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02 20:52
수정 : 2019.10.02 21:29
짱변의 슬기로운 소송 생활
학생 A씨는 친구들과의 유럽 여행 자금을 모으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나 몇 달 뒤, 친구들이 여행을 취소했고, A씨는 B사장에게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런데 B사장은 “퇴사 통보는 30일 전에 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면서 일을 그만두면 안 된다고 했다. A씨는 그런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내일부터 나오지 않겠다고 했다. B사장은 그렇다면 이번 달에 일한 급여도 줄 수 없고, A씨가 갑자기 일을 그만두면서 생긴 손해도 청구할 것이라고 맞섰다.
퇴사 통보는 한 달 전에 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 퇴사 통보에는 기간의 제한이 없다. 노동자가 일하고 싶지 않은데도 근무를 강요하는 것(강제근로)은 근로기준법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노동자는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퇴사 통보는 30일 전에 해야 한다고 잘못 알려졌을까? 아마도 사업주가 노동자를 해고할 때 최소 30일 전에 통보해야 한다는 점을 잘못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반대의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여긴 것이다.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사업주가 노동자를 해고할 때에는 최소 30일 전에 서면으로 통보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부당해고가 된다. 또한 많은 기업이 ‘퇴사 시 최소 30일 전까지 통보할 것’이라는 규정을 취업 규칙에 규정해둔 것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A씨의 사례처럼 노동자가 일을 그만두겠다고 했는데도 사업주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민법 제660조에 따라 노동자가 퇴사를 통보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고용 관계가 종료된다. 일정한 기간마다 급여를 받은 경우라면 퇴사를 통보한 ’당기후’(다음 임금 산정 기간)의 ’1임금 지급기’(임금 정기지급일이 아니라 임금 산정 기간)를 지난 시기에, 고용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에는 ‘한 달 뒤’에 종료된다.
예를 들어 A씨가 전월 1일부터 말일까지 일한 것에 대해서 다음달 25일마다 급여를 받고 있었고, B사장에게 9월20일에 일을 그만두겠다고 했다고 해보자. ‘퇴사를 통보한 당기(9월1일부터 30일까지)’ 후의 ‘1임금 지급기(10월1일부터 31일)’을 지난 시기, 즉 11월1일부터 고용 관계에서 벗어난다.
그럼 A씨가 10월31일까지 계속 일해야 할까? 위 사례에서 A씨가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으면 B사장은 A씨를 무단결근으로 처리할 수 있다. 해당 기간 손해가 발생한다면 A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A씨의 무단결근으로 사업장에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아주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A씨가 갑자기 퇴사한다고 하더라도, B사장은 A씨에게 실제로 일한 기간의 급여를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 즉, 9월1일부터 20일까지 일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A씨가 고려해야 할 것은 퇴직금이다. 4주 동안 근무한 시간을 평균으로 계산했을 때,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했고, 총 아르바이트 기간이 1년 이상이라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퇴직금은 최종 3개월 동안 받은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A씨가 9월21일부터 10월31일까지 무단결근하여 급여가 줄어들었다면 퇴직금 산정에 불리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깔끔한 것은 노동자와 사업주가 합의한 시점에 근로관계를 끝내는 것이니, 원만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끝>
글·그림 장영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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