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4.19 00:34
수정 : 2018.04.19 16:08
LG, “분명히 잘못된 것” 인정
KBO “경위서 받은 뒤 제재 논의”
프로야구 엘지(LG) 트윈스가 상대 배터리의 구종별 사인을 종이에 적어 더그아웃으로 이어지는 통로 벽에 붙여놓았다가 적발됐다. 엘지는 이를 시인했고,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9일 징계를 논의하기로 했다.
엘지는 1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기아(KIA) 타이거즈와의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라커룸에서 더그아웃으로 가는 통로 벽에 기아 배터리의 구종별 사인을 분석한 내용을 에이(A)4 용지에 적어 벽에 붙여놓은 것이 드러났다.
여기에는 ‘KIA 구종별 사인’이라는 제목 아래 우타자 기준 몸쪽과 바깥쪽을 포함해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포크볼 포함) 등에 관한 사인 내용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예를 들어, 포수가 검지로 허벅지 왼쪽을 터치하면 몸쪽이라는 뜻이고, 검지와 중지를 함께 내밀면 커브를 던지라는 사인이다.
사인 훔치기와 관련해 의심되는 사례는 몇 번 있었지만, 이처럼 구체적인 내용을 선수단 전체가 볼 수 있는 곳에 인쇄물로 붙인 사례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논란이 커지자 엘지는 “주자의 도루를 돕기 위한 것”이었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엘지 구단은 “전력분석에서 정보전달을 하는 내용 속에 주자의 도루 시 도움이 되기 위한 내용이 있었다. 분명 잘못된 것이다. 향후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엘지의 ‘사인 훔치기’는 리그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케이비오 리그 규정 제26조 ‘불공정 정보의 입수 및 관련 행위 금지’ 조항을 살펴보면 1항에 “벤치 내부, 베이스코치 및 주자가 타자에게 상대 투수의 구종 등의 전달 행위를 금지한다”고 나와 있다. 2항 역시 전자기기 사용을 금지하면서 “벤치 외 외부 수신호 전달 금지, 경기중 외부로부터 페이퍼 등 기타 정보전달 금지”라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엘지는 규정 1항과 2항을 모두 위반한 셈이다.
한국야구위원회는 19일 엘지 구단의 경위서를 받은 뒤 제재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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