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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0 20:08 수정 : 2019.11.21 02:40

노량진수산시장 2층의 한 ‘양념집’에서 구운 도루묵에는 알이 꽉 찼다. 송호균 객원기자

커버스토리ㅣ겨울 생선

제철 맞은 겨울 생선 종류도 다양
노량진수산시장 ‘양념집’ 가성비 좋아
물메기·양미리·도루묵 등
최근 양식 참치도 선보이는 곳 생겨

노량진수산시장 2층의 한 ‘양념집’에서 구운 도루묵에는 알이 꽉 찼다. 송호균 객원기자

겨울 제철을 맞은 온갖 ‘바다 먹거리’가 그득하다. 지난 13일 낮에 찾은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은 그야말로 ‘탐식가의 천국’이었다. 눈을 어디로 돌려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어린이 주먹만 한 키조개 관자의 표면이 반짝거렸고, 제철의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는 서해안의 꽃게가 꿈틀댔다. ‘활어 섹션’에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횟감들이 깨끗한 수조에서 눈을 굴리고 있었다. 소위 ‘4대돔’이라 불리는 돌돔·참돔·벵에돔·감성돔부터 고급 어종으로 꼽히는 다금바리나 능성어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선어 섹션’에서 생물 물메기 한 마리와 도루묵을 구입했다. 지역에 따라 꼼치, 잠뱅이, 물곰, 물곰치, 미기, 미거지, 물미거지, 메기, 물텀벙이 등 별칭도 다양한 물메기는 못생긴 외형 때문인지 전에는 그물에 올라오면 바다에 버리는 고기였다고 한다. 바다에 던질 때 나는 소리 때문에 ‘물텀벙이’라고 불렸다는 이야기까지 있지만, 꽤 오래전부터 해장국 재료로 주목을 받았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고기 살은 매우 연하고 뼈는 무르다. 맛은 싱겁고 곧잘 술병을 고친다’고 언급돼 있을 정도다.

물메기는 남해, 그중에서도 통영, 그중에서도 추도산 물고기를 최고로 친다고 한다. 통영에서 배로 40여분 거리에 위치한 추도에서는 전통적인 대나무 통발로 물메기를 잡는데, 타 지역보다 맛이 뛰어나 가격도 30~40%가량 비싸다고 한다. 최고의 홍어가 흑산도산이라면, 물메기 하면 추도라는 얘기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는 선도에 따라 1㎏ 무게의 물메기를 마리당 1만원~1만3000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 제철은 12월부터인데, 냉동하지 않은 생물을 고르는 게 좋다. 도루묵과 양미리는 원래 박스 단위로 판매하는데, 조금만 구워 먹겠다고 하니 1만원에 10마리를 담아 줬다. 5인 가족이 며칠은 먹을 분량의 양미리가 한 상자에 2만원, 도루묵은 3~4만원선이었다.

겨울철 최고의 해장국으로 꼽히는 물메기 맑은탕. 송호균 객원기자

손질도 쉬운 편이다. 비늘이 없는 물메기는 껍질을 칼로 긁어 진액을 제거하고, 아가미와 내장을 분리하면 된다. 간과 알은 탕에 함께 넣어 끓인다. 거무튀튀한 쓸개는 꼭 제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무와 마늘, 대파를 넉넉히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춰 그냥 끊여내면 된다. 고춧가루를 넣고 칼칼하게 끊여도 좋다.

이마저도 귀찮다면 노량진수산시장 2층에 있는 이른바 ‘양념집’에 물메기를 들고 가면 탕을 끓여준다. 10여집이 넘는 양념집은 조리와 장소 대여가 목적인 식당이다. 2인분 기준으로 1만1000원의 조리 비용과 상차림비(1인당 4000원)가 따로 든다. 두 명이 1만원짜리 물메기 한 마리를 양념집에 들고 가면 재료비까지 모두 2만9000원이 드는 셈이다. 이 때문에 집에서 직접 조리하는 편이 경제적이다. 도루묵과 양미리 등의 생선구이 한 접시에는 재료비를 제외하고 8000원을 받는다.

흐물흐물한 물메기는 탕으로 끓여냈을 때 그 풍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넉넉한 하얀 살은 생선 무스로 만든 케이크를 먹는 듯한 식감을 줬다. 기가 막힌 맛이었다. 아니 식감이랄 게 없이 그대로 입에서 녹아 없어진다. 날것일 때 똑같이 물컹거리는 생선이라고 해도 아귀의 젤라틴 같은 느낌이 아니라, 분명히 결이 살아 있는 흰살인데도 그렇다. 개운한 국물은 가히 겨울 최고의 해장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 중구의 ‘충무집’,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의 ‘한양곰치국’ 등이 물메기탕으로 유명하다.

