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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8 14:58 수정 : 2019.12.19 02:11

이세돌 9단이 18일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도곡타워에서 인공지능 한돌과 대국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은퇴 이벤트 국산 인공지능 한돌에 1국 승리
흑 78수 씌우기에 인공지능 축 살피지 못해
3년 전 알파고와의 대결 때도 78수가 ‘신의 수’
김만수 8단 “이세돌 극한의 상태로 몰아가”

이세돌 9단이 18일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도곡타워에서 인공지능 한돌과 대국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초보자도 볼 수 있는 축머리 기본 수읽기. 인공지능 ‘한돌’의 ‘떡수’에 이세돌도 놀란 듯했다. 하지만 국후 평가에서는 이세돌의 극강의 수에서 비롯된 인공지능의 버그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세돌 9단이 18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대 한돌’ 치수고치기 3번기 1국에서 92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3년 전 알파고와의 ‘세기의 대국’에서 1승(4패)을 거둘 때도 78수가 결정타가 됐는데, 이번에도 78번째 수가 승패를 갈랐다.

이날 대국은 바둑계 은퇴를 선언한 이세돌 9단을 위한 이벤트. 이세돌의 상대는 엔에이치엔(NHN)이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한돌이었다. 한돌은 올해초 박정환, 신진서 9단 등 최정상 5인과의 공개 대국에서 5전 전승을 거둔 국내 최강의 인공지능이다. 이번엔 당시보다 더 업그레이드 됐다.

이런 까닭에 이세돌 9단은 흑 두 점을 먼저 깔고 대국에 임했다. 바둑용어로는 접바둑이며, 우열이 갈리면 다음번 대국에 까는 돌을 증감하는 치수고치기다.

불리한 상태에서 대국을 시작한 한돌은 초반부터 이세돌을 압박하면서 중반에 균형을 맞추기 시작했다. 상변에 집을 마련한 이세돌은 우변 흑 대마를 돌보지 못하면서 인공지능 한돌의 포위에 갇혀 생사가 불분명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세돌이 중앙 지역에서 한돌의 외곽 포위망을 뚫기 위해 놓은 78번째 수로 백 석점을 씌웠을 때 한돌의 믿기지 않는 수가 나왔다. 바둑 초보자들도 쉽게 알 수 있는 축머리 기본수를 읽지 못하면서 엉뚱하게 착수했고, 장문으로 바로 백 석점을 제압한 이세돌은 우변 흑대마를 살리면서 사실상 판을 끝냈다.

현장에서 해설을 진행한 김만수 8단은 “이세돌은 초반 수비 전략으로 무난하게 가다가 중반 이후 한돌의 강력한 공격으로 대위기에 처했다. 이세돌 9단이 보통의 기사들과 달리 자기 집이 다 죽을 수도 있는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 나갔다. 그런 것이 학습한 것과 다르다고 느낀 한돌이 흔들린 것 같다. 한돌의 백 75, 77로 끊어 잡으러 간 수가 무리수였다. 반면 흑 78, 82 묘수로 이세돌이 위기를 탈출했다”고 평했다. 또 “접바둑을 두더라도 인공지능은 이쪽 저쪽에 두면서 야금야금 안정적으로 서서히 이겨가는데, 한돌이 한방에 끝낼 것처럼 너무 공격적으로 나왔다. 한돌에 입력하는 공격과 수비의 균형값을 조정하는 데 실패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돌의 개발사인 엔에이치엔은 “이세돌의 78수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라고 했고, 이세돌은 “78수는 프로라면 당연히 그렇게 두는 수”라고 밝혔다.

1억5천만원의 출전료를 받는 이세돌은 이날 승리로 5천만원의 수당을 추가했다. 19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2국에서는 먼저 깔지 않고 맞바둑(호선)으로 둔다. 만약 이세돌이 이긴다면 21일 마지막 3국에서는 한돌이 두 점을 깔아야 한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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