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1.21 16:03
수정 : 2018.11.2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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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야구소프트볼협회 계아무개 심판위원장이 승부조작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은 고교야구 경기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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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심판들 “특정학교 밀라고 노골적 지시” 폭로
초·중 23개 대회 준결승·결승에 특정 심판 13차례 배치
검찰 “규정 위반했지만” 무혐의 처분…감독들 “면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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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야구소프트볼협회 계아무개 심판위원장이 승부조작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은 고교야구 경기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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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야구소프트볼협회 계아무개 심판위원장이 부하 심판들에게 300만원짜리 여행상품권을 판매해 갑질 논란(한겨레 11월16일치 20면 보도)에 휩싸인 가운데 이번에는 계 심판위원장이 주도하는 승부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복수의 경기도야구소프트볼협회 심판위원회 소속 전·현직 심판들 말을 종합하면, 계 심판위원장은 특정 심판을 특정 팀 경기에 연속으로 배정했고, 일부 심판에게는 특정팀에게 유리하게 판정하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2016년 5월 ㄱ중학교와 ㄴ중학교의 야구대회 준결승에서 구심을 맡았던 ㄷ심판은 “계 위원장한테서 ‘ㄱ중학교를 밀라’는 노골적인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같은해 10월 열린 ㄹ중학교와 ㅁ중학교의 경기에서 구심을 맡았던 ㅂ심판도 “계 심판위원장이 ‘감독도 없는 ㅁ중학교가 이기는 게 말이 되느냐’며 ㄹ중학교에 유리하게 판정하도록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계 위원장은 또 지난해와 올해 경기도지역에서 열린 초등대회와 중학대회 준결승과 결승에서 특정 심판을 잇따라 배정해 승부조작 의혹을 샀다. <한겨레>가 입수한 이 기간 23개 대회 준결승과 결승 심판 배정표를 보면, 특정심판이 잇따라 배정된 경우는 23차례 중 절반이 넘는 13차례나 됐다. 한 심판은 “계 위원장은 몇 년 전 자신과 함께 서울시야구협회 심판직에서 함께 물러났던 ㅇ심판 등 자신의 측근들만 집중적으로 배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계 위원장의 말을 듣지 않는 심판은 심판 배정을 조금씩 줄이다가 결국 신입 심판보다도 더 적게 배정받는다. 경기 수당을 받아야 하는 처지라 자괴감이 들고 결국 스스로 심판직을 그만 둔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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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가 입수한 지난해와 올해 경기도지역 초등대회와 중학대회 준결승과 결승 심판 배정표. 23차례 중 절반이 넘는 13차례나 준결승과 결승에서 특정심판이 잇따라 배정됐다. 대한체육회 심판위원회 규정 제22조(심판배정)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심판위원회 규정 제27조 3항은 ‘심판 배정 시 같은 선수(팀) 경기를 연속으로 배정해서는 안 된다’고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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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위원장은 특히 2017년 전반기 경기도 고교야구 주말리그에서 특정 고교의 6경기 가운데 무려 5경기에 특정 심판을 집중 배정했다. 경기도지역 한 고교야구 감독은 “이 학교와 맞붙으면 경기 전부터 으레히 ‘졌다’고 생각하고 들어간다”며 “경기가 끝난 뒤 계 위원장이 이긴 팀 감독과 히히덕 거리는 모습을 보면 정말 열불이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다른 경기지역 고교야구 감독은 “심판 배정을 양심껏해야 하는데 너무 노골적으로 배정한다. 편파 판정을 해도 해도 너무 한다”며 “지고 나오는 아이들 모습을 보면 감독인 내가 사회생활을 잘 못해서 아이들이 피해를 봤다는 생각에 속울음을 삼킨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한체육회 심판위원회 규정 제22조(심판배정)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심판위원회 규정 제27조 3항을 보면 ‘심판 배정 시 같은 선수(팀) 경기를 연속으로 배정해서는 안 된다’고 명백히 나와 있다. 일부 심판들은 이를 근거로 계 위원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규정을 위반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 만으로 협회나 경기 당사자를 착오에 빠뜨려 주말리그 운영을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리했다.
이 때문에 피해를 본 감독과 심판들은 “검찰이 계 위원장에게 되레 면죄부를 줬다”고 반발하고 있다. 감독들은 ‘심판평가제’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한 감독은 “계 위원장한테 찍힐까봐 먼저 나서는 감독이 없다. 한마디로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고 설명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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