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8.03 09:12
수정 : 2015.08.03 10:57
4라운드 7언더파, 신들린 샷
단독선두 달리던 고진영 제쳐
아시아인 첫 4대 메이저 타이틀
7번홀부터 10번홀까지 4홀 연속 버디. 14번홀에선 이글, 16번홀 다시 버디…. 4라운드 초반 2개의 보기를 범한 것 빼고 그의 샷은 완벽에 가까웠다. 어렵기로 악명높은 여자브리티시오픈 코스도 세계랭킹 1위 박인비(27·KB금융그룹)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박인비가 2015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오픈(총상금 300만달러)에서 극적인 역전우승을 차지하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사상 통산 7번째로 ‘커리어 그랜드슬램’ 위업을 달성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란, 한 선수가 생애 4개의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거머쥐는 대단한 업적으로, 아시아인으로서는 박인비가 처음이다. 여자브리티시오픈은 시즌 4번째 메이저대회이다.
박인비는 2일(현지시각) 스코틀랜드의 트럼프 턴베리 리조트의 에일사코스(파72·6410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에 버디 7개, 보기 2개를 묶어 7언더파 65타를 기록하며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69+73+69+65)로 정상에 올랐다. 이날 후반 중반까지 단독선두를 달리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강자 고진영(20·넵스)을 3타 차로 2위로 따돌렸다. 우승 상금 45만달러(5억2000만원). 시즌 4승째. 지난 6월11일 메이저대회인 케이피엠지(KPMG) 여자 피지에이(PGA) 챔피언십에서도 우승한 바 있다. 미국 투어 통산 16회 우승을 기록했는데, 이중 7차례가 메이저대회에서 달성됐다.
박인비는 2008년 유에스(US)오픈에서 생애 처음 메이저대회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고, 2013년에는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엘피지에이(LPGA) 챔피언십, 유에스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3개 대회 연속 메이저대회 우승 대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그해 여자브리티시오픈 우승을 놓쳤지만 이번에 이 대회 우승컵까지 품에 안으면서 커리어 그랜드슬램 대기록을 세웠다.
지금까지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는 루이스 서그스(1957년), 미키 라이트(1962년), 팻 브래들리(1986년), 줄리 잉스터(1999년·이상 미국), 카리 웹(2001년·호주), 아니카 소렌스탐(20003년·스웨덴)까지 6명이 있었다.
박인비는 경기 뒤 “대회 전 허리도 안 좋고 컨디션도 안 좋았다. 2·3번홀 버디 뒤, 4·5번홀 연속 보기를 범해 ‘우승 가능성이 없는가’, ‘내년으로 (우승을) 미뤄야 하는가’ 생각했는데, 긍정적으로 경기에 임한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 너무나 꿈꿔왔던 목표를 달성해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인비의 이날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올해 열린 20개 투어 대회 가운데 12개 대회 우승을 휩쓸며 역대 한 시즌 한국 국적 선수 최다 우승 기록을 세웠다. 종전에는 2006년과 2009년의 11승이 최다였다. 이날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과 뉴질랜드 거주 동포 리디아 고(18)가 8언더파 280타 공동 3위에 올라 이번 대회도 한국 선수들 독무대가 됐다.
박인비는 이날 13번홀(파4)까지 선두 고진영에게 3타 차로 뒤져 올해도 여자브리티시오픈 우승이 물건너 가는 듯 했다. 그러나 14번홀(파5)에서 7m 남짓 거리에서 이글퍼트를 성공시키며 꺼져가던 불씨를 살려냈다. 비슷한 시각, 고진영은 13번홀에서 보기를 범했고 둘은 공동선두가 됐다. 이날 전반 9개홀에서 이글 1개와 버디 1개로 기세를 올리던 고진영으로서는 뼈아픈 보기였다. 박인비는 16번홀에서 멋진 아이언샷으로 공을 핀 바로 옆에 붙여 버디를 잡아내며 12언더파를 기록해 역전에 성공했다. 고진영은 16번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하며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두번째 샷이 그린 앞 개울로 빠지면서 무너진 것이다.
박인비는 남은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도 우승하면 슈퍼 그랜드슬램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그는 이 대회가 메이저대회로 승격되기 전 우승한 경험이 있다. 박인비는 7~9일 제주 오라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출전을 위해 귀국길에 올랐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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