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7.09.01 11:42 수정 : 2017.09.01 11:42

도곡동 야구회관에 위치한 한국야구위원회(KBO) 내부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도곡동 야구회관에 위치한 한국야구위원회(KBO) 내부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17 프로야구는 조만간 700만 관중을 넘는다. 8월31일 현재 총 관중이 692만2081명이다. 전반기부터 선두를 고수하고 있는 기아와 후반기 치고 올라온 롯데의 힘이 컸다. 지난해보다 기아는 33%, 롯데는 5% 관중이 증가했다.

국내 스포츠 사상 첫 2년 연속 800만 관중이 보이지만 프로야구는 올 시즌 중대한 기로에 섰다. 구단 관계자와 프로 심판 간의 부적절한 돈 거래가 거듭 드러나며 경기 공정성에 흠집이 생겼다. 10개 구단 중 4개 구단(두산·KIA·삼성· 히어로즈)이 연루됐다고 한다. 앞서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중국 진출 사업과 관련한 입찰비리가 터져 나왔고 불법 스포츠도박과 이어지는 경기조작 수사도 연례행사처럼 이어지고 있다. 음주운전 등 선수들의 일탈 행동도 잊힐 만하면 불거진다.

한 야구 원로는 “이러다가 대기업들이 프로야구 구단을 접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걱정을 한다. 만성 적자인데도 그룹 이익의 사회 환원과 이미지 제고를 위해 스포츠 구단에 연간 수백억원의 돈을 투자하는데 부정적 이미지만 계속 구축한다면 굳이 프로 스포츠 구단을 소유할 이유가 없어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겠으나 프로야구는 이미 ‘현대 유니콘스’라는 아픈 상처가 있다. 현대 그룹은 야구단 존속 이유가 없어지자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야구단을 과감히 포기했다. 연 관중 800만을 자랑하는 야구단의 위치가 그렇다.

매각까지는 아니더라도 모기업이 당장 내년부터 구단 지원액을 줄일 수도 있다. 가뜩이나 대내외적 환경 탓에 지원액을 줄이는 판이다. 외부 광고업계의 시선 또한 싸늘해질 수 있다. 부정과 일탈이 계속되는 스포츠를 통해 누가 광고를 하고 싶겠는가. 당장 프로야구는 내년도 메인 스폰서를 찾아야 하는 입장이다. 지난 3월 한국에서 처음 열린 세계야구클래식(WBC) 때도 후원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터라 만만찮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모그룹없이 구단을 운용 중인 히어로즈는 올해 최악의 광고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7 KBO리그 개막전 모습. 연합뉴스
야구위는 그동안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일탈·부정 행위는 어느 조직에서나 조금씩 있다”며 안일하게 대처해 왔다. 심판-구단 간 돈거래가 터졌을 때도 “개인 간 사적인 거래”라며 선을 그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구단이나 야구위 태도를 보면서 팬들의 실망은 더욱 커진 상태다.

심판과 돈거래를 한 구단들에 대한 징계를 위해 상벌위가 열린다고 하지만 제재 수준은 미약할 듯 보인다. 야구 규약 제 150조 부정행위에 대한 제재에서 야구위가 취할 수 있는 것이라곤 경고나 1억원 이상의 제재금 부과 뿐이다. 제명 방안이 있으나 구단 해체는 구단이 적극적으로 승부조작에 가담했을 때만 취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다. 프로축구처럼 가차없이 승점을 감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계권료 분배 때 불이익을 준다거나 혹은 신인 드래프트 후순위 지정 등 해당 구단에 직접적인 불이익을 주는 제재 방안이 없다. 소속 선수의 승부조작 사건이 터져도 구단은 약간의 벌금만 내면 끝난다. 상벌위 자체가 독립적인 기구가 아닌, 야구계 선후배들이 얽혀 있는 폐쇄적 조직이어서 한계가 있다.

심판-구단 관계자 간 돈거래가 불공정 경기를 노린 대가성 뇌물이었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오히려 프로야구 출범 때부터 이뤄져 온 ‘관례적 상납’이었다고 보는 시각이 맞을 것이다. 구단들도 ‘피해자’라는 인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그런 이유가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공든 탑은 한 번에 무너지지 않는다. 잔기둥들이 하나씩 흔들리며 부지불식 간에 와르르 무너진다. 공정성이라는 씨앗에서 태생한 스포츠는 조그만 일탈·부정 행위 하나가 리그 전체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2년 연속 800만 숫자에 도취될 때가 아니란 말이다.

whizzer4@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