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 프로와 임성민(오른쪽)씨가 지난해 필드 도전기를 처음 시작하기 앞서 한 골프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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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민의 필드 도전기
22.도전기를 마치며 6, 7년 전부터 주위로부터 골프를 하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왠지 마음이 가지 않았다. 방송에 종사하다 보니 자연스레 바르고 소박하게 사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골프는 ‘호화·사치스런 유희’라는 편견을 떨칠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세상이 변화하면서 이제 웬만한 직장의 평사원들도 골프를 즐기는 시대가 됐다. 골프를 할 줄 모르면 왠지 모를 소외감을 느낄 정도가 됐다. 회의를 해도, 비즈니스 얘기를 해도, 동창들을 만나도, 골프가 날씨 다음으로 화젯거리가 된다. 지난여름 〈한겨레〉와 함께 작업을 할 기회가 왔을 때, 더 이상 고립된 섬으로 버틸 수 없는 형편이라 막차 타는 심정으로 7번 아이언을 잡아들었다. 일할 때말고는 정신집중이라든지 머리를 쓰는 작업을 무척이나 싫어하기 때문에 골프에 정이 그리 쉽게 들지 않았다. 초보이다 보니 공은 전혀 맞지 않고 엉뚱한 방향으로 튀어나가는데다가, 폼이 엉성해 연습장에 온 사람들이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았다. 신경 쓰이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연습을 하면서 골프에서도 ‘관계’와 ‘소통’이 매우 중요하고 또 이것들에 도움이 되는 운동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한 예로 낯가림이 워낙 심해서 처음 만난 사람과 가까워지려면 적어도 1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스타일인데 골프는 나의 낯가림 1년을 한나절로 단축해주었다. 이것은 인간관계의 혁명이었다. 골프장에 들어설 때 서먹서먹했던 상대가 라운드를 마치고 나면 어느덧 형-동생이 돼 있었다. 그리고 매너와 배려가 있는 아주 예의 바르고 대화가 있는 스포츠이며, 함께 하고 있지만 알고 보면 혼자 즐기는 단체와 개인이 혼합된 매력 있는 스포츠라는 것을 알게 됐다.
골프가 어떤 운동이냐고 나에게 묻는다면, 골프는 엄격하고 까다로운 사감 선생님 같다고 말하겠다. 또 어제 잘 했다고 내일도 잘 되리라는 보장이 전혀 없는 예측불허의 민감한 운동이기에, 기분 맞추기 힘든 변덕쟁이 애인 같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섬세하고도 감성적이며 수없이 상처를 받으면서도 또 도전할 수밖에 없기에 여우 같은 여자 같다고도 표현할 수 있다. 다만, 골프장을 이용하고 운영하는 분들께 당부하고 싶은 것은 아무리 억대내기 골프가 도박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고 하지만, 내기 골프에 혈안이 돼 스포츠 정신을 해친다거나, 앞서가는 초보자의 플레이가 좀 굼뜨다고 해서 들으라는 듯이 짜증을 낸다거나, 그늘집에서 음식을 사먹지 않는 회원의 명단을 오랫동안 기억하는 그런 한국적인 행태는 사라졌으면 한다. 그런 관습이 우리 곁에 있는 한, 골프가 많은 사람들에게 편견 없이 사랑받는 스포츠로 자리잡기 어려울테니 말이다. <2부 끝> 임성민/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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