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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0 20:08 수정 : 2019.11.21 02:40

‘미러볼 밥술상’. 사진 백문영 제공

백문영의 먹고 마시고 사랑하기

‘미러볼 밥술상’. 사진 백문영 제공

반주인지, 식사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뭘 먹고 싶은지 모를 때가 가장 서러운데, 술을 마시고 싶은지 밥을 먹고 싶은지 알 수 없을 때는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이럴 때는 마음의 안정을 찾고, 배수의 진을 치기 위해 술 파는 밥집에 간다. 그저 그런 동네 백반집을 가는 것은 마음에 안찬다. 누군가가 정성껏 차려놓은 밥상과 제대로 된 술 리스트를 갖춰 놓은 곳으로 발길이 향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이럴 때는 서울 목동 신정네거리의 ‘미러볼 밥술상’으로 향한다. 점심에는 정성껏 만든 새로운 밥상을 받아볼 수 있고, 저녁에는 제대로 된 술안주를 맛볼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미러볼 밥술상은 다르다. 젊은이들이 방문하는 클럽도 아닌데 이상하게 신나는 음악이 계속 울려 퍼진다. 천장에서는 왜 반짝이는 미러볼이 돌아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여기서 제대로 된 한식을 먹을 수나 있겠나, 괜히 겉멋만 든 식당은 아닌가’라고 생각하면서 긴장했던 시간도 잠시다. 해물 칼국수, 오늘 산지에서 직송한 문어 숙회, 마늘 보쌈, ‘한우 채끝살 트뤼프 육회’ 등 익숙한데 새로운, 새롭지만 낯설지 않은 푸근한 안주 메뉴를 보고 마음이 놓였다.

‘미러볼 밥술상’. 사진 백문영 제공

날렵하게 앞치마를 입고 날다람쥐처럼 식당을 돌아다니는 젊은 사장이 추천하는 생막걸리와 문어 숙회, 해물 칼국수를 주문했다. “막걸리랑 면을 같이 먹으면 탄수화물 잔치다”라고 친구들과 농을 나누며 기본 안주로 나온 연두부와 어묵탕을 먼저 먹었다. 이어 나온 문어 숙회의 자태는 그야말로 영롱했다. 경망스러운 미사여구를 덧붙이자면 지금 바로 바다에서 올라온 것 같은 탱글탱글한 맛이었다. 해물 칼국수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뜨거운데 시원한 국물, 길고 쫀득한 면은 칼국수 전문점도 아닌데 감동적이었다. 새콤한 백김치 한 점, 뜨끈한 국물 한입, 막걸리 한잔이면 내가 이 구역의 여포(중국의 장수)다.

미러볼 밥술상의 저력은 남다른 주류 리스트에 있다. 막걸리 같은 우리 술을 판매하는 주점에서 생맥주도 판다.

의외의 공간에서 만나는 익숙한 음식과 술은 참 정겹다. ‘의외성’은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남들과 다른 것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또 알았다.

백문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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