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8.03 11:30
수정 : 2018.08.0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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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잠실 라이벌전 자료 사진. 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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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상대 전적 11전 전패
남은 5경기도 모두 지면
1982년 삼미에 이어 36년 만에
특정팀 시즌 전패 ‘흑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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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잠실 라이벌전 자료 사진. 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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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프로야구 엘지(LG) 트윈스가 올 시즌 두산 베어스에 11전 전패를 당했다. 지난 시즌까지 포함하면 무려 13연패다. ‘잠실 라이벌’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다,
엘지는 지난달 31~2일까지 잠실 3연전에서 두산에 2-6, 8-14, 5-6으로 졌다. 시리즈 2차전과 3차전은 앞서다가 역전패했고, 세 경기 모두 5회 이후 두산의 막강 타선에 마운드가 무너졌다. 특히 2일 경기는 엘지로선 굴욕적이다. 두산이 몇몇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며 선발에서 제외하거나 중간에 교체했다. 사실상 1.5군을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펼치다 결국 1점 차 패배를 당했다.
3경기 모두 비슷한 패턴으로 졌다. 안타 수는 시리즈 1차전 11-11, 2차전 17-16, 3차전 10-9로 같거나 오히려 더 많이 쳤다. 특히 3차전에선 볼넷 수에서도 8-6으로 앞서 더 많은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두산은 기회 때마다 후속 타자들이 진루타와 희생 뜬공으로 쉽게 점수를 낸 반면 엘지는 후속타 불발로 득점 기회를 번번이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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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홈런을 치고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는 LG 트윈스 박용택. LG 트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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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 뻔한 경기도 많았다. 지난달 20~22일 3연전은 엘지로선 너무나 뼈아프다. 시리즈 1차전에서 5회까지 4-1로 앞서다 6회 이후 4실점하며 4-5로 역전패했다. 시리즈 2차전은 엘지에겐 올 시즌 가장 기억하기 싫은 장면이다. 5회까지 8-1로 크게 앞서 마침내 두산전 연패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그러나 6회 이후 불펜이 무엇에 홀린 듯 6회부터 9회까지 무려 16점을 내주며 10-17로 졌다.
사실 이 경기가 두 팀의 연승과 연패 흐름을 반전시키지 못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질 뻔한 경기를 잡으며 연승 분위기를 탔다”고 했고, 류중일 엘지 감독은 “다 잡은 경기를 내준 게 아쉬웠다. 팬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잠실구장을 함께 쓰는 ‘한 지붕 두 가족’인 엘지와 두산은 라이벌 의식이 매우 강하다. 두산이 엘지에 한참 밀리던 90년대 초에는 두산 구단 고위관계자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우승은 못해도 엘지에겐 꼭 이겨달라”고 말할 정도였다. 엘지는 2005년 두산에게 연패를 당하자 ‘이길 때까지 무료입장’을 선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러니 두 팀은 맞대결 성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2014년 두산에 8승 1무 7패로 앞섰던 엘지는 2015년에도 8승 8패로 팽팽했다. 하지만 2016년 7승 9패로 밀렸고, 지난해에도 6승 1무 9패로 열세였다. 올해는 16번의 맞대결 중 11패를 먼저 당했다. 남은 5경기에서 모두 승리한다 해도 상대전적에서 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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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는 두산 베어스 선수들. 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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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는 2009년 기아(KIA)를 상대로 2승 1무 16패를 당한 뒤 특정팀 상대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다. 두산과의 남은 5경기 중 3승 이상을 거두지 못하면 9년 만에 특정팀 상대 가장 나쁜 맞전적으로 기록된다.
문제는 지금 분위기로 엘지가 과연 두산을 상대로 1승이라도 거둘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만약 남은 5경기마저 모두 진다면 프로야구 원년(1982년) 전설의 팀 삼미 슈퍼스타즈가 두산의 전신 OB 베어스한테 16전 전패를 당한 이후 무려 36년 만에 한 시즌 특정팀 상대 전패 기록을 다시 쓰게 된다. 만약 1승이라도 올리면 2016년 롯데 자이언츠가 ‘경남 맞수’ 엔씨(NC) 다이노스전 1승15패와 같아진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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