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1.15 10:53
수정 : 2018.11.15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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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 경기 장면.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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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들 모아놓고 300만원짜리 여행상품권 판매
심판들 “‘가입 안하면 심판 배정 없다’ 압력”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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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 경기 장면.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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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 심판에 대한 출퇴근 운전 갑질과 경기 전날 감독 술자리 호출 등으로 물의를 빚고 경질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황아무개 심판위원장에 이어(한겨레 7월18일~24일 보도) 이번에는 경기도야구소프트볼협회 계아무개 심판위원장이 부하 심판들에게 여행상품권을 강매해 갑질 의혹에 휩싸였다.
복수의 경기도야구소프트볼협회 심판위원회 소속 전·현직 심판들은 계 위원장이 이틀간의 심판 교육일정 중 첫날이던 지난해 3월15일 경기도 안산시 배나물구장 다용도실에서 경기도협회 심판위원 18명을 모아 놓고 “매달 10만원씩 30개월간 납입하는 300만원짜리 특정 여행사 상품권에 가입하라”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계씨는 특히 이 과정에서 심판들에게 “내가 너희들에게 연습경기 한 번이라도 더 넣어주면 되잖아. 가입하지 않는 사람은 심판 배정 없다”며 압력을 행사했다고 심판들은 주장했다.
현장에 있던 한 심판은 “심판배정권을 가진 심팜위원장이 가입하라고 해서 심판들 모두 부담스러워했다”며 “여행 상품도 성지순례 같응 생뚱맞은 것이었다”고 전했다.
두 심판위원은 계 위원장을 검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계 위원장이 그런 말을 했다고 인정하더라도 이를 객관적으로 고소인들에게 현실적인 공포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해악을 고지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다른 심판위원들은 강요라고 느끼지 않았다는 진술을 한 점, 당시 8명만 여행 상품에 가입하고 추후 일부가 해약한 점을 고려하면 강매라고 인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며 불기소 무혐의 처리했다.
이에 대해 고소에 참여한 한 심판은 “심판들 대부분이 생계가 어려워 한경기라도 심판을 더 보려고 하는데 한달 10만원의 여행상품 가입 권유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는 검찰 판단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애초 여행상품에는 대부분의 심판들이 가입했는데, 계 위원장이 나중에 문제가 되니까 ‘강제는 아니다, 해약해도 된다’는 식으로 말을 바꾸면서 상품 가입자 수가 줄어들고 일부가 나중에 해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해약해도 전액을 돌려받진 못했고, 50% 정도 환급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계 위원장의 여행상품 가입 권유는 그 전에도 두차례나 더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한 서울지역 고교야구 감독은 “당시 계 위원장이 서울시야구협회 심판위원으로 재직하던 몇몇 감독과 후배 심판들에게 여행상품 판매를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심판에 밉보이면 안되는 감독 처지에선 부담이 안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한 전직 심판은 또 ”계 위원장이 서울시 심판위원직에서 물러난 뒤 사회인야구 사설 리그인 경기도 파주시 에이스볼파크 심판위원장으로 있을 때 후배 심판들에게 여행상품을 강매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계 심판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다 알면서 뭘 물어보느냐, 그런 적 없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한겨레>의 거듭된 질문에 “무슨 자격으로 물어보느냐, 기자가 맞다는 증거가 있느냐”는 등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경기도 야구소프트볼협회 이태희 사무국장은 “검찰에서 불기소 무혐의 결정을 내린만큼 계 위원장에 대한 징계 계획은 없다”며 “(계 위원장이) 서울시 심판위원직에서 경질될 때는 이 문제가 아니라 심판위원들 사이의 파벌 때문에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또 파주시 에이스볼파크는 사설리그이기 때문에 우리가 상관할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계 위원장의 심판위원장 임기는 올해 연말까지이며, 연임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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