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메이저 3연승 ‘괴력’의 비결
“가능할 것 같지 않은 퍼팅 성공”
경쟁 선수들도 정교함 극찬
자로 잰 듯한 아이언샷도 한몫
어렵기로 악명 높은 코스에서 세계 최고수들이 경쟁을 벌이는 유에스(US)여자오픈. 경쟁자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이미 ‘침묵의 암살자’(Silent Assassin)라는 닉네임을 얻은 박인비(25·KB금융그룹)는 너무나 평온하게, 그리고 흔들림 없이 자신만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었다. 샷을 해놓고는 거의 표정 변화가 없는 것은 여전했다. 마치 은은한 미소를 띤 돌부처 같았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평온의 골프여왕’(Golf’s Queen of Serene)이라고 했다.
“인비는 자신이 치고 싶은 곳으로 샷을 한다. (샷이) 아주 길지는 않지만, 매번 너무 똑바로 날아간다. 어제 3라운드 14번홀 30피트 내리막 퍼팅을 성공시킨 것은 정말 믿기지 않았다.” 3오버파 공동 9위로 마친 미국의 간판스타 브리터니 린시컴은 이렇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어 “박인비는 경이로운 선수다. 절제되고 흐름을 탈 줄 안다. 트리플이나 더블보기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은 퍼팅을 성공시키는 그를 보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세계랭킹 2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도 박인비의 컴퓨터 퍼팅에 혀를 내둘렀다. 2010년 유에스여자오픈 챔피언 폴라 크리머(미국)는 “놀라운 플레이를 펼치는 그를 상대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더 열심히 연습하고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의 칼럼니스트 존 스트리지는 이날 누리집을 통해 “박인비가 정교한 퍼트를 앞세워 63년 만의 대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며 그를 ‘퍼팅 마에스트로’라고 치켜세웠다.
1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주 사우샘프턴의 서보낵골프클럽(파72·6821야드)에서 열린 68회 유에스여자오픈골프대회 최종 4라운드. 박인비가 63년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한 시즌 메이저대회 3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아올린 것은, 정평이 나 있는 ‘자로 잰 듯한 아이언샷’과 ‘환상적인 퍼팅 감각’ 때문이었다.
박인비는 이날 난코스에서 버디 2개와 보기 4개로 다소 흔들렸다. 이날 하루 2오버파 74타. 그러나 최종합계는 8언더파 280타(67+68+71+74)로 타의 추격을 불허했다. 4라운드 최종합계를 언더파로 낸 선수는 4언더파 2위 김인경(25·하나금융그룹)과 1언더파 3위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 등 3명뿐이었다. 그만큼 정상급 스타들도 공략하기 어려운 코스였으나 박인비 등 ‘박세리 키즈’의 샷은 각별했다.
박인비의 샷 동작은 독특하다. 드라이버와 아이언샷을 할 때 클럽을 천천히 수직으로 들었다가 몸통과 함께 유연하게 돌린다. 신체조건상 백스윙은 크지 않고, 손목을 꺾는 코킹 동작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나 견고한 하체와 90도 이상 충분히 회전하는 어깨 움직임과 팔로 스로로 자신만의 완벽한 샷을 만들어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족한 유연성을 극복하는 스윙 자세라 할 수 있다.
박인비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정교한 퍼팅이다. 이번 대회 4라운드 총 퍼팅수는 114개(25+28+28+33)로 라운드당 28.5개였다. 4라운드에서만 그리 길지 않은 퍼팅 몇개를 놓치며 흔들렸을 뿐이다.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는 240.13야드로 장타는 아니었다. 그러나 56개의 드라이버샷 중 51개를 페어웨이에 적중시킬 정도로 티샷이 안정됐다. 91%의 적중률. 그린적중률은 69.44%로 완벽하지는 않았으나 위기 때마다 정교한 퍼팅으로 파세이브를 만들어냈다.
박인비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2011년 유소연, 2012년 최나연을 포함해 3년 연속 유에스여자오픈 정상에 오르는 등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최근 10년간 유에스여자오픈에서 6번 우승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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