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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02 20:54 수정 : 2019.10.02 21:03

유튜브 <뭉순임당>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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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뭉순임당> 화면 갈무리
유튜브 : 신사임당 말고 뭉순임당!

대학교 4학년과 대학원 2년을 무사히, 그것도 수석으로 졸업하여 이를 기념하고자 직접 제작한 6층 탑 학사모를 쓰고 졸업식에 참석한 사람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축하 전단을 만들어 뿌리고 학교 곳곳에 현수막을 내 건 뒤 꽃가마를 타고 교정을 퍼레이드하는 것으로 졸업을 자축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이 별난 사람은 <뭉순임당> 채널의 뭉순임당이다. 인터넷을 한다면 안 본 사람이 없다는 ‘물의요괴’의 주인공. 서울시청 분수대에서 리코더를 불며 온몸을 적시는 격렬한 춤사위를 선보인 바로 그 사람이다. 모 백화점에서 주최한 무표정대회(90분 동안 무표정으로 앉아서 일정한 심박수 유지하기)에서 상을 타고, 코미디언 유병재의 ‘웃으면 안 되는 생일파티’에 참석해 해녀 복장으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고, 기르는 대파와 토마토의 분갈이를 하는 날 경운기와 풍물패를 동원해 풍년기원제를 열었다. 이쯤 되면 일상을 별난 이벤트로 채우기 위해 태어난 ‘유튜브 인간’ 그 자체로 보인다. 몽순임당은 딸을 국악계의 김연아로 키우려는 부모님의 기대 속에 6살 때부터 국악을 시작하고 대학원에서 국악이론을 전공했지만, 주체할 수 없는 끼를 발산하는 것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이라는 걸 깨닫고 유튜버가 되었다. 학업도 중요하지만 노는 것도 중요하다는 확고한 철학은 근무 틈틈이 찍어 올리는 ‘조교의 삶’ 시리즈에 잘 나타나 있다. ‘어떤 삶을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별종의 삶’이라고 답하는 뭉순임당의 별난 일상을 보면 알게 된다. 역시 인생은 하고 싶은 건 하고 사는 게 좋다.

최고운(에세이스트)

웹툰 : 이미 도래한 지옥

지난 8월25일부터 포털 ‘네이버’에서 연재를 시작한 <지옥>은 영화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2003년과 2006년께 발표한 연작 독립 애니메이션 <지옥-두 개의 삶>을 웹툰으로 풀어놓은 작품이다. <부산행>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바 있는 연상호 감독이 시나리오를, 일찍이 <돼지의 왕> 등 연상호표 애니메이션에서 캐릭터 원안을 맡은 바 있는 웹툰 <송곳>의 최규석 작가가 만화 제작을 맡았다.

네이버 웹툰 갈무리
초자연적 존재가 출몰해 누군가에게 죽는 날짜와 시간을 선고한다. 그날 그 시각, 군중은 그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스마트폰을 통해 본다. 이 영상은 급속하게 퍼져나간다. 어떤 선택을 하든 최악을 선택하게 되는 인간 군상을 죽음을 앞둔 인물로 빗댔던 애니메이션의 메시지는 웹툰에 이르러 한층 더 지독한 질문으로 돌아왔다.

웹툰이 애니메이션과 다른 점이 있다면, 앵글이 향하는 대상이 죽음을 선고받은 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자를 보는 불특정 다수인 ‘우리’ 즉 군중이다. 심지어 우리는 모두 중계와 시청이 가능한 기기를 손에 들고 있다. 인간을 초월한 존재가 누군가를 공개 처형하는 영상이 돌고, 심지어 죽은 자가 ‘실제로는 정의롭지 않았다’는 정보까지 돌아다닌다면 우리는 어떤 생각부터 뇌리에 떠올릴까? 이 작품이 보여주려는 ‘지옥’의 진짜 모습을, 어쩌면 우리는 이미 익히 잘 알고 있다.

서찬휘(만화 칼럼니스트)

웹 소설 : ‘오프 더 레코드’의 이 리듬감!

‘웹소설=엉성한 문장으로 쓰인 로맨스, 판타지, 무협’이라는 선입견을 가진 분을 꽤 만난다.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로판무’는 과거 종이책으로도 제작되고 읽혔던 장르다. 기본이 안 된 문장으로 쓰인 종이책은 지금도 차고 넘친다. 종이책 시장과 과거의 도서대여점 시장에서 흥했던 장르가 상업적 이유로 ‘먼저 모바일에서 읽히는 것’뿐이지 않을까. 이른바 정통(?)문학도 점점 더 모바일에서 읽히리라 나는 예측한다.

웹 소설과 종이책 소설의 차이가 있다면 ‘독특한 리듬감’일 것 같다. 이수현 카카오페이지 과장은 “웹 소설은 전체 스토리의 25% 분량인 5화쯤에서 기승전결이 한번 와 야 한다, 종이책 소설처럼 기승전결을 구성하면 안 된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

다산북스 제공
<오프 더 레코드>(무정영)는 이 리듬감이 잘 구현된 작품이다. 기자인 백현의 6살 딸 별이가 유괴된다. 범인은 오로지 메신저 프로그램인 인터그램으로 연락한다. 별이를 돌려주는 조건으로 요구한 건 돈이 아니었다. 자신이 지정한 여자아이를 유괴해 데려오라고 했다. 백현은 지시에 따라 유괴를 저지르지만, 죄책감 때문에 아이를 돌려보내려 한다. 그런데 아이가 집에 돌아가기를 거부한다.(스포일러 나빠요)

형용사, 부사 없이 스릴러 장르에 맞게 간결한 문장, 속도감 있는 전개, 설득력 있는 캐릭터 묘사가 좋다. 2017년 카카오페이지의 추미스(추리, 미스터리, 스릴러)공모전 당선작이다. 저자는 웹 소설을 먼저 썼고, 이후 종이책이 나왔다. 흥미로운 캐릭터·장면·행동이라는 좋은 스토리의 본질은, 종이든 모바일이든 차이가 없다.

고나무(팩트스토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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