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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7 20:26 수정 : 2019.11.28 02:38

게티이미지뱅크

곽정은의 단호한 러브 클리닉

Q1 이상형이고 고맙지만, 부담스럽다는 상대방
노력하겠다지만, 이어가는 게 맞을까요?
A1 상대방은 상처 될 줄 알고 말하고 있어
불안할 때 만나는 사람 좋지 않기도 해

Q2 선본 남자와 전 남친 사이에서 고민
저는 누굴 선택해야 할까요?
A2 양손에 쥐고 있는 모든 것이 위태로워 보여
장단점 먼저 따지기보다 자신의 관점을 정하길

게티이미지뱅크

Q1 저는 31살 남자친구와 사귄 지 2달이 되어가요.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서 일하다 보니 ‘외로움+우울증+자존감 하락’이 심해진 상태에서 만났습니다. 연애를 한 지 한 달 되던 날 남자친구는 예전엔 불타오르다 서서히 식어가는 연애를 했다면 저와는 불타오르는 게 없이 편하다고 하더군요. 제가 이상형이고 자신을 좋아해 주는 게 고마운데 한편으로는 부담스럽대요. 데이트할 때 즐겁고 행복한데, 이게 친한 여자인 친구와 노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애매하다고 해요. 저와 헤어지면 아쉬울 것 같지만, 노력한다고 사랑이라는 감정이 깊어질지 의문이라고 합니다. 전 자존감이 너무 낮아서 이전에도 상대방에 다 맞춰주는 연애를 했어요. 싫다는 말도 잘 못 했고요. 지금 남자친구는 제가 다 맞춰줘서, 너무 착해서 감정이 깊어지지 않는 것 같다고 하네요. 그 말을 듣고 계속 연애할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헤어지자고 했죠. 그런데 그날 제가 준비한 깜짝 선물을 줬어요. 집에서 혼자 그걸 보고 궁상떨기 싫었거든요. 그랬더니 남자친구가 울면서 감정을 키워가도록 노력해보겠다며 “저한테 상처 줄 수도 있는데 괜찮겠냐”고 묻더라고요. 전 그 사람이 너무 좋으니까 같이 노력해보자고 했어요. 남자친구는 종종 보고 싶다고 말하고, 절 좋아하는 티도 냈어요. 만나면 행복하고 즐거운 건 당연하고요. 하지만 이 연애가 맞는 건지 의문이에요. 하트 이모티콘 오면 안심하고, 없으면 계속 가슴앓이하는 거예요. 할수록 불안한 이 연애. 그 사람이 절 사랑하게 될 거라고 믿고 계속하는 게 맞을까요?

불안이 커지는 여자

A1 마음에서 단 한 가지만 솔직하게 인정하면 어떨까요. ‘이 연애가 맞는지 의문이에요’라고 말했지만, 당신은 사실 헤어지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 말입니다. 그리고 단호하게 이야기할게요. 이 관계를 지속해봤자 당신은 더 상처받을 것입니다. 이별은 정해진 수순이고, 회복은 더 더뎌질 것입니다. 끝내는 것이 맞겠습니다.

결론은 이미 나 있습니다. 그는 이미 말했어요. ‘부담스럽다, 애매하다’라는 완곡한 표현으로,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음을 말했습니다. 당신을 언제라도 떠날 수 있는 그 정도의 마음이라는 것도요. 최소한 당신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당신을 존중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죠. 상처가 될 말이라는 걸 알고도 하는 겁니다. 당신과의 관계를 언제든 끝낼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하기에, ‘사랑하는 감정이 깊어질지 의문’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거죠. 어떤 사람이 앞으로도 쭉 함께하고 싶은 사람에게 그런 표현을 씁니까? 발을 빼고 싶은 사람의 전형적인 표현일 뿐입니다. “상처 줄 수도 있는데 괜찮아?”라고 묻는 것이 일종의 희망처럼 느껴지시나요? 그 말은 언젠가는 상처를 줄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왔을 때, 자신에게 항의하지 말라는 뜻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는 당신에게 진지한 사람이 아닙니다.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은 당신을 절대 그런 식으로 비참하게 애태우게 하지 않습니다. 이별은 시간문제입니다.

외롭고, 우울하고, 자존감이 한없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연애를 시작하는 경우는 많습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런 타이밍에 연애를 시작할 경우, 자신이 바란 안정적이고 따뜻한 사랑을 주는 사람을 만나기란 더 어렵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야 행복할 수 있고, 나다운 연애를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지 못한 채 관계를 진전시키기 때문이죠. ‘누구라도 좋아, 지금의 내 상태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이라는 생각으로 구원을 기다리죠. 이런 사람에게 내려오는 동아줄은 썩어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내가 가장 불안할 때 만나는 사람이 가장 좋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이죠. 하트 이모티콘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관계라뇨. 당신이 당신 자신을 아끼지도 사랑하지도 않는데, 타인이 어떻게 당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을까요?

