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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2.12 20:34 수정 : 2012.02.12 20:34

장웨이제(20·왼쪽·중국), 이창호(36·오른쪽)

엘지배 기왕전 오늘부터 결승
‘중 새 강자’ 장웨이제와 격돌
무관 탈출할 절호의 기회 잡아

죽느냐, 사느냐.

이창호(36·오른쪽 사진) 9단이 기사생활 4반세기 일생일대의 승부를 만났다. 13일 한국기원에서 시작하는 제16회 엘지(LG)배 세계기왕전 결승이 그것이다. 중국의 장웨이제(20·왼쪽) 5단과의 3번기에서 이기면 명예회복의 계기를 잡는다. 우승상금 2억5000만원은 덤. 그러나 진다면 악몽이다. 이번 결승전은 이창호에게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 무관 탈출 기회가 될지 모른다. 이미 바둑왕전·십단전·지에스(GS)칼텍스배에서 중도 탈락했고, 명인전에서만 유일하게 본선 시드를 받았을 뿐 낮아진 랭킹(9위) 탓에 다른 국내외 기전에는 모두 통합예선부터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국수를 빼앗기면서 22년 만에 무관이 된 지 벌써 1년. 통산 ·140회(비공식 기전 2개 포함) 우승에 빛나는 그로선 도무지 인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바람 앞 등불이 된 위기의 ‘국보’ 이창호. 훅 꺼질까? 아니면….

이창호는 최근 세계대회 결승전 성적이 썩 좋지 않다. 2005년 3월 춘란배 우승 이후 세계대회 결승전에 10차례 나가 중급 규모의 중환배에서 우승한 것을 빼고는 메이저 대회에서 9번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다. 지난 연말 이세돌 9단과의 올레배 결승전 패배(1-3)의 아픔도 채 가시지 않았다. 많이 가라앉았다고는 하지만 머리에 열이 오르는 상기증 탓에 스튜디오 대국장 조명은 여전히 불편하다.

하지만 초일류는 벼랑 끝에서 강하다고 한다. 이창호는 ‘바닥까지 쳤다’는 절박감이 크다. 한달 뒤면 ‘아빠’가 된다는 사실도 보이지 않는 힘이 되기에 충분하다. 이창호는 또 엘지배와 인연이 깊다. 16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본선에 오른 유일한 기사로 그동안 우승 4번, 준우승 2번을 했다. 이번 기에는 랭킹이 낮아 본선 시드를 받지 못했지만, 예선부터 출전해 거침없는 9연승을 거두며 결승까지 올랐다. 더욱이 엘지배는 속기전이 아니라 제한시간 3시간을 고수한 정통 기전이다. 이창호로서는 여러모로 유리한 조건들이다. 김인 국수는 “우선 한판 한판 부담감을 떨치고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진 실력대로만 바둑을 둔다면 이창호는 여전히 세계 최강에 가깝다”고 했다.

이번 대회는 한-중의 헤게모니 싸움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양국은 수년째 세계 바둑계를 양분해왔지만, 최근 1년 동안은 한국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비씨카드배(이세돌)를 시작으로, 춘란배(이세돌), 후지쓰배(박정환), 삼성화재배(원성진) 차례로 한국은 쾌조의 4연승 중이다. 하지만 엘지배만은 3년 연속 중국 차지였다. 이홍렬 <조선일보> 바둑전문기자는 “한-중 라이벌 관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엘지배에서 제동을 걸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결승에서 만나는 장웨이제는 지난달 중국 랭킹을 4위까지 끌어올린 신흥 강자다. 2010년 구리 9단을 꺾고 명인전을 거머쥐었고, 지난해는 쿵제 9단을 상대로 방어했다. 지난해 후지쓰배에서 김지석·셰허 등을 제치고 4강에 오르더니, 엘지배에서 한국의 조한승·원성진·김지석을 연파하고 결승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 예선 포함, 8연승 중이다. 따라서 이번 결승전은 세계대회 사상 첫 통합예선을 거쳐온 기사끼리의 대결이다. 이창호는 “무관 탈출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의지를 다졌고, 장웨이제는 “거목을 상대로 세계대회 첫 우승을 따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사진 한국기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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