조리되기 전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양미리. 송호균 객원기자

알을 가득 머금은 도루묵은 굵은 소금을 툭툭 뿌려 그대로 구웠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머리를 빼고는 버릴 게 없었다. 도루묵 한 마리의 몸통을 한꺼번에 베어 물었다. 꾸덕꾸덕해진 살점을 씹는 동시에 입안 곳곳에서 고소한 알들이 톡톡 터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응축된 바다 맛’이 정수리를 때리는 느낌이랄까. 이렇게 작은 생선이 이런 맛을 선사하다니. 강원도 속초에서는 11월15일부터 24일까지 ‘알도루묵 축제’가 열린다. 도루묵뿐 아니라 제철 양미리도 산지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양미리는 예년에 견줘 올해 어획량이 60%가량 증가하는 풍어를 맞았다. 속초, 양양, 고성 등 동해안에서 주로 잡히는데, 평소에는 모래 속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먹이활동을 위해 한 번씩 튀어 오른다. 이때 미리 쳐둔 그물에 촘촘히 몸통이 꽂혀 잡히는 것이다. 그래서 양미리는 잡는 게 아니라, 양미리가 꽂힌 그물에서 고기를 ‘딴다’ 혹은 ‘벗긴다’라고 표현한단다.

겨울 거제에선 대구를 먹어야 한다. 12월부터 2월까지가 제철인 남해안의 대구는 1월이 금어기로 지정돼 있는데, 유독 거제에선 1월에도 대구를 잡을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수획량에 마릿수 제한이 걸려 있어 어민들이 대물들만 골라잡는 통에 1월에 거제에 가면 몸길이 1m에 이르는 대물 대구들을 만날 수 있다.

탕으로나 먹는 줄 알았던 대구를 회로 즐기는 것은 산지에서만 가능한 호사다. 거제시 외포항 일대에서는 대구회를 취급하는 횟집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 보통 1인당 3만원대의 가격에 대구회와 전, 탕 등을 두루 즐길 수 있는 ‘대구 코스’가 인기 메뉴다.

경매가 한창인 노량진수산시장의 풍경. 사진 노량진수산시장 제공

이 밖에도 전국 곳곳의 바닷가에서는 제철 해산물 축제가 한창이다. 제주 대정읍 모슬포항 일원에서는 11월21일부터 24일까지 ‘방어축제’가 열린다. 방어축제에서는 가슴 장화를 착용하고 물속에 들어가 맨손으로 방어를 잡는 체험 행사를 비롯해 대방어 해체쇼, 어시장 선상경매, 방어낚시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무료시식 기회를 대폭 늘일 예정이라고 하니 제주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참여를 고려해볼 만하다. 모슬포에서는 ‘부두식당’이 전통의 방어 맛집으로 유명한데, 대방어보다는 ‘특대방어’가 확실히 더 맛있다. 특대방어회와 매운탕까지 3~4인 기준 8만원, 2~3인은 6만원이다.

국내 최초로 양식에 성공한 제주산 참치(참다랑어)도 겨울에 더 맛있다. 태평양 먼바다에서 잡히는 참다랑어는 냉동된 상태로 국내에 들어올 수밖에 없는데, 양식 참치는 전날 가두리 양식장에서 꺼내 올려 냉장 상태로 유통되기 때문에 참치 본연의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게 ‘제주외해양식영어조합’ 쪽의 설명이다.

냉동 참치가 아닌, 서귀포 위미항 앞바다에서 양식한 생참치를 서울의 호텔 등지에서 맛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사진 제주외해양식영어조합 제공

서울 코엑스에 위치한 인터콘티넨탈 호텔의 뷔페식당 ‘브래서리’에서는 연말까지 매주 금요일 저녁,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용산의 뷔페 ‘푸드 익스체인지’에서는 매주 토요일 저녁에 제주산 양식 참치를 서비스한다. 기존의 호텔 저녁 뷔페 비용으로 제주산 생참치를 맛볼 수 있는 기회다. 제주외해양식영어조합 조은익 대표는 “양식 참치는 자연산과 비교하면 지방층이 훨씬 많고, 일정한 지방 비율을 유지할 수 있어 맛도 더 좋다고 자부한다”고 설명했다. 조합은 향후 제주 현지에서 양식 참치식당 운영, 온라인 판매 등 다양한 판로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송호균 객원기자 gothroug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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