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6.24 09:58
수정 : 2013.06.2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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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메이저대회인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전인지가 힘차게 샷을 하고 있다. 송도 새도시의 마천루를 향해 날아가는 공이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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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10월 개장한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장은 ‘전설의 골퍼’ 잭 니클라우스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설계한 골프장이다. 바다를 메워 만든 송도 국제도시의 광할한 대지에 니클라우스는 자신의 경륜을 바탕으로 골프장을 설계했다. 바위가 필요한 곳엔 시멘트로 바위를 만들었고, 호수가 필요한 곳엔 웅덩이를 팠다. 언뜻 보아 쉬워 보이는 코스이지만 니클라우스는 곳곳에 함정을 파 놓았다. 페어웨이도 넓긴 하지만 정확한 곳에 떨어뜨려야 그린 공략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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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메이저대회인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전인지가 마지막 18번홀에서 우승을 확정짓는 버디 퍼팅을 성공시킨 뒤 캐디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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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까다로운 골프장에서 전인지(19·하이트)는 연속 4개의 버디를 했다. 프로들은 버디를 목표로 샷을 한다. 그러나 아주 잘치고, 퍼팅을 잘 해야 버디를 한다. 4연속 버디는 드물다. 더구나 전인지는 마지막날 마지막 4홀에서 연속 버디를 했다. 그래서 1타차의 역전 우승했다. 한국 여자골프사에서 길이 남을 명승부를 연출했다. 10대의 패기에, 노련함과 배짱을 겸비한 대형 신인이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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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메이저대회인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전인지가 17번홀(파3)에서 힘차게 티샷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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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열린 기아자동차 제27회 한국여자오픈 대회 마지막날 우승컵을 품에 안은 전인지는 막판 3홀을 남길때까지 우승을 하리라고는 예상하기 어려웠다.
전인지보다 앞 조에서 경기를 한 박소연(21)이 전반에 5연속 버디를 하며 선두로 치고 올라가 후반 14번홀까지 3타차 선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승부는 끈질긴 승부욕에서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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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을 확정지은 전인지가 기쁨의 눈물을 훔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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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이 안전하게 파를 지키는 작전을 하는 사이에 전인지는 과감한 공략으로 타수를 줄여갔다.
15번홀부터 버디를 잡기 시작한 전인지는 16번홀에서는 8m짜리 버디를 성공시키며 수천명의 갤러리들을 흥분시키기 시작했다.
파3의 17번홀에서도 2m짜리 버디를 잡으며 박소연과 동타를 이루며 공동선두로 올라갔지만 전인지가 마지막홀에서도 버디하리라고는 예상하기 어려웠다. 심리적 중압감에 샷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박소연은 마지막홀(파5)에서 파로 마무리하며 연장전을 준비했다. 그러나 곧 연장전 준비를 포기해야 했다. 전인지의 세번째 샷이 홀에서 1m 거리에 멈추며 버디가 유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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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우승을 한 전인지에게 동료 선수들이 물을 뿌리며 축하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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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는 내리막 퍼팅임에도 과감하게 밀어쳐 홀에 공을 사라지게 했다. 기적같이 4번째 연속 버디를 만들어내며 자신의 프로 첫 승을 메이저 대회로 장식한 것이다.
결국 전인지는 박소연뿐 아니라 이 골프장을 설계한 잭 니클라우스와의 두뇌 경쟁에서 이긴 셈이 됐다.
어렸을때 아이큐 검사를 했을때 138을 기록했다는 전인지는 수학 경시대회에서 대상을 받았고, 학교에서도 골프보다는 공부를 시키라고 할만큼 학업에도 뛰어났다.
결국 아버지의 고집대로 골프의 길로 들어섰고,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수학 공식보다는 골프가 어렵다는 전인지는 175cm의 당당한 체구와 밝은 미소, 두려움을 모르는 대담함으로 춘추전국시대의 한국 여자골프 무대에서 또 한명의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송도/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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