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6.23 19:46
수정 : 2013.06.23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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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가 23일 기아자동차 27회 한국여자오픈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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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4개홀 연속 버디
메이저대회서 프로 첫승
어릴 때 수학을 좋아했다. 충남 서산의 대진초등학교 시절 경시대회에 학교 대표로 나가 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아버지 전종진(54)씨는 딸을 낳을 때부터 운동선수로 키울 것을 작정했다. 공부보다는 골프 선수로 성장하길 원했다. 공부를 하길 권하는 교장 선생님에게 아버지는 학교에 가서 항의를 할 정도였다. 결국 골프에 전념하라고 아버지는 딸을 제주도로 전학을 보내기까지 했다.
골프보다는 수학공식 풀기를 좋아했던 전인지(19·하이트진로)는 무서운 침착함과 두둑한 배짱을 장착했다. 그리고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기아자동차 27회 한국여자오픈’(총상금 6억원)에서 막판 4개 홀 연속 버디의 집중력으로 첫 우승을 기적 같은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프로무대 1년차인 전인지는 23일 인천 송도의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4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해, 박소연(22·하이마트)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타이틀 스폰서인 기아자동차가 주는 K9 승용차와 우승 상금 1억3000만원을 받아 시즌 상금 4위(2억4900만원)로 뛰어올랐다.
지난 5월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하며 이름을 알린 전인지는 1996년 김미현(은퇴), 2004년 송보배, 2005년 이지영, 2006년 신지애, 2011년 정연주에 이어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데뷔 첫해에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한 6번째 선수가 됐다.
승부는 마지막 18번홀에서 숨막히게 마무리됐다. 전날 전인지에 1타 뒤진 채 앞 조에서 경기를 한 신인 박소연은 3번홀부터 무려 5개홀을 연속 버디로 장식하며 단독선두로 치고 올라갔다. 15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으며 기세를 이어간 박소연은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한 전인지를 3타 차로 앞서며 우승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전인지의 뒷심은 무서웠다. 15번홀에서 4.5m, 16번홀에서 8m짜리 버디를 낚아채며 추격을 시작한 전인지는 17번홀에서 2m짜리 버디 퍼트를 넣으며 1홀을 남기고 박소연과 동타를 기록했다. 그리고 18번홀(파5)에서 세번째 샷을 홀에 1.7m 붙인 뒤 내리막 퍼팅을 과감하게 밀어쳐 네번째 버디를 성공시키며 승부를 끝냈다.
전인지는 “마지막 퍼팅할 때까지 ‘정말’ 우승 퍼팅인 줄 몰랐다. 동료들이 우승 축하 세리머니를 위해 물을 뿌려주려 달려오는 순간 우승임을 알았다”고 말했다. 아이큐(IQ) 138로 수학영재로 불렸던 전인지는 “지나간 샷은 금방 잊어버리고, 지금의 샷에 몰두하는 멘털 트레이닝을 했다”고 말했다.
송도/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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