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각) 중국 선전 미션힐스 골프 클럽에서 열린 2014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김효주가 트로피를 들고 현지 캐디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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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중국 골프
지난 13일 저녁 8시 밖은 환했다. 그린 위에서는 한창 야간 골프가 진행 중이었다. 클럽 하우스 밖에서는 빨간 옷을 입은 캐디들이 카트를 타고 분주히 움직였다. 18개 홀 12개 코스, 무려 216홀이 있는 50만㎡의 세계 최대 골프장 미션힐스 선전·둥관의 겨울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2014 현대차 중국여자오픈(12~14일)이 열린 미션힐스의 테니얼 추 부회장은 대회 전 기자회견에서 “이곳은 24시간 골프가 가능한 곳”이라고 했다.
골프 산업은 세계적으로 하향세다. 한국만 해도 여러 골프장이 적자에 허덕인다. 미국에서는 지난해에만 150여개 골프장이 문을 닫았다. 유럽 쪽도 사정은 비슷하다. 중국은 예외다. 영국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내 골프장은 지난 10년간 3배 이상 증가했다. 2004년 170개에 불과했던 골프장은 2009년 전국적으로 600개를 넘어섰다. 미션힐스는 선전·둥관뿐만 아니라 2010년부터 하이난에도 10개 골프장을 운영중이다. 선전·둥관과 하이난을 합하면 미국 맨해튼 넓이의 1.5배에 이르는 대형 골프 리조트다. 난개발과 수질오염 등의 문제로 중국 정부가 2004년 신규 골프장 건설 금지법을 발표했는데도 중국 골프 산업은 나날이 확장을 계속해왔다. 중국은 마오쩌둥이 골프를 전면 금지시켰으나 1984년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금지를 풀었다.
추 부회장은 “20년 전만 해도 중국 골프 인구는 10만명 정도였으나 지금은 300만명 이상이다. 가족 휴양지를 접목한 좋은 골프 시설들이 많이 생겼다. 한국, 일본 등 외국인들도 중국 골프장을 많이 찾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를 초청해 프로암대회를 열어 중국 대중들에게 골프라는 종목을 알리려고 한 노력들도 있다”고 말했다. <텔레그래프>는 지난 6월 ‘중국은 왜 골프와의 전쟁을 선언했나’라는 기사에서 “중국 내 골프장 건설은 불법이지만 자치구에서 외국인 투자 명목으로 ‘골프장’이 아닌 ‘리조트’나 ‘체육공원’ 등의 이름으로 골프장 건설을 허가해줬다. 투자(돈)가 필요한 자치구와 싼 인건비에 매료된 투자가가 중국 골프 산업을 번창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미션힐스에만 4만여명이 밤낮으로 근무하고 있다.
골프장, 다시 농경지로시진핑, 반부패 정책에 주춤
2004년 이후 건설된 곳 조사
공무원들도 골프장 출입 자제 1000여명 미국 유학중
골프장 600개…10년새 3배 증가
갤러리 수천~수만명 몰리기도
펑샨샨 등 4명 미 LPGA 진출 브레이크 없이 확장을 이어온 중국 골프 산업은 시진핑 주석의 반부패 정책과 맞물려 일단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2004년 이후 불법적으로 지어진 골프장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다. 리훙 중국여자프로골프협회(CLPGA) 회장은 “금년부터 골프장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몇몇 부적합 골프장은 농경지로 다시 바뀌고 있다”고 했다. 한 골프장 개발업자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중국 골프 시장은 혼란 그 자체”라고 밝혔다. 공무원들은 행여나 골프 치는 모습이 사진에라도 찍힐까 싶어 골프장 출입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골프 선수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리훙 회장은 “2016 리우올림픽에서 골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이제 중국에서도 골프를 점점 스포츠로 인식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인 지원이 늘고 있다”고 했다. 2008년 중국 선수 최초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한 펑산산(25)이 첫 우승(2012년)을 한 직후 골프에 입문하는 어린 선수들도 많아졌다. 리훙 회장은 “미국에 살면서 골프 훈련을 하는 15살 이하 선수만 1000여명”이라고 했다. 내년에는 세계 여자골프 5위 펑산산을 비롯해 린시위(18) 등 4명의 중국 선수가 미국 무대에서 뛰게 된다.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에서 중국 선수들과 함께 경기했던 한국 선수들은 하나같이 “최근 들어 중국 선수들의 기량이 좋아졌다”고 했다. 올해 중국여자프로골프 정규 투어는 17차례 열렸다. 내년에는 20개 대회로 확대된다. 대회마다 평균 갤러리 수는 4000~5000명. 엘피지에이 투어도 해마다 두차례 중국에서 열리는데 이때는 5만명의 갤러리가 몰린다고 한다. 미션힐스는 16살 이하 선수들에게는 골프장 3개 코스를 무료로 개방한다. 중앙정부의 골프장 단속이 강화되면서 ‘살아남기 위해’ 여러 타협점을 찾아가고 있다. 지역 주민을 상대로 ‘축구골프’(파3에서 축구공을 3번 차서 홀에 넣는 식의 경기) 등의 이벤트를 열어 자체적으로 골프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축구골프 이벤트 참가자들 중 95%가 골프 문외한이었다. 한쪽에서는 규제가, 또다른 한쪽에서는 육성이 이뤄지고 있는 게 중국 골프의 현주소다. 중국 정부는 내년 6월 말 새로운 골프장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선전(중국)/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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