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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3.25 19:53 수정 : 2012.03.25 19:53

이세돌 9단(왼쪽)이 17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32강전에서 중국의 당이페이 4단과 대국을 펼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비씨카드배 32강전서 ‘1승10패’ 초토화
이원영만 이겨… 한국 16강 진출 3명뿐

‘이세돌, 너마저….’

‘대륙발 쓰나미’에 한국 바둑의 정예들이 초토화됐다. 21일 막을 내린 세계대회 최고 수준의 상금(총 8억3000만원)을 자랑하는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32강전. 무관 탈출을 노리던 이창호 9단이 미위팅 3단에게 진 데 이어, 이세돌 9단도 당이페이 4단에게 패하며 3연패가 좌절됐다. 중국랭킹 42위인 미위팅 3단은 96년생이고 52위인 당이페이 4단은 94년생이다. 중국 10대 검객들의 반란에 한국의 두 기둥이 맥없이 쓰러져 충격파는 더 컸다.

‘양이’의 추락은 서막에 불과했다. 최근 흐름이 좋았던 김지석 7단을 비롯해, 허영호 9단, 김승준 9단, 김기용 6단, 온소진 6단, 이원도 4단, 나현 초단 등이 중국의 새파란 기사들에게 뭇매를 맞고 잇따라 반상에 널브러졌다. 한·중전 결과는 1승10패. 이세돌-당이페이 대국을 지켜봤던 목진석 9단은 “경악할 사건”이라는 말로 충격을 대신했다. 32강 전투의 포연이 걷힌 뒤 살아남은 한국 기사는 박영훈·백홍석 9단, 이원영 3단 단 3명뿐이다. 그마저 박영훈·백홍석은 같은 한국 기사를 이겼고, 이원영 1명만이 중국과의 전투에서 생존했다. 한국은 랭킹 1~10위 기사 가운데 박영훈(8위)만 16강 땅을 밟은 반면 중국은 8명이 건재하다. 다음달 5일부터 열리는 16강전에서 박영훈-이원영이 맞붙는 ‘집안 싸움’이 차라리 다행으로 여겨질 정도. 8강 한자리를 찜해 놓은 가운데 백홍석이 뉴위톈과 맞붙는다.

같은 날(17일) 열린 이창호 9단(왼쪽)과 미위팅 3단의 32강전 모습. 한국기원 제공
대륙발 쓰나미는 10대 저단자들이 몰고온 것이란 점이 더 충격으로 다가온다. 중국은 미위팅과 당이페이 외에도 장웨이제·저우루이양(91년생), 탄샤오(93년생) 등 이른바 ‘90후 세대’ 5명이 16강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한국은 이원영(92년생) 1명뿐이다. 일주일 전 중국에서 열린 세계대회 바이링배의 판박이였다. 바이링배에서도 한국은 본선에 오른 16명 가운데 1990년대 이후 출생자가 5명인 반면, 중국은 무려 22명이나 됐다. ‘영원한 국수’ 김인 9단은 “2000년대 들어 중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프로지망생들의 조기 입단을 유도한 정책과 기업들의 바둑 지원 열기 등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대회의 잇따른 참패를 계기로 입단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서봉수 9단은 “인기를 높일 수 있는 해법을 찾아 신규 자원이 더 어린 나이에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90후 세대’들이 대부분 13살 이전에 입단한 기사들로, 한국도 15살 이전에 ‘조기 입단’하는 문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18살 입단’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이대로 가면 중국에 완전히 패권을 내줄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바둑계에 팽배하다”며 “올해부터 바둑 영재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15살 이전에 입단할 수 있는 길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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