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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24 16:15 수정 : 2017.08.24 16:15

두산 김태형 감독. 두산 베어스 제공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야구+]
출구없는 스트레스로 건강 적신호 켜진 프로 사령탑들

두산 김태형 감독. 두산 베어스 제공
김인식 전 한화 감독은 일찍 틀니를 했다. 스스로는 “술·담배를 많이 해서”라고 말하지만 두산, 한화 사령탑을 지내면서 경기 때 입을 꽉 다물고 있던 습관 때문에 잇몸이 망가졌다. 김 전 감독은 뇌경색으로 쓰러진 적도 있다. 그는 “경기 안팎으로 속앓이 하는 감독 마음을 누가 알겠는가”라고 했다.

선수도 아프지만 감독도 아프다. 연간 적게는 144경기, 많게는 160경기 이상(시범경기, 포스트시즌 포함)을 치르다보니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수밖에 없다. 가장 최근에는 김태형 두산 감독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19일 수원 케이티(kt) 전이 끝난 뒤 복통을 호소한 김 감독은 대장 바깥쪽으로 튀어나온 작은 주머니에 염증이 생기는 게실염 진단을 받고 입원치료를 했다. 3경기를 결장하고 24일 팀에 합류한 김태형 감독은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시즌 중에 아파서 마음이 좀 그랬다”면서 “결국은 내 부주의다. 그동안 스트레스를 받으면 음식으로 풀고는 했는데 이제는 자제를 해야겠다”고 말했다. 치료 때문에 입원 동안 금식을 했던 김 감독은 퇴원 뒤에도 한동안 음식 조절을 해야만 한다. 완치를 위해서 시즌 뒤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김 감독에 앞서 김경문 엔씨(NC) 감독이 잠시 동안 더그아웃을 비웠다. 지난달 말 어지럼증과 급체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했고 검사 결과 뇌하수체에 작은 선종이 발견됐다. 다행히 양성 종양으로 판명됐지만 1주일 가량 팀을 떠나 있어야만 했다. 작년에는 김성근 전 한화 감독이 시즌 도중 악화된 허리 통증으로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류중일 전 삼성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얼굴이 자주 붉어져서 한의원에 가니까 화를 안으로 삭여서 몸에 열이 많다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예전에는 스트레스성 위염 때문에 경기 전 항상 약을 챙겨먹는 감독도 있었다. 더 나아가면 2001시즌 도중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그라운드로 영영 돌아오지 못한 김명성 전 롯데 감독이 있다. 백인천 전 삼성 감독 또한 1997년 고혈압과 뇌출혈로 쓰러지며 지휘봉을 내려놨었다.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 NC 다이노스 제공.
2년 연속 800만 관중을 바라보는 등 프로야구 인기가 많아지면서 감독들이 받는 스트레스 강도도 덩달아 세졌다. 보장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경질되는 사례가 늘어나며 성적에 대한 압박감이 더 심해졌고 당일 결과에 따른 팬들의 반응이 실시간으로 온라인을 통해 노출되면서 이래저래 속앓이가 증가했다. 불면의 밤을 보내는 날도 더불어 늘어났다. 오죽하면 “감독 부상자명단(DL) 같은 게 있어서 감독도 10일 정도 엔트리에서 제외돼 쉴 수 있는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하는 사령탑까지 있을까. 올스타 휴식기조차 짧아져서 쉴 수 없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프로야구처럼 경기 수가 많고 시즌이 긴 스포츠 종목은 지구상에 없다. 1년 내내 90~100여명의 선수단을 이끄는 수장의 스트레스도 그만큼 세다. “4년 연속 통합 우승한 다음날부터 다가올 시즌을 걱정했다”는 류중일 전 감독의 고백처럼 스트레스 출구도 없다. 김태형 감독 또한 애써 “스트레스도 결국 프로 감독이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프로 사령탑으로 17시즌동안 2056경기를 지휘했던 김인식 전 감독은 “지금 당장은 괜찮을 지 몰라도 나중에 건강이 안 좋아질 수 있다. 화를 삭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씩 밖으로 터뜨려줘야 한다”면서 “쉽지 않겠지만 감독들 스스로 마음을 편히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후배 감독들에게 전했다.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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