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연이 27일(한국시각) 유에스여자오픈골프대회 4라운드 18번홀에서 벙커샷으로 환상적인 버디를 성공한 뒤 두 손을 번쩍 들고 기뻐하고 있다. 체리힐스빌리지/AP 연합
|
가슴이 뛴다. 눈앞에 온 우승은 달아나는 것일까…. 먼저 벙커 탈출을 시도한 미셸 위는 가볍게 공을 홀 2m 가까이 붙혀 놓았다. 공을 떨어뜨릴 지점을 정한 김주연은 두 세차례 가볍게 스윙을 한 뒤 벙커 안으로 들어갔다. ‘욕심을 버리자. 홀 가까이 붙여 파 세이브를 하자’. 아마추어 시절 19승을 하면서 다져진 심장이지만 승부가 걸린 샷은 언제나 두렵기만 하다. 그린 가장자리까지는 10m. 그리고 내리막 그린. 깊게 심호흡한 김주연은 샌드 페이스를 활짝 열어 부드럽게 백스윙을 하고, 공 2~3㎝ 뒤 모래를 향해 자신감있게 클럽을 내리쳤다. 공은 모래포말과 함께 공중으로 이륙을 시작했다. 그리고 높은 벙커 턱을 가볍게 올라 그린 끝에 떨어졌다. 방향과 비거리 모두 정확했다.
|
||||
모두들 숨을 죽였다. 이제부터는 공 마음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홀까지는 7m. 김주연은 이미 벙커 턱위로 뛰어 올라 있었다. 공이 힘차게 굴러 내려가기 시작했다. 깃대가 꽂혀 있는 홀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그리고, ‘탁’ 소리를 내곤 제 모습을 감췄다. 그 좁아 보이기만한 지름 12.5㎝의 어둠 속으로 자신을 내던진 것이다. 거짓말 같은 버디였다. 순간 박세리(28·CJ) 박지은(26·나이키골프)에 이어 엘피지에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세번째 한국 선수를 향해 환호성이 터졌다. 세계 최고의 60회 유에스여자오픈골프대회의 우승자를 결정짓는 환상의 버디 벙커샷에 모두들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 환호 소리가 김주연 때문이라는 것을 안 프레셀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패배를 예감해야 했다. 부끄러운 듯이 홀 안에 들어가 있는 공을 꺼내 손을 높이 든 김주연의 눈에는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세계 골프사에 길이 남을 마술같은 벙커샷은 이렇게 우리 앞에 다가왔다. 이길우 기자 nihao@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