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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0.18 00:00 수정 : 2018.10.18 11:02

[짬] 농심배 한·중 바둑 대표팀 목진석-위빈 감독
16일 베이징 한국문화원서 대담
“이창호 창의적 아이디어 독보적”
“한국 기사도 커제 목표로 삼아”

“인공지능 바둑 기력향상에 필수
세계인에 바둑 문턱 낮추는 구실
바둑 세계화에 기회와 도전 양면”

중국의 위빈 바둑국가대표팀 감독(왼쪽)과 목진석 한국 바둑국가대표팀 감독이 16일 중국 베이징의 한국문화원 회의실에서 바둑판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이버오로 제공

1990년대 이후 한·중 바둑 기사 중 두 나라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기사는 누구일까?

16일 중국 베이징의 한국문화원에서 만난 위빈(51) 중국 바둑대표팀 감독은 “이창호”라고 꼽았고, 한국의 목진석(38) 대표팀 감독은 “커제”라고 대답했다. 위빈 감독은 “이창호는 세계 바둑대회에서 타이틀을 많이 따기도 했지만 바둑 기술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고 평가했다. 목진석 감독은 “90년대부터 20년 넘게 중국에서 마샤오춘이나 창하오 등 대단한 기사가 나왔지만 그 시대의 일인자는 없었다. 커제는 다르다. 한국의 기사도 커제를 목표로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위빈 감독이 이창호의 무게감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이창호가 이전까지 불가능한 영역이었던 ‘반집 계산’을 바둑계의 정설로 만들었고, 감정을 초월한 듯한 ‘석불’의 이미지가 여전히 중국 바둑팬들의 가슴에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유창한 중국어와 친화력으로 한·중 바둑교류에 앞장서온 목진석 감독은 중국의 간판 커제를 언급해 존중의 뜻을 표했다. 실제 21살의 커제는 최근 3년간 극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세계 최강의 기사다.

뭇 스타가 등장해 경쟁하고 자극하면서 한·중 바둑은 발전해 왔다. 위빈 감독은 “90년대와 2000년대 한국이 세계바둑에서 강한 실력을 보여주었다. 한국이라는 라이벌이 존재해서 중국이 더 발전한다. 한국의 존재는 우리에게 영광이다”라고 상찬했다. 목 감독은 “중국은 지금 매우 강한 위치에 있다. 중국이라는 하나의 큰 목표가 있어 한국기사가 늦추지 않고 간다. 중국은 한국 바둑 발전의 큰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위빈 바둑국가대표팀 감독(왼쪽)과 목진석 한국 바둑국가대표팀 감독이 16일 중국 베이징의 한국문화원 회의실에서 팔씨름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이버오로 제공
일본이 현대바둑을 정착시킨 공이 크지만, 현재는 한·중이 순망치한이라는 표현대로 서로 없어서는 안될 파트너로 협력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중국 프로바둑 리그에는 한국기사들도 많이 진출해 있다. 한·중 통합랭킹이나, 장기적으로 한·중 통합리그도 두 나라 기원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위빈 감독은 “기력을 발전시키는 데 인공지능이 획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지금은 중국과 한국이 세계바둑에서 앞서나가지만, 일본 기사들이 인공바둑 시대에 실력을 끌어올린다면 중국과 한국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목 감독도 “한·중·일의 전문 프로기사들이 새로운 수법을 연구하고 기력을 향상시키는데 인공지능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라고 공감을 표했다.

16일 베이징 한국문화원서 대담
“이창호 창의적 아이디어 독보적”
“한국 기사도 커제 목표로 삼죠”

“인공지능 바둑 기력향상에 필수
세계인에 바둑 문턱 낮추는 구실
바둑 세계화에 기회와 도전 양면”

물론 국가대표팀 운영 등 집중적인 투자와 영재 발굴도 중요하다. 위빈 감독은 “중국과 한국 두 나라의 세계대회 선발제도가 비슷하지만 한국에는 연구생 제도가 있어 좋은 것 같다”며 부러움을 나타냈다. 이에 목 감독은 “한국은 지금까지 소수 정예의 천재를 어려서 발굴해 키우는 형태로 버텨왔다”고 답했다.

중국이 많은 바둑 자원에서 선수를 충원하고, 한국은 영재를 조기발굴해 키우는 특성이 다르지만 차세대 스타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는 똑 같다. 위빈 감독은 “커제 이후의 스타는 누구냐?”는 질문에, “판단하기 어렵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하기 힘들다”며 조심스러워 했다. 다만 “바둑을 잘 두는 것과 스타성이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목 감독은 “박정환, 신진서 이후 중국에 대항할 새 선수를 배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북아 3국에서 세계로 바둑시장을 넓히는 것도 과제다. 인공지능이 나오면서 미국과 유럽인들에게 어렵게 다가갔던 바둑의 체감장벽이 낮아진 것은 좋은 일이다. 위빈 감독은 “사회적으로 바둑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지 않도록 각 나라에서도 노력해야 한다. 중국은 초등학교에서 바둑교육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목 감독도 “한·중·일의 승부나 대회도 중요하지만 바둑의 세계화에 미래가 달려 있다. 중국에 유소년 교류전을 부탁했다”고 소개했다.

20회 농심신라면배 바둑최강전을 계기로 이뤄진 위빈 감독과 목 감독의 솔직 대담에는 감추거나 꾸미는 것이 없었다. 둘의 순수하고 투명하고 진지한 자세를 보면 바둑이 사람과 사람, 국가와 국가를 연결하는 인류 최고의 문화 상품 중 하나임을 느낄 수 있었다.

베이징/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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