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6.29 09:08
수정 : 2017.06.29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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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트의 황재균이 29일(한국시각) 에이티앤티(AT&T) 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안방경기에서 6회 1점 홈런을 터뜨린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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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전 홈경기 127m 대형포
샌프란시스코 5-3 승리 일등공신
“데뷔전 홈런 안 믿기고 꿈 같아”
보치 감독 “피츠버그전도 함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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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트의 황재균이 29일(한국시각) 에이티앤티(AT&T) 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안방경기에서 6회 1점 홈런을 터뜨린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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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소망했던 빅리그 진출의 꿈이 마침내 이뤄졌다.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빅리그 진출은 극적이었고, 신고식은 너무나 강렬했다.
황재균은 29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에이티앤티(AT&T) 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서 5번 타자 3루수로 선발출전해 4타수 1안타(1홈런) 2타점을 올렸다. 3-3으로 동점을 이루던 6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승부의 균형을 깨는 1점 홈런을 날렸다. 콜로라도의 선발투수 카일 프릴런드의 3구 시속 145㎞ 포심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기는 결승 홈런을 터뜨렸다. 비거리가 127m에 이를 만큼 대형 홈런이었다.
황재균은 팀이 0-2로 뒤지던 4회말 1사 1·3루에서는 콜로라도 투수의 글러브를 맞추는 내야땅볼을 쳐내 이날 샌프란시스코의 첫 타점도 기록했다. 샌프란시스코는 황재균의 활약에 힘입어 5-3으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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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균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메이저리그 데뷔 첫 홈런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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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은 황재균은 국내 구단들의 거액 제안을 뿌리치고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좇았다. 메이저리그 입성이 보장되지 않은 스플릿 계약도 받아들였다. 스프링캠프에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훈련해 ‘2017 바니 뉴전트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지만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그의 경쟁자들인 크리스티안 아로요, 코너 길래스피, 라이더 존스가 차례로 메이저리그로 불려 나가는 동안 황재균은 트리플A에서 잊혀갔다.
황재균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동료들이 콜업 되니 비슷한 수준인 나도 곧 올라갈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솔직히 견디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빅리그의 자리는 한정돼 있는데다 황재균에게 ‘선택의 시간’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옵트아웃’(자유계약선수 신분을 얻어 방출되는 것)을 행사하려면 7월2일까지 결정해야 했다. 그는 “옵트아웃을 하려고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능성을 생각하기는 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선택을 4일 앞둔 28일 황재균에게 마침내 행운이 찾아왔다. 내야수 코너 길래스피가 허리 통증으로 10일짜리 부상자명단에 오르면서 황재균이 빅리그에 출전할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황재균은 바람처럼 스쳐 지나갈 수도 있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극적인 합류로 더욱 높아진 관심 속에 크고 시끄러운 한방을 날렸다. 메이저리그 새내기로서 첫날부터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는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다. 황재균은 경기 뒤 방송 인터뷰에서 “한 경기라도 뛰고 싶어서 미국에 건너왔는데 오늘 이뤄져 너무 기분 좋다. 그리고 그 경기에서 결승 홈런을 쳐서 믿기지 않고 꿈만 같다”고 말했다.
지역 언론들은 황재균이 2014년 이후 3년 만이자 역대 구단 역사상 17번째로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한 선수라고 소개했다. 샌프란시스코가 콜로라도와의 3연전을 싹쓸이하면서 황재균의 활약상은 더욱 주목을 받았다.
‘엠엘비닷컴’(MLB.COM)은 국내에서 유명했던 황재균의 배트 던지기를 다시 들추었고, 지역지인 <머큐리 뉴스>는 “빅리그에서 뛰는 꿈을 실현하기까지 그의 야구 인생 전체와 트리플A에서 3개월이 걸렸다”는 소개와 함께 황재균 야구인생을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황재균은 데뷔전 화끈한 신고식으로 빅리그 출장 기회를 연장했다. 브루스 보치(52)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황재균 때문에 고민이 생겼다”며 “황재균은 피츠버그 원정길에 우리와 함께 간다. 에두아르도 누녜스가 복귀해도 황재균을 3루수로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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