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3.14 19:34
수정 : 2016.03.1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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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이 13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4국에서 180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둔 뒤 동료 기사들과 복기하고 있다. 구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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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생사 걸린 싸움 회피…
침투뒤 싸움 벌여야”
“흑 쥐면 7집 반 덤 부담…
4국 작전 또 쓰기 쉽지 않아”
“50대 50이다.” 프로기사들은 15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리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5번기 마지막 대국의 승률을 반반으로 본다. 1~3국까지는 넘기 힘든 상대였지만, 4국에서는 알파고의 약점 돌출로 해볼 만한 싸움이 됐다. “흑을 쥐고 이겨보겠다”는 이세돌 9단의 발언은 자신감의 발현이다.
이번 대국에서 돌을 먼저 두는 흑은 집 계산 때 7집 반을 빼야 한다. 선착의 이점이 있지만 아무래도 집을 더 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요즘은 초반 포석 등 웬만한 곳에 대해서는 연구가 다 돼 있어, 프로기사들은 백을 잡는 것을 좋아한다. 그럼에도 이세돌 9단이 흑을 잡겠다는 것은 그의 호전적 기질을 보여준다. 김만수 8단은 “이세돌 9단의 강한 도전정신이다. 승률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백돌에 이어 흑돌을 잡고도 이기고 싶다는 의욕이 느껴진다”고 했다.
이 9단의 알파고 공략의 초점은 배수의 진을 친 알파고 교란작전이다. 김찬우 6단은 “알파고에게 큰 집을 허용한 뒤, 그곳에 침투해 ‘생과 사’가 걸린 싸움을 벌여야 한다. 알파고는 부분 전투가 아니라 생사가 걸린 싸움을 회피한다”고 했다. 복잡한 상황에서 사는 길과 죽는 길을 여러 개 선택할 수 있지만, 딱 한 수밖에는 달리 길이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 연산이 헝클어진다는 것이다. 3국에서 하변 알파고의 백 진영에 침투한 뒤 이세돌 9단이 좌하귀에 패를 내면서 수를 낸 것이 사례다. 당시에는 초반에 워낙 밀린 상태라 이세돌이 뒤집기에 실패했다. 하지만 4국에서는 중앙의 알파고 흑 진영에 파고들어 알파고가 버그를 일으킬 정도의 ‘떡수’를 이끌어 냈다. 여기에 알파고팀이 하루 휴식 기간에 문제가 발생한 알고리즘을 정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근본적인 제약은 있다. 김만수 8단은 “흑을 쥐면 덤의 부담 때문에 4국의 작전을 또 쓰기는 쉽지 않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1~2가지의 약점이 있다고 밝힌 만큼 나름의 대책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의 돌을 이어지지 못하게 끊는 수를 두는 경향이 있다. 그것을 자연스럽게 해나가면서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어 갈 수도 있다.
이세돌 9단은 “흑을 쥔 것은 49대51로 불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거대한 집을 내주고 폭파 공작을 펼칠지, 아니면 거꾸로 거대한 세력을 쌓아 상대를 유인할지 변수는 여럿이다. 바둑팬들은 승률 50% 미만이 나오면 흔들리는 알파고의 모습을 5국에서 다시 보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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