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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2 13:59 수정 : 2019.12.12 20:40

<멸망한 세계의 사냥꾼>. 사진 문피아 제공

ESC's Pick!

<멸망한 세계의 사냥꾼>. 사진 문피아 제공

웹소설은 대리만족의 장르라는 주장이 있다. 독자들이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성취(거부되기)나 성공(초미남미녀와의 연애)등을 웹소설 주인공이 해내는 걸 읽으며 ‘대리만족의 쾌감’을 느끼는데, 이게 웹소설을 읽는 이유라는 거다.

대리만족을 위해 캐릭터는 먼치킨(혼자서 모든 것을 전능하게 해결하는 인물)이 된다. 먼치킨이 되는 경로는 회귀나 환생, 사고로 인한 초능력 등이다. 전지적인 주인공은 시련을 극복하는 게 아니라, 시련을 너무나 쉽게 게임처럼 갖고 논다. 비유컨대 애써 추리하지 않아도 보자마자 범인을 아는 셜록 홈스다.

기존 장르문학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추리가 나오지 않는 범죄소설로 느껴지는 셈이다. 그들은 거기서 웹소설을 닫아버린다. 이들 독자를 비난할 일은 아니다. 주인공이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이 백수십년간 장르콘텐츠의 쾌감이었다.

<멸망한 세계의 사냥꾼>은 대리만족형 웹소설 코드를 따르지 않고도 웹소설이 성공할 수 있다는 좋은 사례다.

‘매스 컨퓨전’(MC)으로 불리는 핵전쟁 이후 200여년이 지났다. 인류는 과거 문명의 건물 잔해에서 소집단을 이루며 산다. 전쟁과 환경오염으로 만들어진 괴수들이 세상을 점령했다. 괴수에서 추출한 결정체인 블루칩이 유일한 화폐이자 주요 에너지원으로 통용된다. 활과 화살의 시대로 문명은 퇴보했다. 괴수를 사냥하여 블루칩을 모으며 사는 사냥꾼 진은 과거 한반도에 해당하는 구한지대를 떠돈다.

많은 점에서 주류 웹소설과 다르다. 정통 문학수업을 받았으리라 추정하게 되는 탄탄한 문장, 시니컬한 성인 남성 캐릭터, 에스에프(SF)라는 장르, 문명과 인간관계에 대한 풍부한 묘사력 등, 이 작품은 생존을 실감 나게 다뤄 퓰리처상을 탄 <더 로드>( 코맥 매카시)의 한국 웹소설 버전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2017년 4월 문피아에 독점 연재해 지난해 완결됐다. 누적 353만여명이 봤다. 웹소설에 대리만족 회귀물만 있는 게 아니다.

고나무(팩트 스토리 대표)

<샬롯에게는 다섯 명의 제자가 있다>. 사진 다음 웹툰 화면 갈무리

[ESC] 120살 마법사는 사랑하고 싶다

포털 ‘다음’의 웹툰 연재 <샬롯에게는 다섯 명의 제자가 있다>의 주인공 샬롯 엘레노어는 ‘재앙’이라 불렀던 마족을 단신으로 맞서 쓰러뜨린 인물이다. 마법사로서의 인생에 충실했던 샬롯은 젊은 외모와는 달리 어느덧 120살이 되어 본인이 죽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는 스스로 육신을 흩어 사라지고자 했다.

하지만 샬롯은 그 나이에 이르도록 사랑이란 감정을 느껴보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 아쉬움이 빌미(?)가 되어 본의 아니게 어린아이 모습으로 되살아난다. 기왕 이리된 김에 새 삶을 살아볼 생각이었지만, 문제는 샬롯의 제자들이 스승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용히 다른 소녀로서 8년을 성장한 샬롯은 이제 10대 후반이 되어 생전(?) 대마법사급으로 키워냈던 다섯 제자의 추적을 고스란히 받아야 할 입장이다.

작품은 누가 뭐래도 주인공 여성 주위에 꽃미남들이 끊임없이 투하되는 하렘 장르이다. 여성 대상의 판타지 로맨스로서 강한 남성들에게 보호받는 아리땁고 약한 여성이란 공식이 그려질 법도 하지만, 작중 모든 면에서 공식의 변주가 일어난다. 정작 이 작품 속에서 마법과 멘탈 경험치 등 모든 면에서 가장 강한 인물은 다름 아닌 샬롯이기 때문이다. 샬롯이 소생한 가장 큰 이유인 ‘사랑’을 이루기엔 앞길이 험난해 보이지만, 작가는 판타지 로맨스 장르 독자들이 바라는 장면과 얼굴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어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이어진다. 작가의 심각함과 개그의 완급조절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서찬휘(만화 칼럼니스트)

유튜브 채널 <수빙수TV>. 사진 유튜브 채널 화면 갈무리

[ESC] 여성 셰프의 칼질 맛깔나네

셰프들이 등장하는 티브이 예능프로그램이 넘쳐난다. 그들이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시대다. 한식, 중식, 이탈리안 요리할 것 없이, 재료 준비부터 완성까지 과정을 실감 나게 선보이는 덕에 레스토랑에 가지 않고도 ‘방구석 1열’에 앉아 다양한 요리를 눈과 귀로 즐길 수 있게 됐다. 아예 신선한 식재료를 찾아 스튜디오 주방을 벗어나기도 한다. 산지에 찾아가 당일 잡아 올린 생선을 눈앞에서 손질해주는 해체 쇼까지 한다. 이른 새벽, 대형 수산시장에 찾아가야만 볼 수 있던 진귀한 장면을 티브이 화면을 통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말 좋은 세상이 온 거 같다고 외치려는 순간 잠깐, 한 가지 이상한 점이 보인다. 신기할 정도로 인기 셰프 모두가 중년 남성이라는 점.

과장을 조금 보태서 자기 키만 한 생선을 능숙하게 손질하는 자그마한 체구의 20대 여성 일식 셰프가 있다. <수빙수TV> 채널의 주인공 수빙수다. 호텔경영을 전공했지만, 요리가 좋아 일식을 배우기 시작한 그다. 일식 조리 기술도 유튜브를 통해 연마했다고 한다. 하지만 영상 대부분이 전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보니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졌다. 일식 요리사가 된 후 초보자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재미있게 회 뜨는 영상을 제작하고 싶었다. 입담과 끼로 똘똘 뭉쳐진 그는 웬만한 예능 프로급 연예인보다 재밌고 거침없다. 생선살을 가르는 능숙한 칼질 솜씨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지막엔 직접 손질한 회와 매운탕, 그리고 약간의 술을 곁들이는 먹방으로 끝이 나니 아예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는 채널이다.

최고운(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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