프장. 미셸 위(16·한국이름 위성미)의 프로 데뷔 첫 티샷이 터지는 순간, 주위서 연신 눌러대는 카메라 셔터 소리는 마치 10여초간 영화필름이 돌아가는 것 같았다. 이날 그린 주위는 섭씨 37도를 오르내린데다 ‘밀리언달러 베이비’ 미셸 위의 데뷔전을 보기 위해 평소보다 4배나 많은 취재진을 비롯해 700여명의 갤러리가 북적거려 그린은 더욱 후끈거렸다. 이날은 늘 미셸 위를 따라다니는 부모 위병욱(45)·서현경(40)씨 외에도 외할아버지 서정관(68)씨가 한국에서 직접 건너오는 등 친척들 3명의 모습도 보였다. 미셸 위 외할아버지 서씨는 “최종 라운드가 벌어지는 일요일엔 친가·외가 친척 8명이 이곳에 모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검은색 모자, 살구색 반팔 상의, 빨간색과 살구색이 섞인 짧은 반바지, 흰색 운동화, 그리고 햇빛을 막기 위해 펼쳐든 양산…. 나이키와 거액의 스폰서 계약을 맺은 미셸 위는 분홍색 손목시계와 길게 늘어뜨린 귀걸이만 빼고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통 나이키 브랜드였다. “예(Yeah)” “베리굿(Very Good)”. 미셸 위는 프로 첫 샷을 드라이버 대신 우드로 날렸으나 되레 이날 동반 플레이를 펼친 크리스티 커(미국)보다 멀리 뻗어갔고 관중은 일제히 환호로 답했다. 크리스티 커도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 257야드의 만만찮은 장타자였지만, 미셸 위는 커보다 늘 20~40야드 더 멀리 볼을 날렸다. 때문에 세컨샷은 거의 대부분 커가 먼저 쳐야 했다.
`장타소녀‘ 위성미(미국명 미셸 위)가 지난 5일 하와이 호놀룰루의 칼라만다린호텔에서 프로 전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웃고 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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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위는 그러나 13번홀서 컵과 1m까지 바짝 붙은 절호의 버디기회를 놓치더니 14번홀(파4·354야드)서 이날 처음으로 세컨샷을 그린에 올리는 데 실패, 보기로 연결하고 말았다. 다시 파를 이어간 미셸 위는 마지막 18번홀서 또한번 흔들렸다. 이른바 ‘B2B’(티샷이 벙커에 빠진 데 이어 세컨샷도 벙커). 12번홀까지 보디 4개를 낚으며 한때 공동 5위로 치고 올라갔던 미셸 위는 14번홀과 18번홀서 보기 2개를 범하며 1라운드 2언더파 70타로 공동 1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여성 골퍼 19명과 겨룬 프로 신고식치고는 괜찮은 성적. 특히 지난해 바로 이 골프장서 당시는 아마추어 신분으로 유일하게 초청을 받았을 때보다 한결 좋아진 출발을 보여준 셈이다. 지난해 미셸 위는 첫날 2오버파 74타로 사실상 꼴찌인 공동 18위를 달렸고, 3, 4라운드서 이를 만회하며 최종 합계 5언더파 283타로 공동 13위를 기록한 바 있다. 미셸 위는 경기 뒤 “첫홀서 첫 티샷을 칠 때는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이후 곧바로 부담없이 경기에 임했다”며 “퍼팅이 아직 부족한 것을 느꼈지만 이 정도면 잘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잘치겠다”고 말했다. 팜 데저트/<한겨레> 스포츠부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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