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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2.13 16:50 수정 : 2019.02.13 19:05

다음달 9일은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의 세기의 대결 첫 대국이 열린 지 3돌이 되는 날이다. 당시 이세돌의 우세를 점쳤던 많은 팬들은 알파고의 4승1패 압승 결과에 충격을 받았다. 우주의 원소 수보다 많다는 바둑의 경우의 수를 기계가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순진했다.

이후 새로운 프로그램이 봇물처럼 등장했다. 3년 전 구글 딥마인드가 만든 알파고 프로그램보다 업그레이드된 알파고 제로를 비롯해 중국 텐센트의 줴이, 벨기에의 릴라제로, 한국 엔에이치엔의 한돌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다. 한돌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신진서, 박정환, 김지석, 이동훈, 신민준 등 국내 톱5 기사를 상대로 한 대국에서 5전 전승을 거뒀다.

천동설이 지동설로 바뀐 것처럼 바둑의 수법이 달라졌다. 초반에 3·3에 들어가거나, 5선 어깨 짚는 행마는 과거 ‘절대 두지 말라’는 악수였으나 지금은 실전적인 기법이다. 프로기사들도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듯 인공지능의 수순을 익히고 있다. 바둑 해설가들도 중계하면서 틈틈이 인공지능 바둑을 참고한다.

바둑의 기존 권위도 무너지고 있다. 과거에는 일인자나 고수들의 해설에 가장 무게가 실렸다. 모르는 수가 있으면 이너서클 등 소모임에서 집단지혜를 짜내기도 했다. 이제는 혼자 궁금증을 풀 수 있다.

유명 기사의 문하로 들어가 도제식으로 수업을 받는 것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고급 그래픽카드를 장착한 컴퓨터만 있으면 인공지능과 언제든 일대일 대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진서 9단은 핸드폰과 집에 있는 컴퓨터를 연결해 집 밖에서도 인공지능과 바둑을 둔다고 밝힌 바 있다.

상대를 볼 수 없는 온라인 대국에서 인공지능을 옆에 켜놓고 대국하는 반칙도 나오고 있다. 실제 한 프로기사는 온라인 대국에서 다음 수를 인공지능으로 검토했다고 말해 한국기원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물론 프로나 아마 5단 이상의 고급 기력자가 아닌 일반 바둑팬들은 인공지능과 크게 상관이 없다. 인공지능의 수순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만수 사범은 “역사가 오래된 바둑에서 좋고 나쁨은 없고 해석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한 수 위의 인공지능이 던져준 화두를 해석하는 방식은 민주주의처럼 저마다 다르고, 거기서 기사 간 승패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금 스포츠팀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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