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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11 18:43 수정 : 2005.04.11 18:43

홀컵 앞에서 2초간 ‘동작그만’‥

다시 데굴데굴

승부는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분위기는 크리스 디마르코의 상승세. 타이거 우즈에게 추월당하며 패색이 짙었던 디마르코는 14번홀(파4)에서 버디를 기록하며 1타차로 다시 따라붙었다. 가장 쉬운 홀인 500야드의 15번홀(파5)에서는 우즈가 2온으로 이글을 노리는 등 모험을 하는 사이, 침착하게 3온으로 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우즈를 압박했다. 우즈의 상승세에 눌려 더블보기를 하는 등 허둥댔던 모습은 사라지고, 첫 메이저대회 우승과 우즈라는 ‘대어’와의 맞대결 승리를 위해 강한 집중력을 보였다.

16번홀(파3). 170야드의 ‘레드 버드’라는 애칭이 붙은 이 홀은 지난해 대회 때 필 미켈슨이 8번 아이언샷으로 핀 4.5m에 공을 붙혀 버디를 기록하며, 1타차로 앞섰던 어니 엘스와 동타를 이루며 우승의 전기를 마련했던 홀.

7번 아이언으로 먼저 티샷한 디마르코는 핀 3m에 붙이며 여유를 보였다. 그러나 우즈의 공은 그린을 벗어나 왼쪽 러프에 떨어졌다. 핀과의 거리는 12m 정도였고, 그린은 경사가 심해 어프로치 거리를 맞추기도 힘든 상황에 몰렸다.

디마르코가 버디를 기록하고, 우즈가 간신히 파세이브에 성공하면 공동 선두, 파세이브에 실패하면 선두가 바뀌게 되는 칼끝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 순간 ‘골프황제’의 진면목이 나왔다. 부드럽고도 단호하게 우즈는 공을 띄웠다. 목표 방향은 그린의 핀보다 5m 정도 왼쪽 상단지역. 강한 스핀이 걸린 공은 유리알 그린에 부드럽게 안착해 약간 앞으로 흐른뒤, 마치 낫 모양으로 90도 가까이 방향을 틀어 굴러 내려가기 시작했다. 공은 황제의 그것처럼 매우 점잖게, 우아하게, 그리고 천천히 핀에 접근했다. 숨을 죽이고 우즈의 칩샷을 보던 갤러리들은 벌떡 일어나 환호하기 시작했고, 우즈도 천천히 그린에 다가섰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가던 공이 이젠 마술을 부리기 시작했다. 홀을 눈앞에 두고 동작을 멈춘 것이다. 아니 마치 들어갈까, 말까를 망설이는 듯 미세한 주저함을 보이며 2초 가량 ‘동작 그만’을 한 것이다. 그리곤 홀의 깊이를 파악했다는 듯이 홀 속으로 자신을 감추었다.

그와 동시에 쪼그리고 앉았던 우즈는 ‘오 예스’를 외치며 오른손을 불끈 쥐며 환호했고, 전세계 골프 팬들은 마스터스 신(神)의 장난에 넋을 잃었다. 주눅든 디마르코는 버디에 실패하며 다시 2타차로 물러섰다.

우즈도 ‘내생애 최고의 샷’이라고 표현한 이 칩샷은 마스터스를 대표할 명장면으로 영원할 것이다.

이길우 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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