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아 녹색으로 변한 난지도 대중골프장 그린 너머로 성산대교와 등촌동 아파트 단지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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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의 뒤늦은 운영권 주장=국민체육진흥공단은 146억원을 들여 지난해 6월25일 난지도 대중골프장을 완공했다. 이에 앞서 서울시와 공단은 2001년 7월 ‘협약서’를 통해 “공단은 투자비를 회수할 때까지 운영·관리하되 20년은 넘지 못한다’는 협약을 맺었다. 길게는 20년간 공단이 운영권을 갖는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서울시가 뒤늦게 운영권을 주장하면서 일이 꼬였다. 시는 골프장 완공을 코앞에 둔 지난해 3월30일 느닷없이 조례를 만들어 시가 운영권을 갖고 3년마다 공단과 위탁계약을 맺도록 했다. 시는 골프장이 ‘공공체육시설’인데, 공단이 운영하면 영리를 목적으로 한 ‘체육시설업’이 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관할 마포구는 2년 전 이미 ‘체육시설업’ 사업 승인을 내준 뒤여서 서울시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그러자 마포구는 자신들이 2년 전 내준 사업 승인을 부정하고 골프장 등록 승인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지방재정법에 따라 골프장은 서울시 재산이며, 따라서 ‘협약’은 잘못 맺었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 행정법원 공단 손들어줬지만…=공단은 한마디로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시가 조례를 근거로 3년 뒤 공단과 위탁계약을 맺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투자비도 뽑지 못한 채 골프장을 고스란히 시에 빼앗기게 된다. 공단은 서울시가 협약을 정면으로 위배했다면서 법원에 조례 무효확인 소송을 냈고, 지난해 11월 1심에서 이겼다. 시는 항소했지만 1심 판결 뒤 6개월이 지나도록 항소이유서를 내지 않고 있다. 재판 일정도 잡히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급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골프장은 코스 관리비와 직원 12명의 인건비로 매달 1억5천만원을 쓰고 있다. 공단은 또 마포구를 상대로 ‘체육시설업 등록 거부처분 취소 소송’도 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지난 1일 “법리 검토가 덜 됐다”며 선고를 연기했다. ◇ 이용료 책정 놓고도 평행선=서울시는 조례에 골프장 이용료를 1만5천원으로 못박고 올리지도 못하게 했다. 애초 3만3천원을 주장하던 공단 쪽은 “개장이 먼저”라며 1만5천원에 양보했다. 그러나 시가 이용료를 인상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해 다시 일이 꼬이고 있다. 공단 쪽은 연간 골프장 예상 입장객 6만8500명에게 이용료로 10억2천만원을 받게 되는데, 이 돈으로는 코스 관리비와 인건비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하소연한다. 더욱이 입장객이 많은 일요일과 공휴일에 월드컵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위해 문을 닫기로 한 것도 수입 감소를 부채질한다는 것이다. 오일영 난지도 골프장 운영본부 부장은 “20년 안에 투자비를 회수하려면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그러나 3만원으로 올리더라도 10만원대를 훌쩍 넘는 퍼블릭골프장에 견주면 그래도 싼 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광빈 시 공원과장은 “1만5천원씩 받더라도 골프장 직원 수를 줄이는 등 군살을 빼면 투자비를 조기에 회수할 수 있다”며 “그래도 손해난다면 그때 가서 요금을 양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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