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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7.13 21:29 수정 : 2015.07.13 21:29

전인지가 13일(한국시각) 제70회 유에스여자오픈 우승컵을 들어 보이고 있다. 랭커스터/AFP 연합뉴스

국내 3승·일 메이저대회 우승 이어
첫 출전한 US여자오픈까지 ‘평정’
초등5학년때 수학경시대회 대상
아버지 권유로 ‘공식없는 골프’에 도전
“골프가 수학보다 어려워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전국에서 공부 좀 한다는 학생 1만2000여명이 나온 전국수학경시대회에서 당당히 대상을 받았다. 언니는 최우수상을 받았다. 아이큐 138로 수학영재라는 소리를 듣던 작은딸에게, 태권도 선수 출신 아버지는 운동을 시키고 싶었다. ‘이름 없고 배고픈 운동’이 아니라 ‘골프’를…. 교감은 영재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극구 말렸다. 아버지는 고집스럽게 오전 수업만 받게 하고 오후엔 골프를 시켰다. 교감 선생은 조퇴 처리를 하며 버텼다.

아버지는 하는 수 없이 골프를 시키기 위해 충남 서산 대진초등학교에서 제주 광양초등학교로 전학을 시켰다. 집안 형편이 안 좋았으나 부모는 식당 운영 등 열심히 일을 해서 딸 뒷바라지를 했다. 그렇게 10여년을 키운 딸은 올해 비정규 회원으로 처음 출전한 2015 유에스여자오픈 챔피언에 오르며 일약 세계 여자골프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전인지(21·하이트진로)는 13일(한국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컨트리클럽(파70·6289야드)에서 열린 미국골프협회(USGA) 제70회 유에스여자오픈 챔피언십(총상금 45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3개를 묶어 4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8언더파 272타(68+70+68+66)로 우승했다. 2~3라운드 단독 선두를 달리던 양희영(26)을 1타 차 2위로 따돌린 극적인 역전 우승으로 미국 투어 생애 첫 메이저 퀸에 등극했다.

전인지는 “어렸을 때 수학을 좋아하긴 했다. 어느날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 클럽을 잡았는데, 또 다른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수학은 공식이 있는데, 골프는 공식이 없고 매번 다른 문제라 수학보다 훨씬 어렵다”고 말해왔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누리집 자기소개서에 그는 “처음에는 낯을 많이 가리고 말이 없지만 친해지면 매우 활발해집니다. 또한 욕심이 많고 지는 것을 싫어합니다. 학창시절에는 개인적으로 수학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라고 적어놨다.

전인지는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데뷔 3년차로 시즌 3승을 올리며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 지난 5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살롱파스컵에 처음 출전해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1m75의 큰 키로 탁월한 골프감각과 시원한 외모로 3천여명에 달하는 팬클럽도 있다고 한다. 선배 신지애가 다닌 함평골프고에서 골프 실력을 다졌다. 아버지 전종진(57)씨는 “골프를 시키느라 어려운 형편에 힘들었지만, 무슨 일을 해서라도 가르치려는 부모 마음은 다 같다”며 “착하고 남에 대해 배려를 많이 하는 딸이 세계적으로 국위선양을 해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말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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