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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25 20:38 수정 : 2019.12.26 09:11

<판벌려> 시즌 1. 사진 VIVO TV 화면 갈무리

<판벌려> 시즌 1. 사진 VIVO TV 화면 갈무리

2020년이 코앞입니다. 새해를 앞둔 때는 누구나 뒤를 돌아보기 마련이죠. ESC 기자들이 돌아본 2019년은 ‘세상의 모든 즐거움’을 ESC에 담기 위해 달리고 달린 해였습니다. 그 여정에서 따스한 배려도, 무모해 보이지만 아름다운 도전도, 지금을 바꾼 선택도, 흔치 않은 인연도 만났지요. 2020년을 준비하는 ESC 기자들의 2019년 마지막 편지를 독자님께 발송합니다.

송은이 인터뷰 2020엔 될까?

지난 8월 ‘여자들의 판’을 주제로 커버스토리를 꾸몄다. 이 주제를 떠올리게 된 건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를 꼽으라면 방송인 송은이 때문이었다. 비보티브이(TV), 셀럽파이브 같은 활동뿐만 아니라 <판벌려-이번 판은 한복판>, <전지적 참견시점>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맹활약을 보여주는 그가 궁금했다. 나에게 방송인 송은이는 방송계의 ‘여자들의 판’ 중심에 선 인물이었다.

8월 초, 송은이가 출연 중인 한 예능 프로그램에 문을 두드렸다. 인터뷰를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송은이씨는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다”는 말을 익히 들어왔으나, ‘여자들의 판’ 기사를 준비하면서 빼놓을 수는 없는 인물이었다. 송은이씨의 매니저, 예능 프로그램의 홍보 담당자를 통해 겨우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 관계자와 연락이 닿았다. ‘송은이씨는 개인 인터뷰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라는 요지의 정중한 답변이 돌아왔다. 한 번 더 읍소의 내용을 담아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답은 같았다. 인터뷰가 어떤 내용이든 왜곡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조심스러운 것이 아닐까 하고 짐작했다. 게다가 ‘여자들의 판’이라는 주제라면 그럴 여지는 더욱 크다는 것을 알기에 곧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여자들의 판’ 기사는 방송인 송은이의 이야기는 담지 못한 채 완성했다. 기사의 주요 이미지에 <판벌려-이번 판은 한복판>의 활약상을 담았을 뿐. 두고두고 아쉬운 인터뷰이다.

2020년에도 멈추지 않고 달리는 방송인 송은이를 기대해 본다. 무엇보다 기대되는 점은 2019년 말 송은이뿐만 아니라 안영미, 장도연 등 기가 막히게 웃기고 멋진 여성 예능인들이 더욱 눈에 띄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아마도 2020년엔 여성 예능인만을 모아 커버스토리를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년에도 계속된다. ‘여자들의 판’은 계속된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내가 왜 그랬을까

지난 2월, 부산 영도를 취재하고 돌아와 팀장에게 야심에 찬 기획안을 내밀었다. 부산 영도 서부해안 약 10㎞를 종단하는 도보 여행을 독자들에게 제안하고 싶다고 했다. 이름하여 ‘깡희태 길’! 깡깡이마을~흰여울마을~태종대를 잇는 길이었다. 그 이름을 들은 팀장은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 난 그 의중을 읽고 바로 그 이름을 폐기하겠다고 먼저 말했다. 영도에서 만난 토박이 주민의 반응도 비슷했다. “아이고 그 먼 길을 누가 걷습니까?”

태안 해변. 김선식 기자

겨우내 하늘이 나쁜, 미세먼지가 많은 날의 연속이었다. 봄을 맞아 미세먼지가 없는 깨끗한 지역에서 즐기는 ‘공기 여행’을 제안하는 커버스토리를 준비했다. 경남 하동군에서 지리산 공기를 담은 캔을 만드는 의신마을과 국내 최대 실내식물원인 충남 아산시 ‘세계꽃식물원’을 소개했다. 너무 앞서간 기획이었을까. 며칠 계속 최악으로 치닫던 미세먼지는 기사가 나가기 직전 전국적으로 무척 좋아졌다. 난 꿀꿀한 기분에 며칠간 남한 빨치산부대였던 남부군 총사령관 이현상(1905~1953)의 최후를 생각했다. 그는 캔에 담을 지리산 공기를 포집하는 장소인 빗점골 근처에서 사살되었다고 전해진다.

‘여름엔 해변이지!’라는 평범한 생각이 발단이었다. 올해 기준 가장 많은 해수욕장을 보유한 지자체(충남 태안군 28개)에서 작지만, 아름다운 해변을 찾아 소개하는 커버스토리 기획안을 냈다. 2박3일 동안 28개 해변을 바삐 돌았다. 운전하고 사진 찍으며 점점 지쳐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해변마다 나눠 28개 사진 폴더를 만들고 그중 쓸 만한 사진을 고르면서 생각했다. ‘내가 왜 그랬을까.’

