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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22 11:52 수정 : 2005.08.22 11:57

강수연

“저 박세리한테 져 본 적 없어요”

지난 2001년 미국여자프골프(LPGA) 투어에 뒤늦게 진출하기 전까지 강수연(29.삼성전자)이 자주 하던 말이다.

98년 LPGA 투어에 진출해 최정상급 스타로 군림하던 '천하의 박세리'를 발 아래로 볼만큼 강수연은 '1인자'라는 자존심이 강한 선수였다.

그도 그럴 것이 강수연은 국가대표를 거쳐 한국여자프로골프에서 3년 연속 최저타수 1위를 차지하며 상금왕까지 오르는 등 최고 선수였기 때문.

한국 무대 통산 8승에 구옥희(49), 박세리와 함께 단일대회 3연패라는 기록도 갖고 있고 2000년 아시아서키트 3승을 달성하는 등 해외 무대에서도 녹록지 않은 실력을 뽐냈던 강수연이다.

더구나 강수연의 한국여자오픈 2연패는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박세리, 로라 데이비스(잉글랜드) 등 내로라하는 LPGA 스타플레이어들이 참가한 가운데 이뤄낸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강수연이지만 2001년 첫 발을 디딘 미국무대에서는 '무명'이나 다름없는 세월을 보내야 했다.

2000년 퀄리파잉스쿨에서 공동49위에 그쳐 겨우 조건부 출전권을 받아 자존심을 구긴 강수연은 이듬해 3개 대회에 출전해 단 한번 컷을 통과하는 망신을 당했다.

그때 벌어들인 상금이 3천776달러.


눈물을 뿌리며 국내로 복귀한 강수연은 한국여자오픈, 하이트컵, LG레이디카드오픈 등 3승을 쓸어담으며 마음을 추슬렀다.

2002년에도 2승을 올린 강수연은 다시 한번 LPGA 투어에 도전장을 냈다.

퀄리파잉스쿨 7위로 당당히 전경기 출전권을 손에 넣었지만 후배들의 우승 파티에 들러리로 서는 신세는 여전했다.

2003년 다케후지클래식 준우승으로 반짝했지만 상금랭킹 33위에 머물렀던 강수연은 작년에는 '톱10' 3차례 입상에 상금랭킹은 45위로 곤두박질쳤다.

어느덧 본격적인 투어 생활 3년째에 접어든 올해도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이번 우승 전까지 '톱10' 2차례에 상금순위는 42위(21만3천달러).

때늦은 미국 진출로 미국 골프코스에 대한 적응도 쉽지 않은데다 장시간 이동과 호텔 예약과 식사 등 모든 게 익숙지 않았던 것이 강수연에게는 걸림돌이었다.

더구나 몸도 자주 아팠다.

어깨가 아파 경기 도중 기권하는 일도 있었던 강수연에게는 주변에서 "그만 하고 국내에 돌아오라"는 권유도 잇따랐다.

그러나 강수연은 "우승 한번 없이 이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미국 무대를 고집했고 끝내 집념과 오기로 생애 첫 우승을 따내 '한국 최고선수'의 자존심을 곧추 세울 수 있었다.

174㎝의 큰 키에 다소 호리호리한 체격이지만 장타력도 뒤지지 않는 강수연의 장기는 정확한 아이언샷.

미국 무대에서는 빛을 보는데 오랜 세월이 걸렸지만 강수연의 아이언샷은 한국골프장의 작은 그린에서 발군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번 대회에서 그동안 피나게 연습한 퍼팅 실력이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는 강수연은 또 같은 이름의 영화배우 강수연씨에 버금가는 미모와 화려한 의상으로 '필드의 패션모델'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인터뷰 | LPGA투어 첫승 올린 강수연

"부모님이 여기 오셨어야 했는데... 부모님께서 몇년 동안 계속 저를 따라다니셨는데 정작 우승할 때는 오시지 못했어요."

22일(한국시간)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세이프웨이클래식에서 감격의 첫승을 올린 강수연(29.삼성전자)은 마지막 18번홀을 마친 뒤 눈물을 흘린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강수연은 대회 공식 인터뷰를 통해 "우승을 차지해 너무 행복하다. 지난 3년 동안 너무나 오래 기다려왔다"며 감격을 전했다.

다음은 강수연과의 일문일답.

--첫승을 올린 소감은.

▲이번 대회 우승을 차지해 너무 행복하다. 지난 3년 동안 너무나 오래 기다려왔다. 내가 슬럼프에 빠졌다고 생각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해왔다.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연습했다. 우승은 그 결과인 것 같다.

--12번홀에서 티샷이 나무에 맞고 페어웨이에 떨어진 덕분에 버디까지 잡았는데.

▲그 샷이 바로 전환점이 됐다. 12번홀 전까지 장정이 기세를 올리며 나를 쫓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서 버디를 잡은 뒤 내가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사흘 내내 전반 9개홀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는데.

▲1~9번홀 코스가 정말 마음에 든다. 페어웨이 모양이나 그린의 컨디션, 코스의 배치가 모두 좋았다. 그래서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었다.

--오늘 박희정, 장정과 동반 플레이를 펼친 것이 편안함을 줬나.

▲그런 것은 별 상관이 없다.

--끝나고 나서 박지은, 김주연이 샴페인을 부으며 축하해줬는데.

▲그렇다. 우리는 친한 사이다.

--이번 대회에서 특히 퍼팅이 좋았던 것 같다.

▲최근 퍼팅이 잘 된다. 이번 주에는 모든 게 좋았다.

--지난 몇년 동안 슬럼프라고 했는데 이유가 무엇이었나.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뒤 내가 빨리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오래 걸렸다. 그것이 슬럼프의 이유다.

--코치가 따로 있나.

▲미국에서는 없고 한국에는 코치가 있다.

--연습할 때 주로 신경을 쓰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

▲다른 어떤 것보다도 퍼팅에 집중하고 있다. 내가 한국에서 계속 골프를 했다면 아이언샷을 퍼팅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겠지만 미국에서 좋은 스코어를 올리기 위해서는 퍼팅을 잘 칠 필요가 있다.

--왜 미국에서 퍼팅이 더 중요한가.

▲한국 골프장은 홀마다 그린이 두 개씩 있어 그린 크기가 매우 작다. 그래서 좋은 스코어를 내려면 아이언샷을 잘쳐 그린에 올려놓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미국의 골프장은 그린이 커서 올려놓기가 쉽다. 대신 퍼팅하기가 어렵다.

--오늘 골프장에 나온 한국인 갤러리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여기 나오셔서 저와 한국인 선수들에게 환호해준 모든 갤러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더욱 열심히 연습해 더 나은 플레이를 보여주겠다.

--오늘 밤 자축 계획은.

▲아직 모르겠다.

--18번홀 그린에서 눈물을 흘렸다. 행복해서 흘린 눈물인가.

▲부모님이 여기 오셨어야 했다. 그 분들은 여러 해 동안 나를 따라다녔지만 정작 내가 마침내 우승하는 순간에는 여기 오시지 못했다. 그래서 부모님 생각을 많이 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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