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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09 09:11 수정 : 2020.01.09 09:23

책 <문 뒤에서 울고 있는 나에게>. 박미향 기자

향이네 식탁

책 <문 뒤에서 울고 있는 나에게>. 박미향 기자

새해가 되면 지난해 했던 후회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게 되죠. 저도 예외는 아니어서 올해는 더 많은 책을 읽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1월1일 실천에 나섰지요. <문 뒤에서 울고 있는 나에게>를 집어 들었습니다. 술술 읽히지만, 내용은 그리 녹록지 않은 책입니다.

일러스트 작가인 김미희씨는 친모가 자신을 버린 얘기를 추운 날 어묵 사 먹듯이 아무렇지 않게 고백합니다. 아버지는 가정폭력을 일삼았고, 자그마한 공장에서 미싱사로 일한 새어머니가 그를 키웠습니다. 행복이 그에게도 찾아옵니다. ‘착하고 아름다운 사람’인 남편을 만난 거죠. 하지만 남편은 신장암에 걸려 그의 곁을 떠납니다. 책의 첫 장은 장례식장을 정하는 일로 시작합니다. ‘장례식장은 석계역 근처로 정했다.’ 지나치게 평범한 문장입니다. 메밀전병처럼 지나치게 밍밍한 맛입니다. 그런데 왜 울컥하는 걸까요. 무난한 표현의 ‘극강’ 미학이 저를 흔들더군요.

한편 사람은 참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안도감이 들더군요. 투덜거리는 날이 많지만, 여전히 해맑게 웃을 수 있는 제 일상에 말입니다. 그는 남편이 남겨준 선물을 곱씹습니다. ‘삶이 얼마나 간절해질 수 있는지 알게 된 것’과 ‘잡고 싶은 특별한 순간은 나 혼자일 때가 아니라 우리일 때’라는 것을 말입니다. 전 이 아름다운 에세이가 많은 독자를 만나기를 염원합니다.

ESC가 이번에 소개하는 ‘신 국악’도 ‘간절한 우리 삶’처럼 평범하지만 특별한 세계더군요. 주목하지 않았던, 버려지다시피 한 우리 전통음악에 작지만, 힘이 센 날개가 달리기 시작했어요. 이 공연들을 챙겨서 보는 일은 ‘더 많은 독서’란 제 새해 결심만큼이나 중요하다는 판단에 도달했어요.

박미향 팀장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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