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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10 09:32 수정 : 2020.01.10 09:36

포스타입 화면 갈무리

포스타입 화면 갈무리

지층 정령 소녀와 지질학자의 여행이란 독특한 소재로 숱한 독자들에게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선사한 웹툰 <달이 내린 산기슭>의 손장원 작가가 지난해부터 독립 콘텐츠 플랫폼 ‘포스타입’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포스타입은 작가가 공개 분량을 정하고 직접 요금을 정할 수 있는 연재 공간 플랫폼이다. 손장원 작가는 이곳에 여러 작품을 시범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하늘 너머>라는 작품으로 유난히 눈길을 끈다.

<하늘 너머>의 배경은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 없이는 살 수 없는 서울이다. 주인공은 보기만 해도 텁텁한 도시에서 한 거대 공간의 상층 유리창을 닦는 게 일인 젊은 여성이다. 그 공간은 유독 도시에서 ‘나 홀로’ 청결을 유지하는 곳이다. 어느 날 주인공은 날아온 비행 로봇과 만나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게 된다. 하지만 주인공이 대화를 나눈 건 로봇의 인공지능이 아니었다. 실상은 로봇 인공지능을 조정하는 여성 연구원과 대화한 것이다. 이 둘의 인연과 주인공의 사연이 어떤 방식으로 풀릴지 몹시 궁금해지는 지점에서 전개가 딱 멈춘다. 이 작품은 ‘백합 장르’(여성 간의 우정과 유대에 천착하는 판타지 픽션장르. 레즈비언 장르와는 구분됨) 독자라면 즐거울 만한 대목이 많다. 가까운 미래를 다룬 에스에프(SF)물이 디스토피아적 소재로 이처럼 아기자기하고 인간미 넘치는 얼개를 만들긴 쉽지 않다. 꼼꼼한 묘사와 깊이 있는 캐릭터 구축은 작품 전체의 생활감과 리얼리티를 살리는 데 한몫을 한다. 경탄이 저절로 나온다.

서찬휘(만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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