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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0 20:08 수정 : 2019.11.21 10:23

지난 14일 새벽 전민석씨가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구입한 7.4㎏짜리 방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송호균 객원기자

커버스토리ㅣ겨울 생선

방어·물메기·양미리 등 풍성한 겨울 먹거리
최근 양식에 성공한 제주 참치와 무늬오징어까지
대방어 직접 해체에 나선 생선 초보자와 기자
저렴한 가격으로 차린 황홀한 만찬

지난 14일 새벽 전민석씨가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구입한 7.4㎏짜리 방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송호균 객원기자

드디어 겨울이 왔다. 춥다. 바다는 더 춥다. 추우면 살이 찐다. 사람이나 생선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겨울에는 바다에서 살아가는 것들을 먹어야 한다. 맛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살이 더 찌겠다는 걱정 따위는 잠시 접어두고 알맞은 비율의 ‘소맥’(소주+맥주)을 말고 볼 일이다. 일단 먹는 게 남는 거다.

그렇다고 무조건 바닷가로 달려갈 필요는 없다. 가까운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으로만 눈을 돌려도 당신의 식탁은 매우 풍성해질 것이다. 제철을 맞은 방어가 동해부터 남해, 멀리는 제주 연안까지 폭넓게 잡히고 있다. 남해안에서 올라온 물메기는 커다란 조선무보다 더 큰 녀석들이 마리당 1만원밖에 안 된다. 대충 끓여 맑은탕을 만들면 그야말로 1등 해장국이다. 전날 마신 술 때문에 물메기 맑은탕을 마주했다가 또다시 술을 들이붓게 되는 부작용은 어쩔 수 없다.

살을 에는 칼바람이 부는 어느 바닷가의 작은 포구에는 어민들이 설치한 통발마다 알을 가득 품은 도루묵이 풍년이다. 굵은 소금을 대충 뿌린 도루묵구이를 두 손에 잡고 톡톡 터지는 알을 씹고 있노라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속초에서는 양미리 시즌이 한창인데, 손질도 필요 없는 손가락 굵기의 양미리를 그대로 숯불에 올리면 고소한 기름 내음이 사방에 진동한다. 가을 전어구이 냄새가 최고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양미리를 하루 정도 말렸다 소금을 쳐 구우면 전어에 절대 밀리지 않는다.

다양한 부위가 담긴 방어회 한 접시. 사진 송호균 객원기자

제주에선 국내 처음으로 양식에 성공한 참치가 미식가들의 혀끝을 유혹한다. 올해 유난히 풍년을 맞은 무늬오징어도 이제 막 ㎏급 이상으로 자랐다. 특히 남해안 일대에서 많이 잡히고 있다고 하는데, 서울의 노량진수산시장에서도 무늬오징어의 본고장인 제주에서 파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은 선도와 가격에 만날 수 있다.

생선과 사람이 동시에 살찌는 겨울의 초입에서, ESC는 다소 무리한 기획에 도전했다. 제대로 생선을 만져본 적이 없는 기자가 살아있는 대방어를 통째로 구입해 직접 손질한 뒤 먹어봤다. 전문가를 통해 초보자를 위한 팁들과 주의점 등을 들었다. 이 밖에도 노량진수산시장 곳곳을 누비며 제철을 맞은 해산물의 진미를 탐구했다. 겨울에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직접 해체한 방어의 배꼽살. 기름기가 많아 고소하고, 식감도 좋아 방어 마니아들 사이에 인기가 많은 부위다. 사진 송호균 객원기자

특히 대방어를 직접 해체하는 행위는 더 싼값에 방어를 먹을 수 있다는 실리에서 끝나지 않는다. 풍성한 대방어회는 나눠 먹는 음식이다. 식탁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가족과 친지들 앞에서 당신은 영웅이 될 것이다. 당신이 칼을 잡으면, 모두가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가마살(생선 머리 아래쪽의 기름진 배 부위)과 배꼽살 등 당신이 직접 썰어낸 기름진 특수부위를 소중한 사람들이 오물오물 씹으면 황홀한 표정을 만난다. 그것만으로도 몇 시간 동안의 노력은 충분히 보상받을 것이다.

자, 이제 시작이다. 회칼이든, 부엌칼이든 일단 날카롭게 갈아 놓을 일이다. 그리고 새벽시장으로 차를 몰자. 방어를 직접 해체한다니, 가능한 일일까? 결과물은 과연 어떨까. 초보자가 장만한 방어의 맛은 어떨까? 방어 맛이 날까? 지나치게 큰일을 벌이는 건 아닐까? 그 답이 여기에 있다.

글·사진/송호균 객원기자 gothroug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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