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3.16 15:48
수정 : 2016.03.17 09:46
|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제2국에서 이세돌 9단이 패한 뒤 복기를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
대국 내내 표정변화 없고 화장실 한 번 안 가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리인으로 나왔던 구글 딥마인드의 아자 황 박사에 대해 ”가장 수고하신 분 중 한 명“이라며 ”정말 대단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세돌 9단은 16일 김포공항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아자 황은 대국 내내 표정 변화도 없고 화장실도 한 번도 안 갔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자 황은 인공지능 알파고를 대신해 바둑판 위에 돌을 놓고, 이세돌 9단의 수를 알파고에 입력하는 역할을 했다.
그는 알파고가 놀라운 수를 두며 이세돌 9단과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에서도 무표정을 유지해 눈길을 끌었다.
이세돌 9단은 이런 아자 황의 자세가 대국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는지 묻자 ”그런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자 황이 매너를 지키려고 그랬던 것 같다“며 ”화장실을 한 번도 안 간 것은 물론 물도 안 마시더라. 물을 딱 한 번 마셨는데, 정말 조금 마셨다. 진짜 목이 말라서 그랬던 것 같다. 수고 많으셨다“고 돌아봤다.
이어 ”아마 대국 전부터 물을 안 마셨을 것이다. 좋은 사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은 아자 황이 1국 후 함께 복기를 했지만, 자신이 복기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그 이후에는 복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대국의 주인공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였기에, 아자 황은 최대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이다. 그러나 아자 황의 무표정은 오히려 그의 존재감을 더욱 드러나게 했다.
인간의 대국에서는 상호 작용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아자 황이 인간적인 반응을 철저히 숨기면서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 대국을 더욱 낯설게 느끼게 됐다.
누리꾼들은 ”아자 황이 바로 알파고가 아니냐“라며 놀라워했다.
이세돌 9단도 ”그분이 혹시 알파고의 본체가 아닌가, 그런 느낌이 있기는 했다“며 ”이번 대국은 알파고-아자 황과 이세돌, 2대 1의 대결이었다“며 웃었다.
그렇게 아자 황은 이세돌 9단에게 강렬한 인상을 줬다. 꿈에도 나올 정도였다.
이세돌 9단의 아내 김현진 씨는 이날 아침 이세돌 9단이 잠꼬대를 하면서 아자 황을 언급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호텔 조식을 주문하고 남편을 깨웠는데 이세돌 9단이 잠결에 ”응. 아자 황이랑 먹을래“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세돌 9단은 ”꿈 내용은 기억이 안 난다“며 ”인상이 강렬했는지, 매너를 지켜줘서 고마웠는지 그랬나보다“라며 웃었다.
연합뉴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