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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04 15:24 수정 : 2019.10.04 15:30

지난 26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파더스가든’ 핑크뮬리 언덕. 김선식 기자

커버스토리 제주 & 별난 여행지
조경이 곧 자연, 자연이 곧 조경이더라
53년 나무 가꿔 정원 개방하는 ‘파더스가든’
오늘 세상이 망해도 내일 다시 나무 심을
희귀종 열대·아열대 식물 키우는 ‘야자나라’

지난 26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파더스가든’ 핑크뮬리 언덕. 김선식 기자
뿌리 내리고 새순 돋는 나무만 바라봐도 흐뭇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천혜의 자연이 살아 있는 제주에서도 또 나무를 가꿔 여행지를 만들기도 한다. 53년 전부터 10만평(33만㎡) 땅에 나무만 심은 조경 농장은 그중 3만평(9만9천㎡)을 ‘감성 정원’으로 꾸며 곧 개장할 예정이다. 수만 그루 열대·아열대 희귀종 식물을 직접 발아해 키우는 카페 겸 식물가게도 제주에 있다. 지난 26일, 나무만 무성하게 가꾼 제주 여행지 두 곳을 다녀왔다. 바로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 ‘파더스가든’과 서귀포시 강정동 ‘야자나라’다.

키 큰 야자수를 보면 열대 나라에 온 기분이 든다. 파더스가든은 들머리부터 키 큰 워싱턴 야자수가 줄지어 서 있었다. 안내사무소 구실을 하는 ‘존스 갤러리’ 오른편에도 키 10m는 넘어 보이는 워싱턴 야자수가 빼곡히 자라고 있다. 그 야자수 사이를 뚫고 내려온 햇빛이 3평 남짓한 작은 성당에 내려앉았다. 열대우림 속 틀어박힌 성당처럼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 맞은편 분홍빛 핑크뮬리 군락이 솜사탕처럼 피어 있다. 그 사이에도 뚱뚱한 코코스 야자수와 워싱턴 야자수가 푸르고 넓은 잎을 과시하듯 높이 솟아 있다. 제주 조경디자인 업체 ‘대성조경’이 운영하는 대성농장 1 농장은 총 5만평(16만5천㎡). 그중 3만평을 ‘감성 정원’이란 이름으로 ‘파더스가든’을 꾸몄다.(나머지 2만평은 곶자왈이다.) 다음 달 1일 정식 개장하기 전 정원을 둘러봤다.

파더스가든 성당 옆 산책길. 김선식 기자
‘동백로 1966’은 정원 산책 시작점이다. 동백나무 군락지에 8자 모양으로 길을 냈다. 그 한가운데 옆으로 가지를 넓게 뻗은 수령 100년 동백나무가 우두커니 서 있다. 1966년은 대성조경을 창립한 해다. 하곤철(51) 대표의 아버지 하종만(77) 전 회장이 그해 중산간 10만평 땅을 사들여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모종은 보통 일본, 경상도, 전라도 등에서 구해왔다고 한다. 홍가시나무, 은목서나무, 군자란, 동백나무를 많게는 수만 그루씩 심었다. 53년이 흐른 현재, 대성농장 8개 농장 10만평 땅엔 수백 종 나무 30만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하 대표는 약 30년 전 아버지가 나무 이름만 빼곡한 사업계획서를 넘기며 한 말을 기억한다. “이건 내가 돈을 버는 것도, 네가 버는 것도 아니고 네 자식이 버는 거야.” 나무가 100년은 돼야 쓸 만하고 돈도 된단 뜻이었다. 당장 돈 벌 생각 하지 말고 나무는 정직하게 키워야 한단 말이기도 했다. 하 대표는 그 말을 되새기며 정원 이름을 ‘파더스가든’(아버지의 정원)으로 지었다.

