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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골프, 첫날 비로 경기 진행 차질 |
올 들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8개 대회나 차질을 빚게 했던 '악천후의 악령'을 '명인열전' 마스터스골프대회도 피하지 못했다.
7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티오프할 예정이던 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는 대회장인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인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파72.7천290야드)을 흠뻑 적신 비와 천둥번개 때문에 5시간30분이나 늦게 시작됐다.
대회조직위원회는 "플레이를 하기에 위험한 기상 상황"이라며 5차례나 경기 개시를 늦추다 예정보다 5시간30분 늦은 현지 시간 오후에 첫 조 선수들을 코스 에 내보냈다.
대회조직위는 대신 모든 선수들이 1번홀에서 경기를 시작하려던 계획을 변경, 1번홀과 10번홀에서 동시 티오프하는 방식을 채택했지만 92명의 선수 가운데 고작 23명만 18홀을 모두 마친 채 일몰로 경기를 중단해야 했다.
때문에 이날 성적은 이번 대회 판도를 가늠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참고자료'에 불과해졌다.
하지만 투어 3승의 크리스 디마르코(미국)는 14번째홀까지 버디 5개, 보기 1개로 리더보드 맨 윗줄에 이름을 올리며 신바람을 냈다.
디마르코는 2002년 이후 아직 우승이 없지만 작년 PGA 투어 상금랭킹 12위에 올랐고 세계랭킹 15위를 달리고 있어 메이저대회 챔피언을 충분히 노려볼만한 강호. 관심을 모았던 '빅4' 가운데 현역 세계랭킹 1위 비제이 싱(피지)과 디펜딩챔피언 필 미켈슨(미국)이 한발 앞서 나갔다.
1번홀에서 티오프한 싱은 11번째홀까지 버디 3개, 보기 1개로 디마르코에 2타뒤진 공동4위 그룹에 포진했고 1번홀에서 시작한 미켈슨은 11번홀까지 버디 4개, 보기 2개로 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대회 4번째 우승으로 세계1위 탈환을 노리는 타이거 우즈(미국)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아 12번홀까지 버디는 1개밖에 뽑아내지 못하고 보기 3개를 곁들여 중위권에머물렀다.
우즈는 13번홀(파5)에서 두번째샷을 그린에 올리고도 이글 퍼팅을 너무 강하게치는 바람에 볼이 그린 밖 워터해저드로 굴러들어가는 황당한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전문가들이 꼽은 우승 후보 1순위 어니 엘스(남아공)도 11개홀을 소화하는 동안페어웨이보다는 나무 숲 사이에서 자주 샷을 날리면서 버디는 1개뿐이었고 보기는 4개나 쏟아내 발걸음이 무거웠다.
'탱크' 최경주(35.나이키골프)는 12개홀을 돌아 이븐파로 잘 버텼다.
10번홀에서 경기에 나선 최경주는 10번(파4), 12번홀(파3)에서 1타씩을 잃었지만 15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낸 뒤 2번홀(파5)에서도 1타를 줄였다.
"일단 이븐파만 치겠다"고 목표를 정한 최경주로서는 일단 목표 달성에 성공적으로 어프로치샷을 날린 셈이다.
'빅4'의 그늘에 가려 있지만 US오픈을 두차례나 제패한 세계랭킹 5위 레티프 구센(남아공)도 13번홀까지 2언더파로 순조로운 첫 걸음을 내디뎠다.
대회 첫 출전인 마크 헨스비(호주)는 18홀을 3언더파 69타로 마쳐 '돌풍'을 예고했고 역시 이번에 마스터스를 처음 경험하는 루크 도널드(잉글랜드)도 14번홀까지3언더파를 때려 '반란'을 꿈꿨다.
이밖에 그린재킷을 4차례나 입었던 아놀드 파머와 성(姓)이 같아 유명세를 탄 '마스터스 루키' 라이언 파머(미국)도 16번홀까지 2언더파로 선전했다.
파머는 아놀드 파머와는 아무런 관계가 아닌 선수. 3차례 우승자 닉 팔도(잉글랜드)는 8번째홀까지 4오버파를 치다 허리 통증으로기권, 대회 출전자는 92명으로 줄었다.
70년 대회 우승자 빌리 캐스퍼(73)는 16번홀(파3)에서 볼을 5개나 물에 빠트린끝에 14타로 홀아웃, 2가지 기록을 동시에 수립했다.
50년 허먼 배런이 세운 16번홀 최다타수(11타)를 훌쩍 넘긴 캐스퍼는 34오버파106타로 1라운드를 마쳐 56년 찰스 컨클이 수립한 대회 18홀 최다타수(95타)도 가볍게 경신했다.
그러나 캐스퍼는 스코어카드를 제출하지 않아 실격 처리되면서 16번홀 기록은물론 18홀 106타의 기록은 공식 기록에 등재되지 않게 됐다.
캐스퍼 말고도 폴 케이시(잉글랜드)는 13번홀에서 10타만에 홀아웃하면서 79타를 치는 악몽을 겪었고 데이비드 톰스(미국)는 14번홀에서 퍼팅한 볼이 페어웨이까지 굴려 내려가는 통에 더블보기를 범하는 등 '황당 해프닝'은 여럿 벌어졌다.
한편 대회조직위는 2라운드에 앞서 1라운드 잔여 경기를 치르고 2라운드 역시 1번홀과 10번홀 동시 티오프 방식으로 치러 혹시 있을 지 모르는 악천후에 대비하기로 했다.
기상 예보는 2라운드 때도 천둥번개 등 일시적인 기상악화가 예상되나 3, 4라운드 때는 맑고 화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로써 올해 PGA 투어는 15개 대회 가운데 절반이 넘는 9개 대회가 악천후로 경기운영이 지장을 받는 기록을 남겼다.
특히 베이힐인비테이셔널부터 4개 대회 연속 비로 대회 운영이 차질을 빚는 진기록도 이어졌다.
마스터스가 지금까지 69회째를 이어오는 동안 기상 악화로 대회 운영이 예정대로 진행하지 못한 것이 이번이 네번째. 지난 2003년에는 첫날 아예 경기를 열지 못해 3일 동안 4라운드 72홀을 소화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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