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1.22 19:06
수정 : 2018.11.22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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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수 출신 최초로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에서 엘지(LG) 트윈스에 지명된 한선태가 서울 강동구 올림픽공원에서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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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비선수 출신 1호 한선태
학원스포츠 거치지 않고 KBO 진입
이천 엘지파크에서 훈련 ‘구슬땀’
“같은 꿈 사람들 위해 선례 남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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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수 출신 최초로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에서 엘지(LG) 트윈스에 지명된 한선태가 서울 강동구 올림픽공원에서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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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포기는 있을 수 없습니다.”
동네야구를 시작으로 꿈을 키워온 한선태(24·LG 트윈스)가 마침내 프로야구 선수가 됐다. 엘지 구단이 2019 신인드래프트에서 그를 지명하면서 케이비오(KBO)리그에서 학원 스포츠를 거치지 않은 비선수 출신 1호가 됐다. 개인 레슨과 독립야구단 등을 전전하며 먼 길을 돌아온 한선태는 메디컬테스트를 통과하고 현재 경기도 이천 엘지 챔피언스파크에서 합숙훈련을 하고 있다.
최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만난 한선태는 “너무 늦어서 안 된다는 말이 제일 듣기 싫었다. 하지만 응원해주는 사람들은 모두 아는 동생들이어서 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도 없었다”고 회고했다. 뒤늦게 야구를 시작해 전문 선수들을 따라가기 벅찼지만 불확실한 미래가 그를 괴롭혔다고 한다.
그가 처음 야구를 시작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이전에는 농구만 했는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보고 난 뒤 친구와 캐치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부천공고 1학년 때는 본격적으로 야구선수가 되기 위해 친구와 함께 이웃 부천고 야구부를 찾았지만 받아주지 않았다. 당시 코치는 “기술적인 면을 떠나서 체력적으로 훈련을 따라오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고등학교 시절 야구팀을 만들어 연식 야구대회 등에도 참가했던 그는 졸업 뒤 독립야구단을 찾아갔다. 하지만 당시 유일한 독립야구단인 고양 원더스에 지망했다가 2년 연속 탈락했다. 친구는 합격했지만 이번에는 ‘비선수 출신은 프로야구 선수가 될 수 없다’는 제도적 장벽에 가로막혔다. 제도권에 합류하기 위해 한선태는 친구와 함께 세종대 야구부에도 들어갔지만 결국 길은 없었다.
군 문제부터 해결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한선태는 병역을 마친 뒤 독립야구단 파주 챌린저스 팀에 들어가 마지막 희망을 이어갔다. 그는 “출신 때문에 프로야구 선수가 될 길이 없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하고 직접 듣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자신과 부모에게 약속한 시간은 2년이었다. 그는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만 해볼 테니 도와달라고 부모에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한선태는 파주 챌린저스에서 활동하는 동안 전환점을 맞았다. 그는 “비선수 출신 3명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무시도 당했지만 형들과 친해지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특히 투구폼을 바꿔 구속이 늘어난 것이 큰 행운이었다. 언더핸드였던 한선태는 코치의 조언으로 투구폼을 바꾼 뒤 구속이 최고 146㎞까지 빨라지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하지만 제도의 한계는 여전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낸 청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야구를 포기할 생각이었지만 그의 재능을 아낀 선배들의 도움으로 일본 독립리그 팀들의 합동 트라이아웃에 참가했고, 일본에서 야구를 계속할 수 있게 됐다. 그사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트라이아웃 규정을 바꿔 드디어 비선수 출신도 케이비오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선태는 그동안 꿈과 현실 사이에서 여러 차례 고민했지만 이제 더는 망설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파주에서 코치님이 ‘어떻게든 한번 들어가면 절대 포기하지 말아라. 언젠가 한 번은 기회가 올 테니 그 전에 먼저 그만두지 말라’는 말씀을 했다”고 전했다. 한선태는 비선수 출신 1호로서의 사명감도 잊지 않고 있다. “빨리 1군에 들어가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저랑 같은 꿈을 꾸는 많은 선수를 위해서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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