파더스가든 ‘동백로 1966’에 있는 포토 존. 하곤철(51) 대표가 텔레비전에 나왔다. 김선식 기자
꼭짓점은 ‘핑크뮬리 언덕’이다. 파더스가든은 핑크뮬리와 팜파스를 각각 1만 그루씩 심었다. 제주 최대 핑크뮬리·팜파스 군락지를 만들 생각이었다. 9월 말, 핑크뮬리는 절반쯤 피었지만 언덕은 이미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 분홍 물결 옆으론 현무암, 몽돌, 화산송이를 두 줄로 길게 이어 길을 내고 재선충에 말라버린 소나무 껍질을 깔았다. 그 길에선 잘 자란 소철, 홍가시나무 등 조경수들 너머로 한라산 능선이 보인다. 능선을 바라보며 걷다 보니 자연 속에 든 또 하나의 자연에 와 있는 것 같았다. 거대하지만 안락한, 꾸몄지만 작위적이지 않은 이곳은 조경이 곧 자연이 되고, 자연이 곧 조경이 되는 경계 없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서귀포시 강정동 식물가게 ‘야자나라’ 온실에서 파파야 열매를 따고 웃고 있는 김세종(61) 대표. 김선식 기자
핑크뮬리 언덕 너머엔 열대 나무들이 있다. 30평(99㎡) 넓이 온실 안에 커피나무, 파파야 나무, 바나나 나무 등이 자라고 있다. 이 나무들은 서귀포 강정동에 있는 카페이자 식물가게인 ‘야자나라’에서 들여 왔다. 야자나라 온실 약 450평(1485㎡) 땅에는 수천 그루 열대·아열대 나무들이 촘촘히 자라고 있다. 모두 희귀종들이다. 키가 3m는 넘어 보이는 파파야 나무에 열매가 달렸다. 줄기 끝에 달린 열매 10개 중 노랗게 다 익은 열매는 단 한 개. 그 맛은 여느 호텔 뷔페에서 먹어 본 밍밍한 파파야와 다르다. 홍시처럼 달다. 김세종(61) 야자나라 대표는 “파파야 나무 중에서 ‘허니두 파파야’라는 희귀종인데 열매 당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애지중지하는 식물은 따로 있다. 소철이다. 그는 “푸른 잎이 분수처럼 퍼져나가는 소철을 보면 원시적인 생명력과 신묘한 분위기가 느껴진다”며 “전 세계 360종 소철 가운데 110종을 수집했다”고 말했다. 그가 호주 브리즈번에서 어렵게 구한 ‘아프리카 소철’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철과 생김새가 달랐다. 청록색 잎은 파란빛이 강했고, 잎마다 브이(V) 모양으로 갈라져 두 개의 가시가 달려 있다. 그 밖에도 온실에는 칠레 와인 야자수, 노니, 올리브나무, 아시아 야자수, 선인장 등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야자나라’ 온실에는 희귀종 열대·아열대 식물들이 촘촘하게 들어 차 있다. 김선식 기자
김 대표는 철학 전공 교수였다. 미국에서 17년간 철학을 공부했고 ‘확률적 인과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내로 돌아와 경주대와 성균관대에서 학생들에게 철학을 가르쳤다. 자신의 철학을 정리한 책 <무신론자들을 위한 변명>(소이연)을 탈고할 무렵, 그는 ‘근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발견했다. 나무를 키우는 일이었다. 오래 전부터 ‘왜 나무를 보는 게 좋을까’ 생각했다. 그건 ‘꿈꾸게 하기 때문’이었다. 나무를 보면 “성장에 대한 환상, 미래를 꿈꾸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서귀포시 호근동 ‘야자나라’ 농장에 주렁주렁 달린 자줏빛 바나나 열매. 김선식 기자
서울에서 제주로 이주한 2012년, 그해 말부터 김 대표는 열대·아열대 희귀종 식물 씨앗을 발아시키기 시작했다. 야자나라에서 차로 10분 거리, 서귀포시 호근동 땅 5600평(1만8480㎥)을 농장으로 만들었다. 현재 농장엔 수만 그루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한쪽에선 싹 틔우고 다른 쪽에선 끝내 말라죽는다. 농장 한쪽 창고엔 발아에 실패한 코코넛 열매가 수북이 쌓여 있다. 그 바로 옆 손톱 만큼 올라온 새싹들은 모종판에서 머리를 올리고 있다. 열대우림 같은 농장 깊숙한 곳 바나나 나무엔 자주색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김 대표는 그 앞에서 천진한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그는 제주 농장에 나무를 심을 것이다. 아니, 오늘 세상이 망하더라도 내일 다시 나무를 심을 것 같다.

