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7.03 20:21
수정 : 2014.04.27 23:06
|
전재홍(50) 코리아 엠에프에스(MFS) 대표
|
‘오직’ ‘이루다’ 골프채 만든 전재홍 코리아 MFS 대표
최경주 오렌지색 샤프트로 우승뒤
유명 골프채에 20% 가까이 장착
PGA 선수 60여명이 한국제품 써
“의류·신발 등으로 사업 넓혀갈 것”
2002년 봄 어느날, 전재홍(50·사진) 코리아 엠에프에스(MFS) 대표는 자신이 개발한 샤프트(골프채 손잡이와 헤드를 연결하는 긴 몸체) 모델을 진열한 채 미국 프로골프(PGA) 경기장 주변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그는 당시 한국인, 황인종을 상징하는 오렌지색 샤프트를 개발해 한국 골프업체로는 처음으로 피지에이 투어에서 제품을 팔 수 있는 자격을 따냈다. 하지만 어떤 선수도 한국 제품을 들고 ‘손님’을 기다리는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런데 햄버거로 끼니를 떼우고 있던 전 대표에게 한 선수가 다가왔다. 바로 최경주 프로였다. 최 프로는 “아직도 이거 하세요?”라고 물었다. 3년 전 그의 제품을 잠깐 써본 적이 있는 최 프로는 세계적인 골프 업체와 경쟁하는 힘없는 한국 업체의 사장을 안쓰럽게 쳐다 보았다. 그리곤 “제가 도와드릴게요. 한번 써봅시다”라며 자신의 우드 샤프트를 전 사장의 제품으로 교체했다.
다행히도 새로운 샤프트를 장착한 당시 무명의 최 프로는 그해 벨사우스클래식 등 2개 대회에서 연속으로 10위 안에 들더니 마침내 컴팩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모든 언론은 최 프로의 오렌지색 샤프트를 주목했다. 그가 자신이 우승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오렌지 샤프트라고 인터뷰에서 밝힌 덕분이었다.
최근 박인비 선수가 세계 골프 역사를 새로 쓰면서 한국 골프가 세계 최강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지만, 한국의 골프채 제조산업은 거의 전멸 상태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때 ‘골프의 대중화’를 선언하며 일부 국산골프채 업체가 활로를 모색했지만 곧 사라졌다.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골프용품업체가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을 파고 들었고, 국산 골프채는 싸구려에 성능도 나쁘다는 인식을 씻지 못했다. 국산 업체들도 새 기술개발 대신 판매에만 급급했던 결과였다.
병원의 기획실에서 근무하던 전 대표는 1993년 미국에 사업을 하러 건너가 한국산 샤프트를 팔기 시작했다. 고전을 면치 못하던 그는 우주항공학을 연구하는 한국인 학자의 도움을 받아 최첨단 공법을 샤프트에 접목시키는 데 성공했다. 샤프트의 뒤틀림을 최소화하고, 스윙 때 에너지 손실을 줄어 공의 비거리도 늘렸다. 또 맞바람에도 밀리지 않는 강한 샤프트가 탄생한 것이다.
‘최경주 마케팅’으로 기반을 잡은 전 대표는 10여년 만에 유명 골프채의 샤프트 점유율이 20%에 이를 정도로 회사를 성장시켰다. 피지에이의 유명 선수 60여명이 전 대표가 만든 샤프트를 자신의 골프채에 장착했다.
한국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그는 순한글 이름을 단 골프채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유일한 골프채란 뜻의 ‘오직’(OZIK), 성공을 이뤘다는 뜻의 ‘이루다’(IRUDA) 상표로 하이브리드와 우드채를 출시해 골프 동호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난해에는 국내 골프업체로는 처음으로 100만 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저가 샤프트가 판치는 시장에서 한 개에 1천달러가 넘는 초고가 샤프트를 선보이며 세계적인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한국 선수들의 선전에 힘입어 한류 열풍을 잘 이용하면 국산 골프채도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골프채뿐 아니라 의류, 신발 등 토탈 스포츠 브랜드로 키울 계획입니다.”
“이제는 자신의 체형과 체력에 맞는 맞춤 골프채를 써야 하는 시대”라고 강조하는 전 대표는 중국 광저우에 대규모 생산 라인을 설립하느라 분주하다.
글·사진/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