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6.04 19:36
수정 : 2018.06.0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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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우. 한화 이글스 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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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단 때 ‘오른손 류현진’ 기대 달리
부상 등 부진…2년8개월만에 ‘2승’
승부근성 등으로 당당히 선발 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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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우. 한화 이글스 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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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있는 승리지만 마냥 기쁘기보다는 부끄러운 마음이 컸어요.”
지난달 17일 프로야구 한화 투수 김민우(22)는 무려 984일 만에 자신의 통산 두번째 승리를 거둔 뒤 뜻밖의 소감을 밝혔다. 2년8개월 만에 얻은 승리의 기쁨보다는 기대치에 못 미쳤던 지난 3년을 돌아본 소회였다. 김민우는 2015년 2차 1순위로 입단해 ‘한화 마운드의 미래’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016년 부상 이후 늘 ‘가능성 있는 투수’에 그쳤다. 그런데 ‘통산 2승’ 이후 확실히 변했다. 이후 3경기에 선발 등판해 1승1패를 거뒀고, 3경기 모두 5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3점 이하를 허용했다. 부상 공백을 딛고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김민우를 지난달 30일 대전 한화이글스파크에서 만났다.
김민우는 “재활을 하면서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주위에서 아직 젊으니 천천히 하라고 조언해주셨다”며 “확실히 다져나가려 노력했고 누구나 그렇듯이 시야가 넓어지고 내면이 강해진 것 같다”고 지난 3년을 돌아봤다.
올 시즌에도 출발은 순탄하지는 않았다. 3월29일 첫 선발의 기회를 얻었지만 2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헤드샷(타자의 머리를 맞춘 것)으로 자동 강판당했다. 김민우는 “잘하고 싶었고 공도 좋다고 느껴 기대했는데, 공이 손가락에서 빠졌다. 정말 아쉬웠던 경기였다”고 말했다. 불펜으로 보직변경해 한차례 더 출장했지만 인상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2군으로 내려가 투구폼을 수정해 제구력이 좋아지고 스피드도 올랐지만 1군 무대는 여전히 높았다. 지난달 5일 복귀전에서 3⅔이닝 동안 6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한용덕 감독으로부터 “볼에 힘이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이 전화위복이 됐다. 올시즌 리빌딩에 좀더 방점을 두는 한화의 방침도 김민우에게는 행운이었다. 189㎝, 106㎏의 당당한 체구로 입단 때부터 ‘오른손 류현진’으로 기대를 모았던 그는 한화 마운드에 장기적으로 꼭 필요한 선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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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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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우는 시즌 첫승을 따낸 이후 자신감을 얻었고 좀더 과감해졌다. 지난달 29일 엔씨(NC)와의 경기에서 6이닝 동안 4안타 1실점으로 프로데뷔 최고의 성적으로 시즌 2승을 거뒀다. 2회 박석민한테 홈런을 맞았지만 박석민과 다음 타석 대결에서 홈런맞은 똑같은 코스로 밀어붙여 외야 뜬공으로 잡아내는 승부근성을 보였다. “피해가려면 피할 수 있었지만 자존심이 상했다. 피한다는 것 자체가 지는 것 같아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붙고싶은 마음이 강했다”고 했다.
그는 아직 특정 기록 등 수치와 관련된 목표는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첫승한 뒤 배영수 선배로부터 ‘첫승에 만족하지 말고 꾸준함을 이어가라’는 조언을 들었다”며 “지금처럼 5일 간격의 등판을 잘 준비해 잘 던지고, 잘하든 못하든 큰 기복없이 이닝을 소화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화 마운드의 선발 한자리를 담당하면서 부끄러움은 해소됐을까. 김민우는 “나 자신뿐 다른 사람들이 내게 거는 기대도 클 것”이라며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그 기대치가 충족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금 장기적으로 보면 한화 마운드의 에이스가 되는 게 그가 바라는 기대치이다.
대전/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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