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1.03 18:52
수정 : 2014.11.04 00:16
박세리 등과 LPGA 개척 1세대
“2005년 브리티시 우승때 최고
나의 골프 점수 50점도 못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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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의 작은 키로 한·미·일 여자 골프 메이저대회를 하나씩 우승해 본 경험이 있는 ‘작은 거인’ 장정이 필드와 작별했다. 사진 한화골프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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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중 이슬이(3)가 자꾸 엄마 품으로 파고들었다. 딸을 가슴에 안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장정(34·한화·사진)은 말했다. “20년 넘게 골프를 했고 선수 생활만 15년 했습니다.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이제 슬이 엄마 노릇도 해보고 싶고 아내 생활도 해보고 싶고, 그리고 투정 부리는 막내딸 역할도 해보고 싶습니다.”
154㎝의 작은 키로 한·미·일 여자 골프 메이저대회를 하나씩 우승해 본 경험이 있는 ‘작은 거인’이 필드와 작별했다. 장정은 3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공식 은퇴식에서 “지난 3년 동안 시합에 많이 뛰지도 못했고 성적도 못 냈다. 오른 손목 수술을 3번이나 하면서 연습을 많이 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치니까 자신감도 없어지고 나 자신에게 실망도 많이 했다. 좀더 일찍 관뒀으면 스스로 상처를 덜 받았을 것 같다”고 했다. 아쉬움 가득한 은퇴지만 “그동안 너무 행복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2000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한 장정은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 한희원 등과 함께 엘피지에이 투어를 개척한 1세대로 평가받으며 2005년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에서 첫 우승을 일궈냈고 이듬해 웨그먼스 엘피지에이에서 2승째를 따냈다. 하지만 2008년 오른 손목 수술로 주춤하면서 전성기적 기량을 회복하지 못했다. 통산 308회 투어 대회에 출전해 톱10에는 71회 진입했다. 통산 상금으로 665만7615달러(67억원)를 벌었다. 그의 마지막 대회 출전은 지난 9월 열린 포틀랜드 클래식(공동 59위)이었다.
장정은 “내 골프 인생의 하이라이트는 2005년 첫 우승을 했을 때다. 골프를 치면서 노력한 것에 점수를 준다면 50점은 주겠지만 골프 자체로는 절반도 못 줄 것 같다. 골프 선수로서 이뤘던 성적도 있지만 운동선수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자기관리인데 내가 자기관리를 못했다. 똑같은 손목을 3번이나 수술한 것은 관리를 못한 것이다. 자기관리를 못한 게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한화골프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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