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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01 06:58 수정 : 2005.08.01 06:58

골프 경기에서 기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하다고 한다.나머지 80%는 정신력.

정상급 실력을 갖추고도 6년 동안 우승컵과 인연을 맺지 못해 애를 태우던 장정이 생애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일궈낼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마인드컨트롤 덕이었다.

중압감이 1∼3라운드 때에 비해 2배가 넘는다는 최종 라운드에서 '여자골프의 지존'이라는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의 동반 플레이를 치른 장정은 경기 내내 침착한 경기 운영으로 이렇다할 위기없이 무난하게 우승컵을 거머쥘 수 있었다.

우선 장정은 철저하게 소렌스탐의 '존재'를 무시하는 전략을 택했다.

경기 내내 소렌스탐과는 가능한 한 대화는 커녕 눈도 맞추지 않았고 오로지 자신의 플레이에만 집중했다.

세계적인 대선수와 동반 라운드를 하게 되면 "배우는 자세로 임하겠다"는 판에 박힌 코멘트를 날리기 일쑤지만 장정은 '배우는 자세'가 아니라 '이기겠다는 집념' 뿐이었다.

또 장정은 LPGA 투어에서 최장타자인 소렌스탐과 힘대결을 애써 피했다.

파5홀에서 소렌스탐은 어김없이 강력한 드라이브샷에 이어 2온을 시도했으나 장정은 웨지샷으로 그린을 공략하기 적당한 위치에 두번째샷을 가져다 놓는 전략으로 일관했다.


5타차라는 넉넉한 리드를 잡고 있었기에 장정은 안전 위주의 경기 운영을 선택했고 이는 대성공이었다.

장정의 전략은 첫째 드라이브샷은 거리보다 방향, 즉 페어웨이에 반드시 안착시킨다는 것이었고 둘째는 그린을 공략할 때는 버디 잡기가 쉬운 곳이 아닌 가장 안전한 방향으로 친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장정은 이날 페어웨이를 벗어난 것은 단 한번 뿐이었고 보기 역시 1개밖에 없었다.

버디 4개 가운데 2개는 파5홀에서 웨지로 친 세번째샷을 핀을 바로 노리고 만들어낸 것이었다.

무리한 버디 사냥에 나설 이유가 없었던 장정은 파4홀과 파3홀에서는 홀을 직접 겨냥한 샷보다는 그린 한 가운데를 노린 뒤 2퍼트로 파를 지키는 '지키기'에 충실했다.

이같은 안전한 플레이는 타수차를 좁히려 안간힘을 쓰던 소렌스탐에게는 조급증을 안겨주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냈다.

사흘 내내 선두를 달렸던 장정은 또 2∼3m 퍼팅은 거의 놓치지 않는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한 것이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72홀을 치르는 동안 장정은 보기를 5개로 막아냈고 버디는 20개나 뽑아냈다. 버디 찬스는 거의 놓치지 않았고 보기 위기 때 파를 지킨 경우도 많았다.

장정은 경기가 끝난 뒤 "겸허한 마음으로 코스를 밟았고 끝날 때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고 말했다.

코스를 이기려는 선수보다는 코스에 순응하는 선수에게 우승컵을 안겨준다는 골프 경기의 '진리'를 장정은 이번 대회를 통해 유감없이 증명해보인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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