또 다른 커버스토리 취재에서 만난 ‘50대에 진짜 수학을 만난 사람들’, ‘화산과 나무의 섬’ 제주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 ‘외국 한 달 살기’를 떠난 사람들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자신이 원하는 걸 정확히 아는 그들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명징한 제안이었다. 새해엔 좀 더 매력적인 제안을 하고 싶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올해 최고의 따스한 비누 3개

올해 귀한 비누 3개를 얻었다. 비누의 사연은 이렇다. 취미 목공인을 취재하던 지난 3월. 경기도 양평에서 손녀를 위해 나무 장난감을 만드는 ‘나무 할아버지’ 김철희씨를 만났다. 소중한 이들을 생각하며 무언가를 만들고 나누는 기쁨을 알려준 김철희씨는 손수 만든 비누 하나를 건넸다. 면역질환으로 피부가 약해진 아내를 위해 비누를 만들던 그는 ‘해피’를 “햅삐”라고 발음하는 어린 손녀의 발음을 따서 비누의 이름을 지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비누가 또 있을까.

7월에는 경북 청도에서 유기견을 돌보고 아픈 노령견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허그안 리트릿’의 이정아씨를 찾아갔다. 보호소와 펜션을 겸하는 허그안에 작은 정성을 보태는 이들 중엔 달걀 300개를 삶아갔다는 모녀도 있었다. 처음 만나는 개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나도 밤새 달걀을 삶았다. 아이스박스에 뭐가 들었건 말건, 낯선 방문자를 아낌없이 환대하는 개들을 만났고, 이정아씨와 깊은 포옹을 나눴다. 개와 사람의 온기를 충전하고 돌아가는 길. 또 비누 하나를 받았다. 후원인이 만든 수제비누였다. 얼굴을 모르는 이와 사슬처럼 연결되는 온기를 나눠 받는 기분이었다.

취재하며 선물 받은 비누들. 유선주 객원기자

그리고 가장 뜨끈한 곳에서 다시 비누를 얻었다. 12월, 목욕탕 취재 중에 방문한 서울 마포구 아현동 ‘제일 목욕탕’의 지민정 사장이 신문지에 둘둘 싼 덩어리 하나를 건넸다. 목욕탕에서 쓰는 비누란다. 펼쳐보니 비누 이름이 ‘차돌’이다. 덥고 습한 탕에서도 쉽게 무르지 않는다는 뜻이겠지. 목욕탕 기념품으로 최고다.

진중한 열정을 대패에 쏟는 사람. ‘전국 평대패 얇게 깎기 동호회’ 이근수 회장을 만난 것도 올해의 소득이다. 그저 대팻밥을 몇 미크론 단위로 얇게 뽑아내기 위해 대패를 구성하는 나무와 쇠의 물성을 연구하며 ‘어른들의 놀이’라며 껄껄 웃던 그와 동호회 근황이 궁금했다. 여기도 훈훈한 소식이 넘친다. 회원들이 바자회를 열어 기금을 마련하고, 지난 12월11일 갈 곳 없는 청소년의 자립을 돕는 ‘십대지기 쉼터’에 후원했다. 기부금 영수증 명세를 보다가 새삼 웃음이 터졌다. 기부자 명이 ‘얇게 깎기 동호회’다. 정말이지, 이름만큼 멋진 사람들이다.

유선주 객원기자

제주에 살아 이어진 인연들

지난여름 ESC 객원기자로 합류한 뒤 처음 썼던 기사가 카이트 서핑이었다. 팀장이자 데스크인 박미향 기자의 제안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다. 제주에 살고 있지만, 카이트 서핑은 물론 그냥 서핑도 해본 일이 없었다. 업체를 검색하고 연락을 취했는데, 그때 만난 김도연 강사가 아내와 서귀포에서 함께 운동하는 사이였다. 그는 최근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추진 중이라고 하는데, 건승하시길 빈다. 어쨌든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제주도, 참 좁다.

제주에서 카이트 서핑을 즐기는 이들. 사진 팀블랙 카이트 제공

기자로 10년을 살았다. 한겨레신문과 주간지 <한겨레21>에서 정당과 시민단체 등을 취재했고, 경찰에 출입하는 사건기자도 했다. 퇴직하고 제주에 내려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본업이자 주업은 육아와 가사다. 때때로 객원기자로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드론, 바다낚시, 방어 해체, 실내에서 즐기는 스키·낚시·서핑 등 체험형 레저 기사를 주로 쓰고 있다.

국회를 출입할 때 가까이 지냈던 모 의원실의 동갑내기 보좌관이 있다. 그도 기자 출신인데, 죽이 잘 맞아서 개인적으로도 친했다. 어느 날 그가 제주로 찾아왔다. 근 몇 년 만에 만난 반가움에 통음했다.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가 분주하게 오갔는데, 세상에나. 카이트 서핑을 취재하며 만났던, 아내와 함께 운동을 하는 김도연 강사가 그의 대학 후배였다.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라고 한다. 결국 셋이서 다시 만났다. 그날도 통음했다. 제주뿐 아니라 한국이 좁은 건가. 어쨌든 즐거운 우연이다. ESC가 이어준, 작지만 결코 흔치 않을 인연이라고 해도 좋겠다.

송호균 객원기자 gothroug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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