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6.15 19:02
수정 : 2015.06.15 21:09
LPGA 메이저대회 통산 6승째…한국인 최다승 ‘금자탑’
KPMG 챔피언십 3년 연속 우승
소렌스탐 이후 10년만에 대기록
세계 1위 자리도 20주만에 탈환
“커리어 그랜드슬램이 올해 목표”
|
박인비가 15일(한국시각) ‘케이피엠지(KPMG) 위민스 피지에이(PGA) 챔피언십’ 4라운드 18번홀에서 대회 3연패를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해리슨/AP 연합뉴스
|
그의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과 경이로운 샷을 수식할 단어도 이젠 모자랄 판이다. ‘침묵의 암살자’(Silent Assassin), ‘돌부처’, ‘골프여제’, ‘버디여왕’…. 더이상 어떤 단어가 필요할까? 최근 몇년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역사를 새롭게 써가고 있는 박인비(27·KB금융그룹)가 또 하나의 금자탑을 쌓아올렸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이후 10년 만에 한 메이저대회를 3년 연속 제패하는 대기록을 세운 것이다.
지난 2월2일 리디아 고(18·뉴질랜드)에게 내줬던 세계랭킹 1위 자리도 20주 만에 탈환한 박인비는 “당초 올해 목표 중 하나가 메이저대회 우승이었는데 숙제를 마쳐 놓은 기분이다.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집중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것이 이번 시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1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주 해리슨의 웨스트체스터컨트리클럽(파73·6670야드)에서 열린 2015 시즌 두번째 메이저대회인 ‘케이피엠지(KPMG) 위민스 피지에이(PGA) 챔피언십’(총상금 350만달러) 최종 4라운드. 박인비는 보기 하나 없이 버디만 5개 뽑아내는 등 무결점 플레이를 펼친 끝에 최종합계 19언더파 273타(71+68+66+68)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우승상금 52만5000달러(5억9000만원). 동반플레이를 펼치며 전반 홀에서 맹추격전을 펼친 ‘역전의 여왕’ 김세영(22·미래에셋)을 5타 차 2위로 밀어냈다. 2013년부터 3년 연속 이 대회 정상 등극이다.
이번 우승으로 박인비는 역대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한 메이저대회를 3연패한 세번째 선수로 기록됐다. 이전에는 1939년 타이틀홀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패티 버그(미국)와 2005년 엘피지에이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소렌스탐이 있었다. 박인비는 2013년에는 나비스코 챔피언십, 엘피지에이 챔피언십, 유에스여자오픈 등 시즌 3개의 메이저대회를 연달아 제패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는데, 이런 점에서는 버그나 소렌스탐보다 앞선다고 할 수 있다.
시즌 두번째 메이저대회 3연패 원동력에 대해 박인비는 “파퍼트를 길게 한 적이 없을 정도로 샷감이 좋아 그만큼 버디 기회가 많았다. 나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않고 플레이한 것이 도움이 됐다. 골프에서는 조금의 방심도 큰 장애물이 되는 것 같다”고 답했다. 2008년 유에스여자오픈에서 데뷔 첫 우승을 일궈냈던 박인비는 메이저대회 6승을 포함해 미국 투어 통산 15승을 올렸다. 메이저대회 6승은 박세리(5승)를 넘어선 한국 선수 중 최다 우승 기록이며, 역대 공동 9위에 해당하는 업적이다.(소렌스탐은 10승으로 공동 4위) 이번 시즌 가장 먼저 3승 고지에 오르며 시즌 상금도 100만달러를 돌파해 랭킹 1위로 올라섰다.
박인비는 이날 김세영의 추격을 잘 따돌렸다. 그는 “김세영은 정말 기적을 만들어내는 선수다. 4홀 연속 버디를 했을 때는 2번의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보기플레이를 하지 않도록 나만의 게임을 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경기 뒤 털어놨다. 지난 4월18일 하와이에서 열린 롯데챔피언십 4라운드 연장전에서 극적인 이글샷으로 박인비를 꺾고 우승했던 김세영은 이날 박인비에게 2타 뒤진 채 출발했는데, 5번홀부터 4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1타 차까지 추격하는 등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9번홀(파5)에서 3번째 샷을 그린 위에 올리고도 무려 4차례 퍼트를 하며 더블보기를 기록해 무너졌다. 박인비는 이 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차이를 벌렸고 이후 돌부처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