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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1.07 14:53 수정 : 2017.11.07 14:53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다시 ‘쩐의 전쟁’이다. 자유계약(FA) 시기는 도래했고 올해도 구단들의 구미를 당기는 굵직한 선수가 꽤 있다. 혹자는 규모의 경제에 맞지 않는 ‘거품’을 우려하지만 자유계약이 시장 경제 논리에 따라 움직인 적이 있던가. 시장 규모에 맞는 ‘몸값’을 얘기하지만 자본주의 민낯인 ‘부익부 빈익빈’의 심화만 닮아가고 있을 뿐이다.

두산 민병헌. 두산 베어스 제공.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자유계약 권리 승인을 요청한 18명 선수들은 8일부터 모든 구단과 협상이 가능하다. 민병헌(두산), 강민호·손아섭(이상 롯데), 정근우(한화), 이대형(kt) 등을 비롯해 기아 팀 사정상 1년 계약을 했던 양현종 또한 ‘제한적 자유계약’ 선수 신분이다. 이미 “기아에 남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양현종은 기아를 제외한 다른 구단과는 자유계약을 할 수 있다. 여기에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김현수와 황재균이 국내 유턴을 준비중이다.

롯데 강민호. 롯데 자이언츠 제공.
자유계약 몸값은 해마다 리그 규모에 맞지 않게 천정부지로 뛰어왔다. 지난해에는 최형우(KIA)가 최초로 100억원 시대를 연 이후 일본, 미국을 거쳐 국내로 유턴한 이대호(롯데)가 150억원(이상 4년 기준)에 계약했다. 팀은 10개 구단으로 늘었는데 선수층은 얕다 보니 검증된 선수들에 대한 투자가 더욱 과감해지고 있는 추세다. 외국인선수 몸값이 나날이 치솟는 까닭도 이와 무관치 않다.

기아의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은 성적에 목마른 구단들로 하여금 ‘검증된 자유계약선수’에 대한 적극적 투자를 유발할 가능성이 짙다. 기아는 키스톤 콤비 안치홍·김선빈의 군 제대에 맞춰 최형우에게 고액을 베팅하고 메이저리그 경력의 외국인선수를 영입하면서 우승 기반을 다졌고 결국 8년 만에 통합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기아 이전에 외부 자유계약 선수 영입에 인색했던 두산이 장원준을 깜짝 영입하면서 우승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두 팀의 공통점은 내부 전력을 탄탄하게 다진 뒤 과감히 대형 선수에 투자해 목표한 바를 이뤄낸 케이스라 하겠다.

롯데 또한 이대호를 영입하면서 올해 ‘정규리그 3위’의 값진 과실을 땄다. 자유계약 시장에 최근 5년 동안 473억원을 쏟아붓고도 가을야구 진출에는 거듭 실패했던 한화와 달랐다. 한화는 자유계약선수를 영입하면서 내준 유망주가 오히려 타 팀에서 활약하면서 땅을 쳤다. 한국시리즈에서 인상적 모습을 보여준 임기영은 한화가 송은범과 계약 하면서 기아에 내준 보상선수였다. 삼성과 케이티 또한 지난 2년 동안 각각 128억원, 92억원을 썼으나 결과는 2년 연속 9·10위였다. 준척급 선수들에 대한 분산 투자는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했다. 2011년말 이택근 영입 외에는 외부 에프에이(FA) 영입이 없던 넥센이 꾸준히 중위권 성적을 내는 것도 ‘외부 에프에이영입=성적 상승’의 등식을 부정한다.

자유계약 선수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앞으로 더 냉정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준척급 자유계약 선수 여럿을 영입하면서 감수해야 할 리스크(보상선수 등)보다는 대형 선수 한 명을 잡는 게 팀 성적에 낫다는 것이 기아·두산·롯데의 사례를 통해 어느 정도 드러났기 때문이다. 물론 투자의 선결조건은 있다. 팀 내부 전력을 보다 객관적으로 봐야만 한다는 것이다. 내부 전력이 어느정도 갖춰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100억, 150억 선수를 영입해도 성적은 늘 제자리걸음이다. 자유계약 투자 실패와 성공을 내밀하게 분석해 합리적 투자가 필요한 때다. 에프에이 영입보다 팀 유망주를 발굴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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