제주/글·사진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제주 별난 여행 수첩

‘파더스 가든’(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 804)은 오는 11월1일 개장한다. 정원 안 5000평(1만6500㎡) 넓이에 알파카, 라마, 포니, 타조, 꽃사슴 등 30여종 100~200마리 초식동물을 방목하는 동물체험 농장도 같은 날 문을 연다. 먹이 주기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그에 앞서 10월15일부터 내년 1월 말까지 약 1만평 귤 농장에서 귤따기체험을 할 수 있다. 10월15일부터 입장료와 귤 따기 체험료 포함 총 7천원. 문의 070-8861-8899. 누리집(fathersgarden.co.kr) 참고. ‘야자나라’(서귀포시 강정동 609-1)는 카페에서 차 한잔하고 온실을 둘러볼 수 있다. 주 업종은 식물 판매다. 문의 064-739-4549.

김선식 기자

제주 신화월드를 가을에 간다면

올 가을 제주에서 호텔·리조트를 찾는다면 ‘제주신화월드’도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지난해 3월 그랜드 오픈한 제주신화월드는 지난 7월31일 기존 3개 리조트에 더해 가족 여행객들을 겨냥한 ‘신화리조트관’을 새로 개장했다. 10월 투숙객 상대로 최대 35%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최대 복합리조트 제주신화월드는 제주도 남서부 서귀포시 안덕면에 자리 잡았다. 땅 넓이만 250만㎡로 여의도의 86%에 달한다. 숙박 시설은 총 네 곳. 고급 리조트 메리어트 리조트(객실 572개), 대형 연회장이 있는 랜딩 리조트(615개), 가족 친화적인 신화 리조트(533개), 고급 콘도형 숙소 서머셋(342개) 등 객실만 총 2062개다. 투숙객들은 신화테마파크와 ‘트랜스포머 오토봇 얼라이언스’, ‘신화워터파크’를 5000원 할인받을 수 있다. 6종 슬라이드(물놀이용 미끄럼틀)와 13종 수영장이 있는 워터파크는 실내풀 5개를 동절기(주말에만 운영)에도 이용할 수 있다. 신화테마파크는 인기 캐릭터 ‘라바’ 제작사 ‘투바앤’의 여러 캐릭터와 15종 어트랙션(체험과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보유하고 있다. ‘트랜스포머 오토봇 얼라이언스’는 로봇을 만나는 가상현실(VR) 체험장이다. 스타 셰프가 있는 다이닝을 포함해 주변에 총 70여개 식당과 카페가 있다. 오는 2021년엔 미국 엔터테인먼트사 라이온스게이트가 만드는 테마파크 ‘무비월드’와 포시즌스 호텔도 개장할 예정이다.

지난 7월 개장한 ‘신화리조트’(제주신화월드 신화리조트관)는 슈페리어, 디럭스, 주니어 스위트 등 3종의 객실(533개)이 있다. 전체 객실 30%가 두 객실을 터서 이어 쓸 수 있는 커넥팅 룸이다. 투숙객들은 인피니티 풀(하늘과 연결된 것처럼 보이는 수영장)인 ‘스카이 풀’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산방산, 모슬포 앞바다, 가파도, 마라도 전망이다. 플레이스테이션 기기 11대를 보유한 게임장도 별도 이용료 없는 투숙객 전용 공간이다. 문의 1670-8800. 누리집(shinhwaworld.com) 참고.

김선식 기자

제주/글·사진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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