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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7.22 19:02 수정 : 2014.07.22 21:53

지난 20일 제주 오라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윤채영이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제공

‘9년만에 우승’ 미녀골퍼 윤채영
“올해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쳐
가족들이 더 기뻐해 순간 울컥
서른 전에 유럽 여행하는 게 꿈”

2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남서울컨트리클럽 제2골프연습장에서 만난 윤채영(27·한화)은 미소가 한가득이었다. 이틀 전 제주 오라컨트리클럽에서 끝난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연장 접전 끝에 승리해 생애 처음 그린재킷을 입은 것이 아직 실감나지 않는 듯했다. 2005년 8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입회 뒤 9년간 160번 대회에 참가해 이룬 첫 우승이었다.

“전체적으로 퍼터 감이 좋았어요. 감이 아무리 좋아도 마지막날 압박감 때문에 공이 의도치 않은 곳으로 가는데 이상하게 긴장이 전혀 안 됐어요. ‘넌 분명 긴장할 거야’라고 생각했는데도 티박스에 딱 서니까 1라운드 첫번째 홀에 서는 것처럼 편안해지더라고요. 연장 홀에서는 어드레스할 때 잡생각이 잠깐 났는데 ‘하나만 제발 버텨라’ 하고 기도했죠. 1m 버디 퍼트니까 다행이었지 거리가 더 남았더라면 아마 못 넣을 수도 있었어요.” 우승 뒤 홀 컵에서 공을 꺼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린 옆 나무 밑에서 울고 있는 엄마를 보니 더욱 짠해졌다. “아빠는 김포공항에서 만났는데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중학교 2학년 막내 여동생은 저를 안고 빙글빙글 돌았고요.”

172㎝의 늘씬한 몸매와 수려한 외모. 윤채영은 2009년부터 올해까지 케이엘피지에이 홍보모델을 놓친 적이 없다. 하지만 우승이 없어 “골프 선수가 왜 예쁘다는 소리만 듣지?”라는 수군거림이 들렸다. 티박스에서 다른 선수들은 “○○대회 우승자” “투어 우승 몇회”라고 소개됐지만, 윤채영에게 붙는 말은 그저 “베스트 드레서”, “홍보모델”이었다. 20대 후반으로 들어서며 두려움도 생겼다. “당장 1~2년 후면 10살 차이 나는 어린 선수들과 투어를 뛰어야 하는데 올해가 우승할 수 있는 마지막 해라고 생각하고 독하게 마음먹고 체력 훈련, 구질 훈련을 했어요. 이젠 티박스에 서면 ‘우승 선수’라고 소개되겠죠?”

투어 생활 동안 최대 고빗길은 2009 시즌이었다. 2008년을 상금 순위 10위로 마무리했던 터라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컸다. 하지만 욕심이 과했는지 훈련 때부터 볼이 안 맞았다. “현재의 감으로 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옛날의 감만 쫓아가고 있었어요. 도망가고 싶은 생각이 많았던 해였어요.” 그래도 힘든 시기를 이겨냈기에 동기들 중 맨 마지막으로 그린재킷을 입게 됐다. “희망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니까 뒤늦게라도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후배들한테도 누구에게나 힘든 시간은 있고 그것을 버텨낼 힘만 있다면 더 강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윤채영은 한화금융클래식(7월31일~8월3일)에 대비해 대회 장소인 골든베이 골프&리조트(충남 태안)에서 23일부터 합숙훈련에 들어간다. “소속사에서 주최하는 대회에서 우승하면 진짜 대박일 거예요. 첫 우승을 얼떨떨하게 했는데 이제부터는 즐기면서 (압박을) 이겨내면 진짜 승리자가 될 것 같아요. 골프는 결국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니까요.” 골프 외에 “서른살 이전에 유럽 여행을 떠나는 것”도 그의 인생 목표 중 하나다. “천주교 신자로 유럽의 많은 성당을 가보고 싶기 때문”이란다.

성남/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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