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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04 20:45 수정 : 2019.12.05 02:40

‘갯바위 수산’의 과메기와 전통주 ‘영일만 친구’. 사진 백문영 제공

백문영의 먹고 마시고 사랑하기

‘갯바위 수산’의 과메기와 전통주 ‘영일만 친구’. 사진 백문영 제공

겨울이 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계기는 차가운 바람이나 부쩍 떨어진 온도 같은 게 아니다. 은은하게 풍기는 도루묵구이 냄새와 비릿한 듯 고소한 석화의 아릿한 향 같은 것들로 알게 된다. 이런 형세다 보니 술꾼들은 겨울 냄새를 가장 먼저 채취하는 계절 사냥꾼이 된다. ‘올해의 첫 방어 먹으러 갑시다’ ‘석화에 위스키 마십시다’같은 문자가 뜨는 단체 대화창이 수없이 열리는 것이 술꾼의 숙명일 테다. 방어, 석화, 가자미구이 같은 해산물이 있지만, 겨울의 왕자이자 술상의 황태자는 역시 과메기다. 지방이 잔뜩 오른 겨울 과메기의 짜고 고소한 맛을 거부할 수 있을까? “과메기 비려서 못 먹는다”고 말하는 사람과 술을 나눈 경험은 결단코 없다.

포항시 구룡포는 본래 과메기의 성지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과메기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때부터 포항 사람들은 부뚜막 아궁이에서 청어와 꽁치를 겨울마다 말렸다. 별난 먹거리 문화다. 구워 먹어도 충분히 맛있는 청어와 꽁치를 왜 굳이 꾸덕꾸덕하게 말려 비릿하게 먹어야 하는지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김과 물미역, 다시마와 쪽파, 마늘 그리고 고추 같은 각종 채소와 과메기를 함께 먹어보면 의문이 풀린다. 술꾼이라면 당연히 술 한 잔이, 식도락가라면 흰 쌀밥 한 숟가락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구룡포의 ‘갯바위 수산’은 과메기로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해주는 고마운 친구다. 청어와 꽁치를 통째로 널어 말리는 ‘통마리’를 만날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더구나 배를 갈라 말려 파는 ‘배지기’도 주문할 수 있는 곳이다. 갯바위 수산은 전국 배송을 한다. 주문하면 다음 날 받아 볼 수 있다. 편리하다. 포항에 가지 않아도 이 집의 맛난 과메기를 맛볼 수 있다는 소리다.

청어 과메기 한 두릅, 꽁치 과메기 한 두릅을 주문하면 부러운 사람이 없다. 집 앞에 도착한 과메기의 껍질과 살을 장갑도 끼지 않은 손으로 분리한 뒤 결 따라 찢을 때 나는 고소한 향은 잊지 못한다. 뚝뚝 떨어지는 고소한 기름기는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이라면 그 맛을 모른다. 비릿하고 고소한 과메기 한 점에 막걸리 한 잔이 병나발로 변하는 것은 한순간이다.

그 지역의 음식과 가장 잘 맞는 것은 어쩔 수 없이 그 지역의 술이다. 포항에서 나고 자란 포항의 대표 막걸리 ‘영일만 친구’와 함께 마셨을 때의 그 짜릿함은 ‘치킨과 맥주’, ‘곱창과 소주’, ‘청요리와 백주’ 조합에 견줘도 상당한 수준이다. 기름기 잔뜩 오른 과메기와 차가운 막걸리는 행복을 선사한다. ‘올해 첫 과메기 배송 시작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드디어 받았고, 이제야 겨울이 왔다.

백문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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