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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14 14:57 수정 : 2018.11.14 19:47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AG 금메달 명예 못 지켜줘 참담” 입장문
“전임 감독 필요없다” 정운찬 총재 발언에
“제 사퇴가 총재 소신에 부합할 것” 직격탄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2020 도쿄올림픽까지 임기가 보장됐던 선동열(55) 야구대표팀 감독이 전격 사임했다. 지난해 7월 한국 야구대표팀 사상 첫 전임감독으로 취임한 지 1년4개월 만이다. 선 감독은 특히 사퇴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와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에게 직격탄을 날려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선 감독은 14일 기자회견문에서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이었음에도 변변한 환영식조차 없었고, 금메달 세리머니조차 할 수 없었으며 금메달을 목에 걸 수도 없었다”며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금메달의 명예와 분투한 선수들의 자존심을 지켜주지 못한 데에 대해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때 저는 결심했다. 감독으로서 선수들을 보호하고 금메달의 명예를 되찾는 적절한 시점에 사퇴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선 감독은 또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당시 “어느 국회의원이 말했다. ‘그 우승이(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지 않는다.’ 이 또한 저의 사퇴결심을 확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며 손혜원 의원의 발언을 직접 겨냥했다. 이어 선 감독은 “전임감독제에 대한 (정운찬) 총재의 (전임감독제가 필요없다는) 생각, (국감 발언에서) 비로소 알게 됐다”며 “저의 자진사퇴가 총재의 소신에도 부합하리라 믿는다”고 정 총재에게도 직격탄을 날렸다.

선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으며, 대한체육회 역사상, 국가대표 감독 역사상, 한국야구 역사상 처음이라고 알고 있다”며 “스포츠가 정치적 소비의 대상이 되는, 그리하여 무분별하게 증인으로 소환되는 사례는 제가 마지막이길 간절히 희망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정치와 스포츠는 분리되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선 감독은 병역 특례 논란과 관련해 시대의 비판에 둔감했던 점을 재차 사과하면서도 “선수 선발과 경기운영에 대한 감독의 권한은 독립적이되, 존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 감독은 이날 오후 2시 정운찬 총재와 면담을 앞두고 기자들에게 급히 문자 메시지를 돌려 오후 2시30분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들 앞에 선 선 감독은 애써 분노를 억누르는 듯했고, 결국 준비해 온 사퇴 기자회견문을 다 읽지 못한 채 1분30여초 만에 회견장을 나갔다.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그는 웃으며 “사과문(기자회견문)으로 다 말씀드린 것 같다”며 손을 내저었다.

선 감독의 자진사퇴에 정운찬 총재의 리더십에도 치명타를 입었다. 장윤호 케이비오 사무총장은 “총재와 저, 케이비오 직원 모두 선 감독의 사퇴를 예상하지 못했다. 총재가 오늘 (면담을 마치고) 문을 나서려는 선 감독을 막아서면서까지 사퇴를 만류하며 ‘도쿄올림픽까지는 팀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며 “차기 감독에 대해서는 생각할 틈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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