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16 17:20
수정 : 2005.03.16 17:20
40대 중반의 회사원 박아무개씨. 그는 최근 뒤늦게 골프에 입문했다. 갑자기 영업 부서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불가피하게 골프를 배워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런데 늦은 나이의 입문보다 더 큰 문제는 왼손잡이라는 것이었다.
“그냥 오른손잡이처럼 쳐야 하나. 아니면 그대로 왼손잡이로 쳐야 하나?” 왼손잡이로 치려니 어려움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왼손잡이용 골프채를 구하기가 힘들었다. 중고채는 물론이고 신제품도 마찬가지였다. 왼손잡이 전용 타석이 설치된 골프장을 찾기도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동네 골프연습장 코치가 “왼손잡이지만 여러모로 오른손으로 치는 것이 좋다”고 권유해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골프채·전용 타석 드물어 입문부터 ‘첩첩산중’
오른손으로 바꾸면 78타 밑으로 줄이기 힘들어
수준급 실력 원한다면 불편해도 왼손 고수해야
출생률은 10%~20% 정도 되지만 ‘제도적인 길들이기’ 탓에 성인은 4% 정도로 줄어든다는 왼손잡이의 고민은 골프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미국이나 유럽은 그대로 소수에 대한 배려로 오른손 물품 10여개에 1개 꼴로 왼손 물품을 배치해 판매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도 왼손잡이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 오른손타법의 벽=국내 유망주를 많이 지도해온 임진한 프로는 왼손타법의 유지를 권한다.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처럼 공을 치면 분명한 한계가 있다. 주니어들을 가르쳐 본 결과, 78타까지 타수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상은 안된다.” 임 프로는 그 이유로 “왼손잡이가 오른손 타법으로 치면, 임팩트 뒤 왼손을 펴서 뿌리는 듯한 동작(릴리스)이 잘 안돼 슬라이스가 많이 난다”는 점을 지적했다. 퍼팅도 감각이 떨어져 거리를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90대 정도의 타수를 치며 골프를 즐기기를 원한다면, 그냥 오른손잡이 타법을 배워도 좋다고 말한다.
◇ 왼손잡이용 골프채 없나요?=테일러메이드·캘러웨이·나이키골프·프로기아(PRGR) 등 유명한 골프용품 업체의 제품이라도, 왼손잡이용 클럽을 구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한국캘러웨이 관계자는 “왼손잡이용은 별도로 주문해야 하며, 소비자가 제품을 받으려면 한 달이나 한달 반 정도는 걸린다”고 말했다. 테일러메이드코리아 쪽도 “본사에서 10개의 클럽을 내놓을 경우 보통 2~3개는 왼손잡이용이지만 재고가 없으면 주문생산은 사실상 힘들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일본 브랜드인 프로기아 관계자는 “왼손잡이용의 신제품은 따로 나와 있지 않다”며 “주문을 하면 15일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클럽 사양도 다양하지 못하다. 오른손잡이용 골프클럽은 드라이버만 하더라도 수십 개의 제조사들이 클럽헤드의 로프트와 용량, 샤프트의 길이·강도·재질 등에 따라 다양한 사양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왼손잡이용 클럽은 사양이 몇 종류밖에 되지 않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한정된 클럽을 쓸 수밖에 없다.
◇ 왼손전용 연습타석 보기 힘들어=골프연습장도 왼손골퍼에게는 편치 않다. 오른손 골퍼와 마주보고 공을 쳐야 하기 때문에 어색함을 느낀다. 맨 구석에 마련된 타석에서 연습할 수밖에 없다. 불편한 것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해외 골프여행을 갈 때도 반드시 자기 클럽을 챙겨야 한다. 왼손잡이용 골프채가 없는 골프장이 많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왼손잡이는 이런 불편 때문에 아예 시작 단계부터 오른손골퍼로 변신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로 인해 거리가 나지 않고, 타수도 줄이기 어렵다. 당연히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그를 푸는 유일한 방법은 골프를 그냥 즐기는 것이다.
김경무 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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