쉽지 않겠지만, 당신은 선택해야 합니다. 그가 이 관계를 끝낸다면, 당신은 큰 상처를 받을 거예요. 자신을 더욱 싫어하게 되겠죠. 그러기 전에 이 관계를 당신 손으로 끝내길 바랍니다. 나를 사랑해줄 누군가를 찾는 데에 온 인생을 다 쓰지 말고, 내가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법을 생각하길 바라요. 그렇게 했을 때, 당신에겐 정말 좋은 누군가가 나타나면, 그때 사랑다운 사랑을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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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29살 여자입니다. 두 남자를 만나는 일은 정말 욕먹을 일이지만, 상황이 정말 이상하게 돌아가서요. 첫 번째 남자는 최근 선 본 남자입니다. 어른들이 딱 결혼하기 좋을 남자라고 점찍는 사람이에요. 경제적으로 풍족한 자산가 집안 아들이죠. 부모님 말씀에 순종하고 제가 가끔 짜증 내도 다 받아주는 착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사회성이 좀 떨어지는지 30대 중반까지 연애 경험 전무합니다. 친구도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본인 스스로 뭔가를 성취한 적이 없어서 그런지 의기소침하고 자신감이 없어요. 같이 있으면 재미가 없고요. 그래서 매력을 느끼기 힘들어요. 몇 번 헤어졌지만, 상대방이 저를 아주 많이 진실하게 좋아해 줘서 다시 만나게 됐어요. 내가 뭐라고 이 사람을 차나 싶기도 해요. 사람이 정말 진실하고 저를 좋아해 주는 건 사실이니까요. 어른들은 그 사람이 결혼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데 복을 찰 거냐고 합니다. 두 번째 남자는 전 남자친구인데 재회했어요. 제가 처음으로 정말 좋아했던 사람이고, 제 사랑이 더 커서 헤어진 거 같아요. 이별 통보받았을 때 너무 힘들었고요. 그를 못 잊어서 제가 계속 연락하다가 다시 만나게 됐지요. 사실 선 본 남자에 집중하기 위해 깨끗이 정리하려고 그를 만났거든요. 하지만 선뜻 칼같이 쳐내지 못했어요. 그 사람도 저와 헤어질 땐 인생의 무료함이 느껴져서 다 놓아버렸지만, 저를 보니까 감정이 남아있는 거 같다고 했어요. 그는 몇 번 소개팅했지만 저보다 나은 사람이 없어서 저의 소중함을 비로소 알았다고 해요. 확실히 같이 있으면 편하고 재밌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내가 이 사람과 끝까지 갈 수 있을까, 이 사람은 내 단점이 보이거나 본인 상황이 힘들어지면 또 떠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저는 누굴 선택해야 할까요?

갈림길에 선 여자

A2 첫 번째 남자의 장단점이 너무나 명확하고, 또 한편 두 번째 남자의 장단점도 너무나 명확하다고 느끼겠네요. 이 길로 가면 이게 문제가 될 것 같고, 저 길로 가면 또 저게 문제가 될 것 같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고요.

이런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인생이, 누군가와 함께하는 부부로서의 삶이, 무엇으로 구성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경제적 조건? 같이 있으면 재미있는 정도? 나를 좋아해 주는 정도? 나를 떠나지 않을 가능성? 당신이 두 남자에 대해 묘사한 것에 따르면 당신은 이런 부분들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네요.

그럼 한 번 다시 묻겠습니다. 이 조건들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고정불변하는 가치일까요? 노력 여하에 따라 길러지는 것일까요? 첫째 경제적 조건은 얼마든지 변화할 것입니다.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을 것이니까요. (심지어 집안의 돈일 뿐이 아닌가요?) 같이 있으면 재미있는 것? 처음엔 참 재미있게 잘 지내던 커플도 결혼 후에는 많이 변하지 않던가요? 나를 좋아해 주는 정도와 나를 떠나지 않을 가능성? 이것은 거의 예측이 불가능한 것에 가깝습니다. 이제 감이 잡히시나요? 당신이 중요하게 생각한 이 모든 조건이 사실, 모래 위에 지은 성과 같은 것들이라는 뜻입니다. 당신이 짜증 내도 받아주는 첫 번째 남자가 영원히 그래 줄지 알 수 없고, ‘너보다 나은 사람이 없는 것 같아’라는 두 번째 남자도 당장 오늘 저녁에 마주친 어떤 사람에게 반해 버릴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지금 양손에 쥐고 있는 것들이 제법 그럴듯해 보이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엔 모든 것이 다 위태롭네요.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 그것을 알면서도 영원을 약속하는 사회적 계약이 바로 결혼입니다. 모든 것이 변하겠지만, 그런데도 함께 가겠다는 약속이지요. 어떤 사람을 골라야 내게 더 유리하고 좋은 선택이 될까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둘을 비교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당신에게 주관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지요. 결혼에 대한 자신의 관점이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결정하고, 그 삶을 살아가는 데에 적합한 동반자를 찾는 것이 결혼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서로 존중하고, 의견이 다를 때조차 존중하며, 대화가 가능하며, 서로의 성장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인지를 연애 기간 가늠해 봐야 하지요. 사람을 선택하고 삶을 선택하는 엄중한 일을 당신은 검은색 가방을 살까, 흰색 가방을 살까, 정도로 고민하는 것은 아닌가요? 부디, 타인의 장점을 따지기 전에, 당신의 관점을 정하십시오.

곽정은 작가

※ 사랑, 섹스, 연애, 인간관계 등 상담이 필요한 분은 사연을 보내주세요. 곽 작가가 직접 상담해 드립니다. 보낼 곳 es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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