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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11 16:29 수정 : 2005.10.11 16:32

‘한국산 탱크’ 최경주(35·나이키골프).

‘한국산 탱크’ 최경주(35·나이키골프)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30)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영영 뛰어넘을 수 없는 간극인가? 아니면 한번 도전해볼 만한 일일까?

이달 3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크라이슬러 클래식에서 우승한 최경주가 11일 금의환향했다. 13일부터 열리는 21회 신한동해오픈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날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한 최경주는 구릿빛 얼굴에 날카로운 눈, 듬직한 말씨,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회견장을 압도했다. 밤새 비행기를 타고 오느라 지쳤을 법도 한데, 피곤한 기색 없는 표정에서 큰 물에서 정상을 밟아본 월드스타라는 느낌이 확 들었다.

그래서 불쑥 PGA 3승의 최경주와 우즈(PGA 46승)를 비교하고 싶어진다. 물론 최경주의 3승에는 우즈가 한번씩 밟아본 4대 메이저(유에스오픈, 브리티시오픈, PGA챔피언십, 마스터스) 우승이 한번도 없고 횟수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그럼에도 ‘완도 촌놈’으로 현재 세계골프 스타들의 각축장인 미국에서 한국의 기개를 떨치고 있는 최경주의 3승이 절대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최경주의 말을 들어보자.

“3승, 다른 분들에게는 쉽게 한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 3승까지 내가 얼마나 많은 체력과 정신을 쏟고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최경주의 이 말에는 진실의 힘이 실려 있다. 날고 긴다는 세계 각국 골퍼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것도 우승을 향해 마지막 4라운드 16번홀, 17번홀, 18번홀로 근접해 갈 때의 살 떨리는 긴장감을 감히 상상할 수 있을까?

최경주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러나 구태여 말로 하자면 이런 것이다. ‘간이 떨어졌다가 붙었다’하는 느낌이다.” 직접 당하지 못하면 모르는 그 상황은 간에 탈 정도로 엄청난 압박감에 시달린다. 그러나 그 고비를 넘긴 사람만이 우승할 자격이 있다. 지난해 PGA투어 무대에 합류한 나상욱(21·코오롱 엘로드)은 “워낙 기량이 출중한 선수들과 갤러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샷을 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최고의 프로라도 떨릴 수밖에 없다”고 거든다.

우승을 앞에 두고 가장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렇게 연습을 해도 날마다, 시간마다 달라지는 게 샷 감각과 리듬입니다. 그래서 생각한 대로 공이 가지 않는데 우승을 눈 앞에 두었을 때는 미스샷이 나오지 않도록 마음부터 다스려야 한다.”

3승 고비를 넘긴 최경주는 “한국무대에 있을 때도 3승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3승하면서 11승까지 내달렸다”며 “앞으로 미국무대에서도 3승 고비를 넘긴 만큼 4승 너머 아시아 최초의 메이저 우승까지 갈 것”이라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최경주는 우즈와 맞대결을 벌일 수도 있다.

그래서 물었다. “10일 끝난 아메리칸익스프레스챔피언십에서 우즈는 우승을 했고, 최경주는 41위를 했다. 두 사람의 차이를 어떻게 보는가?”

이에 대해 최경주는 먼저 신체의 차이를 들었다. “우즈는 나보다 크다. 몸의 탄력과 스윙의 스피드는 내가 올라가지 못할 나무와 같다”고 말한다. 하긴 최경주(174㎝)보다 우즈는 11㎝가 더 큰 185㎝다. 몸무게는 배가 조금 나온 최경주(88㎏)보다 우즈가 5㎏ 적은 83㎏이어서 훨씬 더 날렵하다. 최경주는 아메리칸익스프레스챔피언십에서는 정신적으로도 우승을 한 뒤였기에 “쉬고 싶다”는 욕구가 밀려왔고, 한국에 돌아간다는 생각 때문에 집중력에서 떨어졌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최경주가 우즈에게 밀릴 수만은 없다. “내게는 우즈와 비교할 때 포기할 수밖에 없는 신체적 열세가 있지만 그가 없는 장점이 있다. 그것은 신앙이다. 우즈는 이게 없고 나는 있기에 우리는 1대1이다.” 기독교신자인 최경주는 믿음을 통해 가장 어려운 순간을 버텨나간다고 말한다.

‘연습벌레’라는 별칭처럼 늘 새로운 샷 가다듬기에 몰두하는 최경주의 연습이 없다면 신앙 또한 공허할 수밖에 없다. “3년전부터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위해 스윙 폼의 변화를 시도했고, 지금은 목표치의 80%까지 올라왔다. 크라이슬러클래식 때 자신있게 휘두른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최경주는 스스로 “나의 몸 유연성과 스윙스피드는 PGA 전체에서 중간 정도”라며 “꾸준히 개선시키려고 하고 있고, 더 나아지면 리듬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경주는 올 시즌을 시작하기 전 나이키와 새로 계약하는 등 신변의 변화가 있었고, 욕심을 많이 냈다고 회상한다. 나이키 드라이버를 익히면서 정확도가 떨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채를 0.5인치 잘라 거리는 10야드 손해보는 것을 감수하고, 정확도를 높이는 데 치중했다. 아이언도 조금씩 잘라냈다고 한다. 퍼팅 감각은 동료 위창수가 “손목으로 하지 말고 가슴으로 하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고, 누구나 다아는 이 말을 생각하면서 2002년 PGA 2승 때의 퍼팅 감닥을 되찾았다고 한다.

평범한 진리에서 얻은 교훈이랄까? 최경주는 크라이슬러클래식에서는 정말 마음을 비우고 편한 상태에서 한 홀 한 홀 최선을 다해서 경기를 했고 우승했다.

올 시즌 1승 추가로 부쩍 자신감이 붙은 최경주의 내년 시즌 포부가 힘차다. “남은 기간 열심히 해서 최대한 상금 순위를 끌어 올리고, 겨울에는 미숙한 점을 보완해서 내년 첫 경기인 메르세데스대회부터 성적을 내겠다.” 여기에 기자의 즐거운 바람 하나를 보태본다. 최경주가 우즈와 우승 다툼하는 장면을 자주 보았으면…. <한겨레> 스포츠부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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